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학생들 배려해 수업 빠져도 된다” 했는데… 학부모가 개인정보 공개해, 살인 선동
  • ▲ 18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사뮈엘 파티 추모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8일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사뮈엘 파티 추모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8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파리, 마르세유, 리옹, 툴루즈, 스트라스부르, 낭트 등 프랑스 곳곳에서 이슬람 신자에게 참수 살해당한 교사 사뮈엘 파티 씨의 추모 집회가 열렸다고 알 자지라 등 외신들이 전했다. 파티 씨가 살해당한 전말을 알게 된 프랑스 시민들은 분노했다.

    프랑스 시민 수만 명 추모시위 참석 “우리는 두렵지 않다”

    수 만 명의 프랑스 시민들은 “내가 교사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전체주의적 사상에 반대한다”는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에는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 장 미셸 블랑케르 교육부 장관, 앤 이달고 파리 시장 등도 참석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너희는 우리를 겁줄 수 없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너희는 우리를 분열시킬 수 없다. 우리는 프랑스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블랑케르 교육부 장관은 시위대 앞에서 “적들에게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단결하면 민주주의의 적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블랑케르 장관의 말에 환호하며 호응했다.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 “교육의 자유”를 외치며 블랑케르 장관을 응원했다. 프랑스 시민들과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까지 사뮈엘 파티를 추모하는 시위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그가 왜,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알려진 때문이다.

    “이슬람 학생들, 불편할 수 있으니 수업 빠져도 된다” 배려

    파리의 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파티 씨는 최근 학생들에게 언론의 자유에 대해 가르쳤다. 이때 2015년 1월 잡지사 ‘샤를리 엡도’가 테러를 당하는 계기가 된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수업에 사용했다. 파티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재로 사용하는 만평이 이슬람 신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니 수업에 빠져도 된다”고 학생들을 배려했다.

    대부분의 이슬람 학생은 수업을 빠졌다. 그러나 한 여학생이 수업에 남아 파티 씨가 문제의 만평을 사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부모에게 이를 일렀다. 이후 여학생과 그의 부친은 학교 측에 파티 씨의 해고를 요구했다. 파티 씨는 곧 명예훼손으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학생의 부친은 SNS를 통해 파티 씨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올리고, 그를 처단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리고 며칠 뒤 18살의 체첸 출신 난민 ‘압둘라흐 안조로프’가 퇴근하는 파티 씨를 따라가 참수 살해한 것이다. 안조로프는 파티 씨를 살해한 뒤 트위터에 “알라를 받들어 무함마드를 조롱한 마크롱의 개XX를 처단했다”는 글과 그의 머리를 손에 든 사진을 올렸다. 안조로프는 출동한 경찰에게 저항하다 사살됐다. 그는 죽기 전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교일치’ 요구하는 이슬람 난민들…프랑스 인구의 7.5% 넘어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을 2015년 1월 일어난 ‘샤를리 엡도’ 습격과 같은 이슬람 테러로 규정했다. 프랑스 경찰은 파티 씨가 살해된 뒤 안조로프의 조부모와 형제 등 가족 4명, 여학생의 부친 등 5명을 체포했다. 파티 씨 살해를 선동했다는 혐의다.

    일각에서는 파티 씨가 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프랑스에서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인구의 7.5%에 달하는 500만 명의 이슬람 신도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정교일치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가르치려 하면 파티 씨 살해와 같은 사건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