中 "김치공장 실사" 등 식약처 요구 1년간 9번 무시…체면 구긴 정부文정부 "실무회의"→ "서면심사"→ "화상회의"→ "연락처라도"…굴욕적 태도'알몸배추' 파동에 이달 17일 또 서한…중국, 이번에도 수일째 묵묵부답
  • ▲ 국내에서 '중국산 김치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국 김치 제조업체에 대한 현지 조사 협조 요청을 중국 당국이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중국인이 알몸 상태에서 배추를 절이는 동영상 사진 캡처(위)와 김강립 식약처장(아래). ⓒ웨이보, 뉴시스
    ▲ 국내에서 '중국산 김치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국 김치 제조업체에 대한 현지 조사 협조 요청을 중국 당국이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중국인이 알몸 상태에서 배추를 절이는 동영상 사진 캡처(위)와 김강립 식약처장(아래). ⓒ웨이보, 뉴시스
    '중국산 김치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김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현지조사 협조요청을 중국 당국이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중국인이 알몸 상태로 구덩이에서 배추를 절이고 이를 녹슨 포크레인이 퍼담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식약처는 "2016~19년 중국 김치 제조업체 87개소를 현지조사해 8곳을 수입중단 조치했다"며 "문제가 된 절임 방식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19년까지와 달리 지난해부터는 중국 측의 비협조로 중국산 김치가 현지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해 6월 자신을 굴삭기 기사라고 소개한 한 중국인이 "여러분이 먹는 배추도 내가 절인 것"이라며 웨이보에 공개한 것이다.

    中, 식약처가 보낸 '김치 실사' 협조요청 모두 묵살

    23일 본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중 간 외교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식약처는 외교부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중국 세관당국(해관총서)에 중국 내 김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현지조사 협조요청 등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중국 측은 그러나 한 차례도 답신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 현지실사과는 지난해 1월22일 중국에 보낸 서한에서 "2020년 2월 둘째주에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의 수입식품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적용을 위한 인증방식 및 인증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제안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의 HACCP 인증 관련 담당기관 및 담당자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두 달 가까이 중국으로부터 답이 없자 지난해 3월10일 다시 서한을 보내 "HACCP 적용 관련 한중 실무회의를 2020년 4월 말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며 "가능한 일자를 알려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식약처는 이어 2020년 5~11월 중국 김치 제조업소 개선사업을 벌이자고 제안하면서 "2021년 한국의 HACCP 적용 대상인 중국 김치 제조업소에 대한 현장조사 및 기술지원을 한중 협력으로 실시하기를 희망한다"며 "동 사업의 대상업소 선정, 일정 등은 한중 실무회의에서 협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보냈다. 

    이 서한에도 중국이 답신을 보내지 않자 식약처는 지난해 5월12일 다시 서한을 보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5월 중 양국 실무회의를 화상으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현지실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지실사→ 서류심사로 대체" 몸 낮춰도… 中, 노골적 무시

    식약처는 이날 현지실사를 서류심사로 대체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서류심사 대상 업소 점검 시 주중 한국대사관 식약관의 참여가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지난해 6월18일에는 "2021년도에는 수입김치 해외 제조업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국의 소비자단체에 위탁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소비자단체가 현지실사에 참관하는 것이 가능하냐"고도 물었다.

    중국 측에서 또 답신을 보내지 않자 식약처는 지난해 7월1일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장방문이 어려워 2020년 시범사업은 화상회의·영상자료 등 비대면으로 실시하고자 한다"면서 "2019년 한국에 5000t 이상 수출한 중국 김치 제조업소 목록을 보내니 HACCP 기술지원 시범사업 업소를 선정해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24일에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지만 중국 측의 답신은 없었다.
  • ▲ 서울 양재동 대형 농수산물 마트에 진열된 김치 자료사진. ⓒ뉴시스
    ▲ 서울 양재동 대형 농수산물 마트에 진열된 김치 자료사진. ⓒ뉴시스
    식약처는 지난해 8월7일 "중국 해관총서 수출입식품안전국 식품안전2처장과 유선전화로 소통하기를 희망한다"며 유선통화가 가능한 연락처·일자·시간 등을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역시 답변하지 않았다.

    중국 측의 노골적 무시가 이어지자 식약처는 지난해 10월14일 다시 서한을 보내 "2020년 6월30일(발송일 7월1일), 7월23일(발송일 7월24일), 8월7일자 서한 관련 HACCP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참여업소 선정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상기시킨 뒤 "한국으로 수출하는 중국 김치 제조업소 목록을 보내니 해당업소의 연락처(대표자·전화번호·이메일)를 알려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중국은 이마저 무시했다.

    중국인 '알몸배추' 영상 관련 요청도 묵묵부답

    급기야 중국은 최근 논란이 된 자국의 비위생적 김치 제조 과정이 담긴 동영상과 관련한 식약처의 위생관리 강화 요청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 3월17일 중국 측에 '식품안전관리 강화 요청 등' 제목의 서한을 보내면서 "중국대사관의 식약관을 통한 해관총서의 설명은 잘 이해했다"면서도 "다만 국내적으로 여전히 수입김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언론에 문제가 된 동영상의 제조업소 정보 및 귀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김치 제조업소에 대한 관리 실태를 요청하오니 빠른 시일 내에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중국 측의 답신은 없는 상태다. 특히 중국은 서면 외에 유선상으로도 우리 측의 협조요청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김치 수입량은 총 28만1186t에 달한다. 이는 국내 연간 김치 소비량(약 200만t)의 15% 규모다.

    "文정부, 중국에 말 한마디 못해" 굴욕외교 도마

    중국산 김치에 따른 우려가 커지자 식약처는 지난 17일 "중국산 절임배추에 대해 현지생산 단계부터 통관 및 유통단계에 걸쳐 안전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워낙 방대해 통관 절차에서 문제가 있는 김치를 모두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중국 내 현지실사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중국산 김치로 인한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측이 우리가 보낸 공문에 답변을 안 해 유선이나 화상으로라도 소통하자고 했지만 이마저 답변이 없는 상태"라며 "중국 업체가 한국 HACCP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지원하려는 것인데 업체 목록조차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정숙 의원은 "연간 30만t에 달하는 김치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돼 어느 식당 어느 밥상에 오를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정부 당국이 중국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것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며 "이 정부는 우리의 소중한 김치를 국치(國恥)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