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제동…"위챗 사용자 중국인으로 한정, 규제 덜할 것" 전망도
  •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법부 인사 관련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법부 인사 관련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법원이 美 상무부의 위챗 금지 명령에 대해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내렸다. 위챗 퇴출을 사실상 막은 것이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였던 '위챗'은 당분간 미국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에 따라 △미국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기 금지 △위챗에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 제공 금지 △미국 내에서 결제 및 송금 목적 사용 금지 등의 조치가 20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정부 측 "위챗, 대체할 수단 있고 중국 공산당 목적 위한 앱" 주장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로럴 빌러 연방치안판사는 18일 美상무부가 발표한 위챗 금지조치에 대해 '연방수정헌법 제1조 위반 소지'가 있다며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출판·언론·집회 및 탄원의 자유를 보장한다. 예비적 금지명령은 정식 재판절차 개시 전에 어느 일방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대방이 특정 조치를 취하는 것을 유예시키는 제도로, 한국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과 유사한 효력을 가진다.

    빌러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원고 측(위챗)이 제시한 증거는 중국 정부가 다른 앱을 금지한 데다 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중국어 사용자들에게 위챗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위챗이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판시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위챗 사용자에게 다른 통신수단이 있으며, 위챗은 중국 공산당이 국내외에서 선전, 감시·감독, 허위정보 제공 등을 위한 목적으로 만든 앱"이라고 주장했지만 빌러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빌러 판사는 "상무부의 금지 명령은 위챗과 관련된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그 같은 금지 처분이 '반드시 필요하다'(narrowly tailored)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중간심사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연방수정헌법 제1조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측 주장대로, 호주처럼 정부기관에서만 사용을 금지하거나 데이터 보안을 확보하기 위한 다른 조치를 강구하는 등 (전면 금지가 아닌) 분명한 대안이 있다"고 빌러 판사는 강조했다.

    빌러 판사 "위챗 전면 금지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 표현의 자유 위반 소지"

    CNN은 빌러 판사의 명령에 대해 "이번 판결은 위챗 다운로드를 금지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위챗의 인터넷 트래픽 운반 및 호스팅을 제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막아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판결 후 텐센트와 구글 측은 "판결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애플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상무부 역시 논평을 거부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위챗을 내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예비적 금지명령이 최종 결정은 아니다. WSJ에 따르면, 빌러 판사는 몇 가지 법적 쟁점을 남겨뒀다. 행정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수 있으며 금지명령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일단, 내려받기는 가능… 최종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 소요될 듯

    이번 예비적 금지명령은 '위챗 사용자 연합'이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챗 금지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위챗 사용자 연합'은 자신들이 위챗 소유기업인 텐센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단지 위챗을 사용하거나 사업상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금지하는 위챗과의 거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기를 바라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위챗 사용자 연합'은 "힘들게 따낸 승리"라며 "미국에 있는 수백만 위챗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SCMP "위챗, 틱톡에 비해 '부드럽게' 다뤄질 수도"

    미국 정부가 위챗과 틱톡을 다르게 대우할 것이란 관측은 이미 나온 바 있다. 18일(현지시각)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틱톡의 사용자 범위는 미국의 일반인까지 확장된 데 비해 위챗은 중국인 사회로 한정돼 있어 미국 정부가 위챗을 엄격히 금지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20일 상무부 금지명령은 미국 기업이 외국에 있는 고객과 거래하기 위해 현지에서 위챗을 사용하는 것은 막지 않았다. 또 텐센트가 운영하는 다른 사업은 전혀 규제하지 않았다.

    빌러 판사의 재판에 출석한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20일로 예정된 금지명령에 따라, 위챗을 내려받거나 사용한다는 이유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SCMP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고, 텐센트는 선전에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그러면서 "틱톡과 위챗의 사용자 규모와 영향력의 차이를 감안하면 미국 정부가 위챗에 좀더 부드러운 접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