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전략부재로 '촛불집회'처럼 못돼… 경선에 당심 반영해야… 기업 임원 출신 경력으로 부산 바꿀 것"
  •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언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그는 본지에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언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그는 본지에 "부산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서 눈물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정상윤 기자
    내년 4·7 재·보궐선거 판이 커졌다. 성추행 의혹에 따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자진사퇴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이어 김진규 전 울산남구청장까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직'을 잃게 됐다. 대한민국 제1·2위 도시와 '노동의 메카'로 진보진영 강세지역인 울산까지 재·보선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번 재·보선이 '전국구급'으로 올라서면서 2022년 3월 열리는 대통령선거에서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비위행위 탓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2018년 '민주당 바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야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처음으로 빼앗긴 만큼 탈환을 벼른다. 본지는 부산시장재·보궐선거 출마예정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선거에 따른 민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언주(48)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대기업 출신 정치인이다. 르노삼성과 에쓰오일 법무팀에서 임원으로 재직했다. 정치 입문은 2012년 한명숙대표 체제의 민주통합당에서 여성경제인 영입 케이스를 통해서였다. 19대와 20대 때 민주당 간판으로 경기도 광명을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7년 초 민주당 내 친문계와 마찰을 빚으며 당을 떠났다. 민주당 탈당 후 이 전 의원은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바른미래당에 몸을 담았지만, 2019년 당내 노선 차이로 또 다시 바른미래당을 나와 '미래를향한전진4.0'을 창당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 등을 필두로 한 보수정당들이 통합을 이루면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해 부산 남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전환기에서 문재인 정부에 가감없는 쓴소리를 퍼부어 '보수 여전사' '보수의 잔다르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런 행보와 이미지 탓인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내년 4월7일 치러지는 부산시장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이언주 전 의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출마 계획은 있나?
    "우선 '이언주'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아시다시피 나는 기업인 출신이다. 35세에 대기업 임원직을 맡기도 했다. 기업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 항상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이미 시스템이 안정화된 곳은 스스로 고사했다. 르노삼성으로 이직했을 때, 당시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발로 뛰는' 한국인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대법관·부장판사·검사장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 나간 변호사들은 미국인 변호사였다. '우리도 저들처럼 하자'고 처음 주장했다. 현장에 나가기 시작한 1세대 기업변호사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거쳐온 모든 조직에서 구조·개혁·혁신을 도모했다고 자부한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이언주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없다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부산에 '이언주가 필요하다'고 보나?
    "보궐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나. 지금은 내게 각오가 돼 있느냐는 반문을 하는 중이다."(웃음)

    "부산 발전 확신 없다면 출마 안 해… 부산경제 엉망진창"

    -현재의 부산을 진단한다면?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 눈물이 날 정도다. 1970~80년대 어릴 적 기억 속의 부산은 수출입 중심도시로 활력이 가득했다. 일본·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유럽 국가들과 국제적 교류도 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국제적 면모가 많이 줄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반일정책' 때문에 일본과 교류는 더욱 악화했다. 과거 선진문물의 출입구였던 부산의 위상이 없어졌다. 개방성과 국제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부산경제가 폭망한 다른 원인은 없나?
    "노무현 정부 때 부산을 금융·물류 허브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 적 있다. 당시 말은 많았는데 어떻게 진행할지 몰라 실행을 못했다.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고 했으면 금융수요를 유발하는 산업이 있어야 한다. 이런 걸 제대로 하지 못해 부산은 산업 전환에 실패한 도시가 됐다. 조선업도 산업 전환 시기를 놓쳤다.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 사태가 조선산업 재편의 마지막 기회였다고 본다. 고부가가치 조선산업으로 산업 전환에 성공했다면 부산 조선업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전기차산업이 부상하면서 내연기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현재 부산의 수많은 제조업체들은 내연기관에 적응한 상태인데 라인업 교체가 진행되지 않으면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 ▲ 이 전 의원은 오는 재보궐 선거 경선 방식이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정상윤 기자
    ▲ 이 전 의원은 오는 재보궐 선거 경선 방식이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정상윤 기자
    -부산경제의 돌파구는 뭐라고 생각하나"
    "부산은 국제도시로서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앞으로는 중앙정부를 크게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져온 대한민국의 지방도시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간 부산은 중앙정부 때문에 여러 가지로 발목 잡힌 게 많다. 앞으로는 중앙정부에서 벗어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된다.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경남과 협력해 부·울·경 메가시티를 꾸려야 한다. 부·울·경은 해양도시라는 특색을 살려야 한다."

    -정치 얘기를 해보자. 다른 후보들보다 강점은 인지도다. 반면 부산 출신이지만 정치인으로서 부산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나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본다. 기존의 부산 기득권에 빚이 없다. 부산 기득권에 여러 가지로 얽힌 사람들과 다르게 완전히 무(無)의 상태에서 부산을 바라볼 수 있다."

    "부산 기득권에 빚 없는 게 장점… 경선, 당원 의견 반영해야"

    -'미스터트롯' '초선 등판론' '전략공천'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경선방식에 대한 생각은?
    "경선방식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시대의 흐름을 믿는다. 시대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데 출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지금 스스로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것이다. 경선방식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부산시장이 된다면 직무를 잘 수행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미스터트롯' 같은 오디션 방식은 당원들이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당원의 당심을 반영해야 한다. 다만 당원들을 줄 세우는 방식의 구태정치는 졸업해야 한다. 이런 구태정치는 부산시장선거뿐만 아니라 서울시장·대통령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민들께서 '저놈들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단수후보 얘기도 나오던데.
    "일방적으로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 경선은 서울시장보선과 앞으로의 대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러져야 한다."

