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찰기-정체불명 항공기, 수도권·서해 비행… 이튿날일부터 서해상 정찰 활동 대폭 강화
  • ▲ 군용기 항적 추적 트위터 '노콜사인'의 9월 22일 당시 항적지도. ⓒ트위터 '노콜사인' 캡쳐.
    ▲ 군용기 항적 추적 트위터 '노콜사인'의 9월 22일 당시 항적지도. ⓒ트위터 '노콜사인' 캡쳐.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 씨가 북한군에게 살해되던 지난 22일 밤부터 수도권과 서해 상공에 미군과 식별불명의 항공기 활동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체불명 ‘71FC22’와 공군 3호기의 비행

    군용기 항적을 추적하는 트위터 ‘에어크래프트 스팟’과 ‘노 콜사인’에 따르면, 북한군 고속정이 이 씨를 붙잡은 지 두어 시간 뒤인 지난 22일 오후 5시 39분, 미 육군 RC-12X 정찰기와 통신 주파수가 ‘71FC22’라는 정체불명의 항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71FC22’라는 항공기는 이후 수도권 상공을 계속 맴돌다가 오후 9시 48분, 서해상을 비행했다는 사실을 ‘노 콜사인’이 밝혀냈다. 1시간 뒤에는 충남 태안과 중국 칭다오 사이 바다 위를 미 공군 특수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비행을 했다고 ‘에어크래프트 스팟’이 밝혔다.

    ‘노콜사인’은 ‘71FC22’가 혹시 한국 공군 E-737 피스아이가 아닌가 추정했다. ‘노콜사인’은 이어 “참고로 한국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3호기가 22일 오후 6시 36분 성남 서울비행장에서 이륙했다”고 덧붙였다. 공군 3호기는 특별한 정부 임무나 재외국민 구출 때 주로 사용한다.

    한미 정찰기, 23일부터 한반도 상공 정찰 강화

    이 씨가 숨진 이튿날(9월 23일)부터 한미 정찰기들의 활동이 대폭 강화됐다. 23일 오전 6시 59분, 정체불명 항공기 ‘71FBF4’와 ‘71FC05’가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 오전 10시 55분에는 미 공군 RC-135W 리벳 조인트가 수도권과 서해 상공을 비행했다. 오후에는 미 육군 RC-12X 3대가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오후 6시 3분에는 미 육군 광학 정찰기 EO-5C 크레이지 호크가 나타났다. 크레이지 호크는 오후 10시 8분 다시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 ▲ 28일 오전 3시 45분 미공군 E-8C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항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잘 때도 이들은 하늘을 지키고 있다. ⓒ에어크래프트 스팟 트위터 캡쳐.
    ▲ 28일 오전 3시 45분 미공군 E-8C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항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잘 때도 이들은 하늘을 지키고 있다. ⓒ에어크래프트 스팟 트위터 캡쳐.
    24일 오전 7시 44분부터 미 육군 RC-12X 정찰기 2대가 충청도에서 경기도, 충청도 상공을 비행했다. 오전 8시 5분 RC-12X 정찰기 1대가 더 투입돼 강원도로 날아갔다. 오후 1시 27분에는 미 육군 RC-12X 정찰기 1대가 평택을 출발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71FC22’라는 항공기도 다시 나타났다. 이 항공기는 경북 북쪽에서 나타나 충남 일대까지 비행했다. 미 육군의 EO-5C 크레이지 호크는 이날 오후 6시 34분 다시 나타났다.

    25일에는 오전 6시 3분부터 정체불명의 ‘71FC66’이 나타나 경북에서 충북, 충남, 경기 남부를 거쳐 강원도로 비행했다. 오전 6시 36분에는 RC-135S 코브라볼이 한반도로 향했다. 오전 8시 14분에는 미 육군 RC-12X와 ‘71FC66’이 각각 경기 양평군과 강원 원주시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전 9시 39분에는 전북 군산에서 이륙한 미 해군 EP-3E 전자정찰기가 수도권을 향해 날았다. 낮 12시 17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특수 작전기 C-146A 울프하운드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를 출발해 경기 평택에 도착했다.

    26일에는 새벽 4시 53분에 미 공군의 지상감시용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가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미 육군의 RC-12X 정찰기 3대는 번갈아가며 하루 종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E-8C 조인트 스타즈는 27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이날은 미 육군의 첫 연안 감시정찰기인 CL-600도 서해상에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 “북한 위협에 관용하지 말라”

    이상의 항공기 항적들과 각 정찰기들의 성능을 보면, 이 씨가 북한군에 살해당할 때 미군이 지켜보며 한국군에 상황을 전달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아니면 ‘노콜사인’의 추측처럼 이 씨가 살해될 당시 서해 바다에 떠 있던 정체불명의 항공기가 한국군 소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한국군 정찰기였다면, 이 씨의 죽음을 대하는 한국군 수뇌부의 태도는 더더욱 용납이 안 된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씨 살해사건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자국에 대한 그 어떤 위협도 관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을 건드리면 엄중한 대가(heavy price)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파네타 전 장관은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고 세상을 위험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약점을 발견하면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려는 상대를 다룰 때는 ‘힘의 우위(position of strength)’를 추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원하나? 그렇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진정한 평화는 말이 아니라 힘의 우위, 즉 강한 군사력 위에서만 이룰 수 있다”고 거듭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