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개인 운영 사립유치원 법인 전환 유도 골자
  •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북한산유치원에서 '사립유치원 지원 및 공공성 강화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북한산유치원에서 '사립유치원 지원 및 공공성 강화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교육당국의 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사립유치원은 최대 1년 6개월간 원생 모집이 정지된다. 또 사립유치원의 신규 설립은 개인이 아닌 학교법인만 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립유치원 법인 전환에 따른 '공영형 유치원' 확대가 결국 사립유치원을 폐업의 길로 내모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감사 자료 제출 3번 이상 거부하면 1년 6개월간 유아 모집 정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북한산유치원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립유치원 지원 및 공공성 강화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8년 10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돈으로 고가의 가방을 사고 휴대전화 요금과 주유비를 납부하는 등 각종 비리가 불거지자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유치원 공공성 방안 확정'의 후속 조치다.

    먼저 교육부는 감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에 유아 모집 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은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감사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일부 사립유치원이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앞으로 관할청의 요구에도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은 1차 위반 시 6개월, 2차 위반 시 1년, 3차 이상 위반 시 1년 6개월간 유아 모집이 정지된다. 이를 위해 '유아교육법 시행령'도 개정할 계획이다.

    유치원이나 유치원 유사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한 징계도 강화한다. 현행법상 학원인데도 '영어유치원' 등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1회 위반 시 300만 원, 2회 위반 시 400만 원, 3회 이상 위반 시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육부는 중·장기적으로 '유아학교'의 정체성과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해 학교법인만 사립유치원을 신규 설립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현재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법인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영형 유치원 지원 사업'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법인 전환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공영형 유치원'은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인건비와 운영비 등 재정 지원을 하되 법인으로 전환하고, 외부인사가 이사로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형태다. 사립이지만 '준국·공립유치원'으로 볼 수 있다.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국·공립유치원만큼 끌어올린다

    사립유치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책도 제시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을 지난해 24만 원에서 올해 26만 원으로 소폭 인상한 게 골자다. 학급운영비도 지난해 42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오른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에도 나선다. 사립 초·중·고교의 교사는 공립학교 교사에 준하는 보수를 받지만 사립유치원 교사는 국·공립유치원 교사보다 임금 등의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68만 원이었던 기본급 보조를 올해 71만 원으로 인상한다. 나아가 각 유치원 규칙에 '교직원 보수기준표'를 기재하고, 올해 관련 지침을 제정해 사립유치원 교사의 보수 수준을 높이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육아휴직 보장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시행령'도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신설된 시행령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국·공립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육아휴직을 보장받고 수당도 지원받는다.

    유치원 적립금, 노후시설 개·보수 등에 사용 가능

    아울러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원이 제한되더라도 사립유치원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유아가 방과 후 과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치원에 방과 후 과정비를 정상 지원한다.

    이 외에도 유치원 적립금을 노후시설 개·보수, 통학차량 관리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립금 현황과 사용 결과는 공시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모든 유치원에 전면 도입된 회계관리시스템 'K-에듀파인'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고,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는 모바일 신청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유총 "인공호흡기만 달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 필요"

    한편 이번 교육부 발표를 두고 김철 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교사 처우 개선 등 지원 대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공영형 유치원 지원 사업으로 법인 전환을 유도한다는 건 결국 국·공립유치원을 지금보다 확대한다는 이야기인데 출산율 저하로 유아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공립유치원까지 늘어나면 사립유치원은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국장은 이어 "그렇게 되면 현재 정부의 사립유치원 지원책은 결국 죽어가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놓은 수준"이라면서 "사립유치원이 폐업하지 않고 잘 운영될 수 있게 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