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전담·급식종사자 등 학비연대 총파업 예고… 학부모들 "아이 볼모로 임금 협상" 울상
  •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중인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중인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돌봄 공백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수도권의 모든 학교가 등교를 중단하고 학원이 문을 닫은 가운데, 초등 돌봄교사들마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돌봄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초등 돌봄은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에서 추가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 돌봄전담사와 급식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지난달에 이어 24일 전국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학비연대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참여한 단체다. 돌봄전담사와 급식조리사·영양사 등 학교비정규직 16만여 명 중 9만여 명이 속해 있다.

    학비연대, 임금·복리후생 차별 철폐 요구

    학비연대는 임금·복리후생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 10월부터 임금교섭에 돌입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학비연대는 ▲기본급 1.5% 인상 ▲근속수당 급간액 1000원 인상 ▲명절휴가비 연 20만원 인상 등을 요구했다. 사측인 시·도교육청은 정규직 공무원 인상률과 같은 기본급 0.9%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근속수당과 명절휴가비는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비연대는 지난달 6일 파업을 진행했다. 1차 파업 당시에는 전체 돌봄전담사 1만1859명 중 4902명(41%)이 참가해 돌봄교실 1만2221실 중 4231실이 문을 닫았다. 서울 학교 급식 조리사들도 지난달 19∼20일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학비연대의 예고대로 24일 파업이 이뤄질 경우 당일 돌봄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도권 학교가 연말까지 원격수업을 실시하는데다 학원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 돌봄 공백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학교 원격수업·학원 운영 중단… 24일 돌봄 대란 불가피 

    앞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도권의 초등학교는 지난 15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8일부터 28일까지 수도권 내 학원·교습소에 3단계에 준하는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학부모들은 "아이 맡기기가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미 휴가를 다 썼고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서 아이를 돌보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교육당국 등 아무도 나서서 돌봄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현장의 불만이 크다"며 "노조원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아이들을 볼모로 임금과 돌봄 협상을 진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돌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공공 돌봄 체제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권 4년제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돌봄은 책임 문제로 봤을 때 학교교육으로부터 분리될 필요가 있다"며 "학교 시설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이어도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선순환 구조에서 돌봄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