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F-35B 도입하고 전력공백 KFX로 메우자" 靑에 보고… 한기호, 공군 전력공백 우려
  • ▲ KFX 일러스트. 2021년 첫 시제기가 나올 예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FX 일러스트. 2021년 첫 시제기가 나올 예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후 전투기 교체로 생긴 전력공백을 채우려던 차기 전투기 도입사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F-35A 추가 도입을 취소하고, 공군 전력공백을 KFX로 메우자고 방위사업청이 제안했다. 방산업계에서는 KFX를 해군 경항모 사업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F-35A 60대+ F-35B 20대 체제 계획 사실상 무산

    2019년 11월 “F-35A 단가가 8000만 달러(약 912억원) 이하로 떨어졌다”는 록히드마틴의 발표가 나왔다. 2014년 3월 한국이 F-35A 도입 계약을 할 때 책정한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5월부터 20대의 F-35A 추가 도입을 추진하던 공군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이밖에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해병대용 F-35B도 1억130만 달러(약 1154억원), 함재기로 개발한 F-35C도 9440만 달러(약 1075억원)으로 단가가 대폭 내렸다.

    2020년 8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경항모사업을 전격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20대의 F-35B도 추가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F-35A 60대, 해군 경항모에 탑재한 F-35B 20대 규모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도 함부로 덤빌 수 없는 전력이기에 군은 물론 국민들도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최근 F-35A 추가 도입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밝힌 데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FX(차기 전투기) 2차 사업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방사청은 보고에서 “F-35A 대신 경항모 도입을 위한 F-35B 20대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면서 “F-35B는 F-35A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므로, 그 전력부족은 KFX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F-35A 도입과 경항모용 전투기 도입은 별개 사업”이라고 말했던 지난 8월 국방부의 설명과도 전혀 달랐다.

    경항모 앞세워 KFX 끼워넣기… 공군 전력공백 방치하려나

    F-35A 추가 도입 백지화, 공군 전력공백을 KFX로 메운다는 방사청 보고를 두고 “2026년까지 ‘설계도 속 전투기’만 믿고 현재의 전력공백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군 안팎의 우려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공군의 적정 전투기는 430대다. 공군은 2019년 말까지 F-5 계열 전투기 120대, F-4 계열 전투기 40대를 퇴역시켰다. 그 자리는 FA-50 경공격기 60대와 F-35A 전투기 40대로 대체했다. 2025년에는 마지막 남은 F-5 계열 전투기 60대도 모두 퇴역시킬 계획이다. 

    KIDA는 “2015년 현재 전투기는 420대지만 도입한 지 40년 넘는 전투기가 많아 2025년이 되면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기가 300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KIDA의 지적처럼 전투기 전력을 당장 확충하지 않으면 2025년에는 300대로 줄어든다. 때문에 공군은 급한 대로 숫자는 적어도 더 큰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F-35A 도입을 서둘렀다. 그런데 방사청이 경항모용 전투기 도입부터 먼저 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공군 F-35A 도입 취소 이어 ‘KFX 네이비’ 개발 주장까지 

    이 와중에 한 매체가 “경항모가 아닌 대형 항모를 건조하자”는 방산업계와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이 매체는 지난 19일 “국내 방산업계가 경항모에 탑재할 해군용 KFX 개발을 검토 중”이라며 “2026년 개발 완료할 예정인 KFX의 함재기 파생형도 함께 개발하자”는 주장을 전했다. 

    F-35A보다 가격이 1.5배 이상 비싼 F-35B를 살 돈으로 차라리 대형 항모를 건조하고, 여기에 탑재할 ‘KFX 네이비’를 새로 개발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이었다.
  • ▲ 일본 사세보에 입항한 강습상륙함 '아메리카' 함의 갑판. ⓒ인도태평양사령부 공개사진.
    ▲ 일본 사세보에 입항한 강습상륙함 '아메리카' 함의 갑판. ⓒ인도태평양사령부 공개사진.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신종우 사무국장은 ‘KFX 네이비’를 두고 “시제기도 아직 나오지 않은 KFX의 함재기 파생형 네이비를 개발한다면, 항모 건조사업과 개발 일정이 어긋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군사전문가들 “이곳저곳에 KFX 밀어 넣으려는 KAI 의심스럽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F-35A 대신 KFX’라는 구도를 꾸준히 부각시키는 것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닌가 의심했다. KAI는 1999년 10월 김대중 정권이 ‘산업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 대우우주항공·삼성우주항공·현대우주항공을 강제로 통폐합해 만든 기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KAI 사장을 지낸 김조원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면서 KAI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러나 실적은 만성 부진이다. 

    당초 KAI는 T-50의 미국 수출, 수리온의 해외 수출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수출 실적은 전무하다.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KFX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는 개발분담금 5000억원 지불을 중단하고 오스트리아에서 중고 타이푼을 도입하려 한다. KFX 인도 시기가 늦어진 것이 문제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학과 교수는 “최근 UH-60 헬기 성능개량사업이 갑자기 백지화되고, 대신 수리온 도입이 결정됐다. 해병대 무장헬기도 AH-64 아파치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마린온 개량형이 채택됐다”면서 “F-35A 추가 도입에 KFX가 끼어든 것이나 경항모를 대형 항모로 키워 ‘KFX 네이비’를 개발하자고 선동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해군 “경항모는 강습상륙함 역할… KFX 네이비 들어본 적도 없어”

    경항모 계획을 중대형 항모 계획으로 바꾸고, F-35B 대신 KFX 네이비를 탑재하자는 계획과 관련, 해군은 “KFX 네이비니 대형 항모니 하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해군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경항모를 미국 항공모함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해”라며 “해군이 계획하는 경항모는 미군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을 역할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미 해병대가 기존의 AV-8B 해리어Ⅱ 공격기를 대체하고자 F-35B를 채용했듯, 한국 경항모도 F-35C(항모 함재기)가 아니라 F-35B를 탑재해 육상전력을 지원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KFX 네이비’니 중대형 항모니 하는 주장이 해군에서 먼저 나온 것은 아닌게 확실하다”고 이 해군 관계자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