    -민주화세력이라는 '운동권세대'가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자유와 민주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는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코로나를 사용한다. 최근 카페나 식당에 가면 이름 등 개인정보 기입을 강요하지 않나. 미국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한 일이다. 확진자가 있던 장소에 다녀온 것도 아니고 발열증상 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적법한 절차도 없이 지금처럼 검사·검문하는 방식으로 국민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배·통제·지휘한다. 덧붙이자면 국가권력과 개인의 자유는 항상 대립해왔다. 인간의 역사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투쟁이었다. 5·18민주화운동도 자유 확대를 위한 투쟁이었다. 그런데 이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벌인 투쟁은 자유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저들은 자유가 아닌 자신들이 쥘 권력을 위해 투쟁한 거다."

    "文정부 '운동권', 자유 아닌 권력 위해 투쟁한 것"

    -국민들은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느껴도 저항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불안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개인은 질병에 취약하다. 정부와 같은 강력한 존재가 자신(개인)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거다. 그러니 불합리해 보이고 문제가 있어 보여도 일단 따르는 거다.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국민국가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정부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야당 책임 아닌가. 김종인체제를 어떻게 보나?
    "김종인체제에서 '움직임'이 약한 것은 '막말'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는 빌미를 경계하는 거다. 다만, 야당 의원들이 너무 주눅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 개인이 양심껏 활동해야 한다. 나는 무소속일 때도 정부에 굴하지 않고 싸웠다. 지금 야당 의원들은 본인들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라는 생각을 잊은 게 아닌가 싶다."
  • ▲ 이 전 의원은 부산이 '어머니의 도시'라고 했다. ⓒ정상윤 기자
    ▲ 이 전 의원은 부산이 '어머니의 도시'라고 했다. ⓒ정상윤 기자
    -김종인체제에서 보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정체성 정립이 안 됐다고 본다. 민주당 출신인 나보다 보수로서의 정체성 정립이 안 된 것 같다. 야당이 제대로 투쟁하려면 상대의 보복을 감내하고 신념을 갖고 자신있게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야당 의원들도 자신들만의 이런 사상을 체화·확립해 투쟁하는 게 필요하다."

    -'태극기집회' 논란에 따른 보수진영의 평가가 엇갈리는데?
    "최근 태극기집회의 일부 리더 중에서 지혜롭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집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리더십 문제다. 태극기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문제로 시작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성격에서 대한민국 자체를 걱정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바뀐 거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하고 위선적인 행태에 분노해 기존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태극기를 들고 일어났다. 그런데 이것을 컨트롤하는 데 전략적 실패가 있었다."

    "조국 사태 후 성격 바뀐 태극기집회 에너지 흡수해야"

    -전략적 실패?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따지고 보면 탄핵정국 때 발생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유사한 성격을 띤다. 두 집회 모두 불의에 분노한 국민들이 뛰쳐나온 국민저항 성격의 집회다. 민주당은 '촛불이 민심이다'라고 이미지메이킹을 했다. 당시 촛불집회에서 벌어진 온갖 추태나 집회 주축세력이었던 민주노총 개입 사실 등은 묻혀버렸다. 국민의힘은 이런 걸 못한다. 대중 결집의 구심점이 되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재야세력과 연대가 잘 되는데 국민의힘은 그게 잘 안 된다. 재야와 갈등도 심하다. 자연히 협력도 연대도 엇박자를 낸다. 광장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가진 거대한 에너지를 선용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이것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태극기집회와 '거리 두기' 방침을 정한 듯하다. 국민들의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정치는 대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대중정치다. 대중의 환호가 없으면 에너지를 못 받는 셈이다.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은 '대의민주주의자'로 보인다. 대의민주주의에만 쏠려서는 안 된다. 대중민주주의도 필요하다. 민주당은 대중민주주의를 잘 이용했다. 이들은 전략을 철저히 세웠다. 촛불집회 때는 대외협력위원회를 통해 민주노총과 철저하게 소통했다. 일반 의원들은 개인 차원에서 광장에 나갔고, 지도부 같은 '스피커'는 조심조심 행동했다. 그러다 탄핵정국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부터 뛰어들어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이런 걸 못한다. 리더십의 부재가 크다. 아스팔트와 여의도가 계속 이러면 결국 분열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쨌든 광장의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산은 내게 어머니의 도시다. 어머니와 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어머니는 IMF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한 뒤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런 애환을 겪고 쓰러지지 않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경제에 무책임한 권력이 가장 싫다. 코로나19에 묻혀 있지만 현 정부의 경제실정이 어마어마하다. 거의 '경제 자살' 수준이다. 부산의 잠재력 끌어올려 잘 먹고 잘 사는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싶다. 이 때문에 차기 부산시장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제도와 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과, 앞서 말한 ‘산업전환’에 대한 결기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기존 부산에 내려온 관료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늘상 좋은 말만 하는 평론가적 합리주의자도 안된다. 부산광역시를 하나의 기업이라 생각하고 CEO 같은 마음가짐으로 부산을 바꿔보겠다."

    대담=최재필 부울경취재본부장, 정리=박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