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여행 장려해 재확산된 코로나… 8.15집회 참가자 탓으로 돌리는 정부"
  • ▲ 8.15비대위와 변호인단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에 대해 방역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지 말고, 거짓된 여론몰이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 8.15비대위와 변호인단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에 대해 방역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지 말고, 거짓된 여론몰이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지난 8월 16일 8.15광화문집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 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는 발언 이후 국내 언론은 연일 사랑제일교회와 8.15집회를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

    지금 온 국민이 ‘코로나19’ 공포와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제한”의 공포에 빠져 있다. 지난 8월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역을 위해서는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정부는 8월 30일 0시부터 1주일간 이른바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결정했다. 이 기간 중 수도권의 모든 식당과 제과점은 밤 9시부터,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시간과 상관없이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다. 학원의 대면수업도 금지되고 헬스장 등 체육시설도 문을 닫게 된다.

    제2의 팬데믹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는 아무리 철저히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국민들은 막연한 불안감 외엔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방역당국이 발표하는 숫자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정례브리핑 자료는 “X월 X일 0시 기준으로, 국내발생 신규확진자는 XXX명이 확인되었고, 해외유입 사례는 XX명이 확인되어 총 누적확진자수는 XX,XXX명(해외유입 X,XXX명)”이라는 요약자료로 시작된다. 총20여 페이지의 자료 뒷부분에 세부분석자료가 게재되지만 “오늘 총 몇 명이 검사를 받았고, 그 중 몇 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확진율은 몇 퍼센트”인지는 보는 사람이 직접 자료를 찾아 계산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최근 언론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8.15광화문집회 관련 확진자도 XX명이 늘어났다”는 식의 보도로 사랑제일교회와 8.15집회를 코로나 재확산의 원흉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과연 이것이 근거있는 주장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8.15 집회 전후 8월 1~29일 기간의 매일 검사실적 및 결과를 도표로 작성해서 분석해봤다. 8월 15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의 최대잠복기인 2주일 전후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우선,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 (정례브리핑)’ 자료는 매일 0시를 기준으로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일누적검사자수에서 전일누적검사자수를 뺀 숫자가 전일의 신규검사자수가 된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위의 기간의 매일 코로나 검사자수, 검사건수와 국내감염확진율을 살펴보면 아래의 도표와 같다.
  • ▲ 8.15비대위와 변호인단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에 대해 방역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지 말고, 거짓된 여론몰이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질병관리본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8월 31일 0시 현재 ‘코로나19’ 누적검사자 192만4,170명 중 1만9,69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1일검사건수 대비 국내확진율은 1.024%를 기록하고 있다. 이 도표를 통해 주목할만한 사실은 8월 1~12일 기간에는 확진율이 0.017~0.271%로 극히 미미했으나, 8월 13일에 갑자기 0.487%로 급상승하여 8월 15일에 1.24%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후 18일까지 3일간은 0.85~1.14%의 높은 확진율이 계속 되었다.  

    ‘코로나19’의 잠복기는 넓게 2~14일로 보고 있으며 대체로 4~5일을 평균잠복기로 본다. 따라서 8월 18일까지의 확진율은 8.15광화문집회를 통한 감염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후 8.15집회 이후 최대잠복기 2주가 끝나는 8월 29일까지는 0.5~0.9%로 8월 14~18일 기간의 확진율보다도 낮은 확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도표 우측하단 *표 수치). ‘코로나 19’ 발생 전체기간의 평균국내확진율보다 훨씬 낮은 확진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8월 13~18일 기간에 최고의 확진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방역에 대한 자화자찬 속에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여름휴가철의 해수욕장과 놀이공원의 인파, 붐비는 지하철, 카페와 각종 클럽, 영화관 및 공연장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이미 8.15집회 훨씬 이전에(늦어도 8월 12일) 지역감염 상태로 전국에 확산돼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통계적 관점에서 확진자수 증가와 검사자수 증가는 대체로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확진자수가 400명을 넘었다는 주장보다 확진율 추이에 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야 함에도 질병관리본부 발표 자료는 이를 공지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1일검사건수가 2만~2만5,000건(평균 2만2,388건)이던 8월 14~18일 기간 중 1일평균확진자수는 227명이었으나, 1일검사건수가 3만~5만4,000건(평균 4만5,637건)으로 2배로 증가한 8월 19~29일 기간 중 1일평균확진자수는 319명으로 1.4배만 증가하여 확진율은 오히려 낮아진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 분석에 대한 이론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이상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8.15집회와 그 참가자들을 코로나 확산의 원흉으로 모는 주장들은 ‘코로나 확산’ 프레임으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들을 탄압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8.15집회에 참석했던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 검사 강요에 반발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가 ‘8.15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때부터 ‘코로나19’ 확산의 모든 책임을 집회 주최측과 참가자들에게 전가하리라는 건 이미 예견되었었다. 그러나 위의 분석자료는 사랑제일교회 감염자와 8.15광화문집회를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잠정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일 ‘3단계’로 확대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와 혼란을 감수해야 될 것인바,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국민이 방역당국의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정부는 “다음 주에는 하루에 800명에서 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고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주장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위의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정부가 ‘코로나19’발생 초기에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실책은 덮어두고 방역실적을 자화자찬하면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외식과 여행을 장려하는 등의 방역정책 실패를 8.15집회참가자들 탓으로 몰아 마녀사냥식의 탄압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 전 경희대 객원교수

    <굿소사이어티(http://www.goodsociety.kr)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