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 북한에 남한 의사 파견" 황당 법안… "의사를 인민의 도구로 만드나" 의사들 분노
  • ▲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의사 출신 신현영(비례, 초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북한 재난 발생 시 남한의 보건의료인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 상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 의원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의사들은 "의료인 강제 북송법이다" "너나 가라. 난 죽어도 못 간다" "공공재에 이어 인민의 도구로 만들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도 의사면서 "北 재난 발생 시 의료인력 지원" 법안 발의

    문제의 법안은 신 의원이 지난달 2일 대표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남북의료교류법)'이다.

    이 법안 제9조 1항은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2항에는 "정부는 북한에 제1항에 따른 재난이 발생한 경우 재난 구조·구호활동을 하는 단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 또는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재난 상황에서 의사 등을 북한에 파견할 수 있게 만들려는 법안인 것이다.

    여기에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은 "의사 등 의료인력을 법상 재난관리자원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담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재난기본법)'을 지난 24일 발의하면서 의사들의 '강제 북한 차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선배인 게 부끄럽다" "자신부터 北에 가라" 의사들 '분노'

    이에 의사들은 "우리와 전혀 합의하지 않은 사항"이라며 "의료인 강제 북송법"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의 한 의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사를 공공재로 아예 정의해버린 것"이라며 "의사를 마치 물건 보내듯 유사시 어딘가로 마음대로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우리와 전혀 합의하지도 않았다"고 분노했다. 이 의사는 "신 의원 자신도 의사"라며 "법안 내신 분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에서도 의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난 죽어도 못 간다. 너나 가라, 평양"(서울의 한 의사) "신현영 의원의 '의료인 강제 북송법'"(경기도 부천의 한 치과의사) "공공재가 아니라 인민의 도구가 되겠네"(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의사)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서 북으로 가시죠. 선배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신 의원 카톨릭의대 후배) "북한에 보낼 의사부대 만들려고 공공의대 세우는 건가"(미국의 한 한국인 의사) 등의 격분을 쏟아냈다.

    한 발 물러난 신현영 "우려 있다면 수정·삭제할 가능성"

    비난이 거세자 신 의원은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신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대한 부분은 실제 북한 의료인과 교류협력을 원하는 의료인을 상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강제성'을 가지고 '의료인력 파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당연히 수정 또는 삭제 가능성이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