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하는 군대 없다” 총장에 일부 반발… 신임 주임원사 "충성" 서약, 하극상 일단락
  • ▲ 지난해 1월 김정우 특수전사령부 주임원사(왼쪽)와 김정수 특전사령관(오른쪽)이 저공낙하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일반적인 주임원사는 지휘관의 참모 역할을 맡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월 김정우 특수전사령부 주임원사(왼쪽)와 김정수 특전사령관(오른쪽)이 저공낙하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일반적인 주임원사는 지휘관의 참모 역할을 맡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이하 인권위)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발언을 두고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일부 육군 주임원사들이 낸 진정을 4일 기각했다. 이로써 장교와 부사관 간의 존칭 문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육참총장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 없다”... 일부 부사관 “인격권 침해”

    주임원사란 각 부대에서 가장 선임인 부사관을 말한다. 보통 20년 이상 군 생활을 한 원사가 맡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날 침해규제 제1위원회는 “육군참모총장의 발언은 군인 상호 간의 책임과 예의를 강조하고, 계급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지 부사관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육군 주임원사들이 낸 진정을 기각했다. 기각 결정은 진정인과 피진정인에게 보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일부 육군 주임원사가 문제 삼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21일에 나왔다. 당시 남 총장은 육군 주임원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했는데 왜 반말 하냐고 반발하는 것은 군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을 쓰는 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하극상 문제를 두고 나온 지적이었다.

    남 총장의 발언 이후 일부 주임원사들은 “나이 어린 장교의 반말 지시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해 부사관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12월 24일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육군은 “해당 인권위 진정은 육군참모총장이 회의에서 강조한 전체 내용과 발언의 맥락을 보지 않고, 그 취지와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신임 육군 주임원사 “지휘관이 안정적 지휘할 수 있도록 도울 것”

    이 일은 올해 1월 민간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럼 전쟁나면 ‘쏴주세요’라고 해야 되나” “부사관도 병사들한테 존댓말 쓰던가” 등의 비판이 일었다. 지난 1월 1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육군참모총장을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인권위에 진정해 군 기강을 해친 부사관들에게 군인연금 박탈 등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논란은 지난 1월 22일 강필수 신임 육군 주임원사가 취임식에서 일성을 내놓으면서 겨우 가라앉았다. 강필수 주임원사는 “지휘관이 부대를 안정적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육군에 변함없는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를 강조했다.

    육군과 인권위까지 나선 이번 논란은 갈수록 늘어나는 하극상이 원인이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국방부와 각 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하극상 범죄는 2016년 118건, 2017년 226건, 2018년 229건, 2020년 상반기에만 129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부사관이 가해자인 하극상 범죄는 지난 5년 동안 22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사관 4명이 위관급 남성장교 숙소에 침입해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