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6호와 이동식 차량발사대로 볼 때 자체개발 가능성 낮아”…수출한 국가 어딘지 의문
  • ▲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남세규 ADD 소장은 '화성-16호'라 불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남세규 ADD 소장은 '화성-16호'라 불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외부에서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방과학연구소장이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기술이 급성장했다고 평가했다.

    ADD 소장 “공업기반 강하지 않은 북한, 신형 ICBM 외부서 도입했을 수도”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북한이 어떻게 단기간에 이렇게 기술발전을 이뤘느냐. 해킹 연관성은 없느냐. 첨단 소재나 부품을 만들 만한 과학기술 인프라가 없는데 전략물자수출관리제도에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물었다.

    이에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북한 공업기반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신형 ICBM을) 밖에서 들여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신형 ICBM을 ‘화성-16호’라고 불렀다. ‘화성-16호’는 ‘화성-15호’ 보다 굵고 길다. 길이 30미터, 폭 2.7미터 이상의 대형 미사일에 들어가는 로켓 엔진 등 기술수준으로 볼 때 외부 도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신형 ICBM을 싣고 나온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와 관련해서도 남 소장은 “화성-16호 발사대인 11축 차량 같은 것을 직접 개발·생산하려면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처럼 엔진과 변속기 생산시설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그렇게 돼 있지 않을 것”이라며 “차량은 외부에서 벌목차량 등으로 위장해 들여오는 식으로 별도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극성4-ㅅ’ 보면 북한 고체연료 기술 급성장한 듯

    북한이 열병식에서 새로 공개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ㅅ’호에 대해서는 “외형은 북극성-3호와 거의 같고, 사거리도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며 “하얀 선이 두 개 있는 데 위치가 바뀌었다. 지난번 형태가 구조적으로 좋은데 비행 안정성 쪽에 문제가 있어 설계를 바꾼 것 아닌가 추정된다. 만약 시험발사를 한다면 이걸(북극성4-ㅅ) 먼저 시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남 소장은 설명했다.
  • ▲ 구소련제 ICBM 'UR-100N'의 형태. 1975년 실전배치를 시작,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구소련제 ICBM 'UR-100N'의 형태. 1975년 실전배치를 시작,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남 소장은 ‘북극성4-ㅅ’호를 분석하면, 북한 고체연료 기술이 급성장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열병식을 보면서, 지금까지는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등에서 북한과 우리의 기술격차가 20년 이상 난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이 이를 절반 이상 단축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면서 “(‘북극성4-ㅅ’호에 사용한) 복합 소재 등을 보면 북한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생산 기반, 즉 설계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생산) 공장이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 해킹해 기술 습득했을 가능성 낮아…신형 ICBM 도입국 주목

    북한이 한국을 해킹해 신무기 개발에 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신 의원 지적에 대해서도 남 소장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 체계를 보면 여기저기서 카피한 게 좀 있기는 하다”며 “우리 무기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들이어서 우리 쪽에서 해킹해 갔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남 소장의 설명에 북한 신형 ICBM의 도입국이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은 TEL의 축 하중을 바탕으로 탄도미사일 중량을 역산(逆算)해 왔다. 9축 18륜 차량에 실은 ‘화성-15호’ 중량은 구소련이 만들었던 UR-100NR과 비슷한 72톤으로 추정했다. ‘화성-16호’의 경우 TEL이 11축 22륜 차량이라는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중량이 100톤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량 100톤 이상의 초대형 ICBM으로는 구소련제 R-16(140.6톤), R-36(209.6톤), RT-23(104.5톤), UR-100N(105.6톤), 중국의 DF-5(183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R-16은 이미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R-36은 지하 사일로에만 배치됐으며, RT-23과 UR-100N은 철도 차량발사대에 배치됐다. 중국 DF-5는 트레일러로 운반한다. 트레일러는 장거리 이동용이 아니라 평소 지하땅굴에 보관하던 DF-5를 유사시 바깥으로 꺼내서 쏘도록 운반하는 역할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