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검경 관계자 모두 무혐의 처분… 피소 사실 유출, 여성단체→與의원→서울시 젠더특보 순
  • ▲ 강난희 여사를 비롯한 박원순 서울시장 유족들이 지난 7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유골함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강난희 여사를 비롯한 박원순 서울시장 유족들이 지난 7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유골함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피소되기도 전에 인지하게 된 경위가 밝혀졌다.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에는 여성단체 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시장은 이들을 통해 성추행 피소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북부지검은 30일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출 혐의를 받던 청와대·서울중앙지검·경찰 관계자에게 모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7월7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단체 관계자 A씨에게 연락해 박 전 시장을 '미투'(Me too)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대략적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를 향한 시민단체의 지원을 요청했다.

    피소 사실, 여성단체→여당 의원→서울시 젠더특보 순으로 전달

    이에 A씨는 같은 날 전화로 이 같은 내용을 또 다른 여성단체 공동대표 B씨에게 전달했고, B씨는 그 다음날인 7월8일 같은 단체 공동대표 C씨와 해당 문제를 논의했다. 

    이휴 C씨는 현역 민주당 소속 D의원에게 전화해 관련 내용을 알렸고, D의원은 곧바로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 전 시장과 연관된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었다.

    D의원과 통화를 마친 후 임 특보는 A씨에게 연락했으나 성추행 피소 부분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받지 못했고, 이후 C씨와 통화에서 김 변호사와 여성단체가 접촉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듣게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임 특보는 7월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해 "시장님과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물었으나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특보는 재차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전 시장은 그런 일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성폭행 사건'은 비서실 소속 남자직원이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건이다.

    고소장 접수와 피해자 조사 사실 몰랐던 듯

    이후 임 특보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지원을 요청한 시민단체 등에 고소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물어봤지만, 시민단체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임 특보가 "단체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전하자,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시장은 이튿날인 7월9일 오전 공관에서 비서실장과 독대해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당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다 7월10일 0시1분쯤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임 특보와 박 전 시장 모두 피해자 측이 실제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제출 당일 피해자조사를 받은 사실까지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인적 관계 통한 전달,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 불가

    애초에 이 사건은 청와대·검찰·경찰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로 고발당하면서 출발했다. 

    검찰은 그러나 관련자 통화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외부로 피소 사실과 연관된 정보를 유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알린 행위도 개인적 관계를 통해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동안 박 전 시장을 포함해 관련자 23명의 휴대전화 26대에서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피고발인과 서울시 관계자, 언론사 기자 등 50여 명을 조사했을 뿐만 아니라 박 전 시장과 임 특보가 사용한 휴대전화 2대를 디지털 포렌식 해 내용까지 확인했다.

    검찰은 피고발인들이 모두 불기소 처분되고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으나, 사건 내용이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점을 고려해 전날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수사한 경찰은 전날 성추행 피소 건은 당사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의혹 방조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