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외통위 국감서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국익이 돼야 미국 선택" 주장… 野 "靑 향한 메시지인가"
  • ▲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정상윤 기자
    ▲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정상윤 기자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12일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 주재 대사가 한·미동맹을 '선택'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정무적인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 대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랑하지도 않는데 동맹 맺었다고 지켜야 한다는 건 미국 모욕"

    이 대사는 이어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고,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특별한 것"이라며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6월 미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화상 간담회에서 "일각에서는 한국이 두 나라(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중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던 중 나왔고,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의 논평 요청에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사의 카운터파트너 격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역시 "나는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를 선택한다면 옳은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미국 측의 불편한 기조가 감지됐다. 

    정진석 "이수혁, 다음 스텝 기대하는 분… 靑 향한 메시지일 수도"

    이 같은 이 대사의 발언에 야당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외통위 소속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사가 그런 발언을 굳이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통상 재외공관장들과는 달리 이 대사의 발언은 상당히 정무적이고 이례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대사는 주미대사 다음 스텝을 기대하고 있는 분이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상당히 의도적인 발언으로 분석될 수 있다"면서 "이 대사가 민감한 워딩을 주저 없이 내놓는 것을 보니 청와대를 향한 어떤 정무적인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나온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