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살된 A씨를 '불법침입자'로 규정… "실종된 공무원 자진월북자로 만들어 책임회피"
  • ▲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남북한 현안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남북한 현안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와 여당은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고 발표했지만, 북한 측이 보내온 통지문에서는 그가 월북했다고 추정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논란이 거세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측의 통지문 전문을 공개했다. 통지문에서 북측은 "지난 22일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녕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측은 그러면서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 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탄(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끝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준칙에 따라 십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면서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상 월북자와 관련해서는 인도적 송환을 원칙으로 처리해왔다. 2017년 11월에는 북한 수역으로 넘어가 조업하던 어선을 나포해 남측 선원 7명과 베트남 선원 3명을 조사한 뒤 다음달 돌려보냈다. 2018년에도 불법입북한 남측 주민 2명을 두 차례에 걸쳐 송환했다.

    통지문에서는 그러나 우리 공무원이 북측 경비정을 발견하고 망명 의사를 밝히거나 북 정권에 우호적인 견해를 밝혔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주장한 '월북'을 증명할 정황은 없는 셈이다.

    앞서 군과 정보당국,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조류를 잘 알고 있고, 북한 선박에 월북의사 등을 표시했다"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던 것이 확실하다"며 감청 등 이를 뒷받침할 근거 역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인의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피격 공무원의 친형은 다수의 매체와 자신의 SNS를 통해 "애 둘을 둔 공무원이 왜 월북하겠느냐. 월북 낌새가 전혀 없었다. 월북이 목적이라면 자신을 증명할 공무원증을 왜 놓고 갔겠느냐"면서 실종 당시 시간과 조류를 맞춰보면 표류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실종된 공무원을 자진월북자로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북한의 통지문대로라면 그 어디에서도 우리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군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