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 관습헌법·불문헌법"… 국민적 합의 거쳐야 헌법적 정당성 갖게 돼
  • ▲ 이헌 변호사·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뉴데일리DB
    ▲ 이헌 변호사·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뉴데일리DB
    ◇행정수도 이전 논란 제기와 그 전개

    지난 7월 20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청와대와 국회 등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유력한 여권의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가세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부산은 초라’ 발언에 이어 ‘서울은 천박’이라는 발언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집권여당이 느닷없이 일사분란하게 ‘행정수도 이전’에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한 부동산정책의 실패에 대한 대안 이외에도 총선 이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의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회계부정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자살’ 등 치명적인 악재의 연속으로 정권 지지도가 급락하는 총제적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일 것이다. 이에 관해 내년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 나아가 그 이듬해의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태년 원내대표 연설 이후 7월 21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행정수도 이전의 찬성 여론(53.9%)이 반대 여론(34.3%)보다 높았다. 특히 충청권 표심이 대선의 승부를 결정했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했고, 이회창 후보는 충청지역 연고인 데도 낙선했다. 1992년 대선은 충청권 맹주이던 자민련이 3당 합당으로 가세한 가운데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은 DJP연합의 김대중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은 평소 충청지역에 공들였고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행정도시의 이전 백지화 법안을 반대해 부결시켰던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충청권 표심으로 당선됐다.

    최근 집권여당이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 의회독재’라는 야권과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임대차3법, 부동산증세법 등의 입법강행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고 징벌적 과세로 가진 자를 마구 때리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 여당 측은 부동산문제 해결을 내세운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충청권 민심이라는 대선 필승카드를 던지는 것 이외에도, ‘자신은 못 가진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국민의식을 붙잡고 내년 서울시장 등 재보궐선거와 후년 대선의 승부수를 띄우려는 듯하다.

    ◇행정수도 이전과 필자의 숙명적 만남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제기할 당시, 이회창 후보 대선캠프에서 법률지원을 하던 필자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한 이 후보의 대응논리 구성에 참여했다. 당시 대응논리는 충청지역 발전을 대안으로 하는 반대의 취지였으나, 결국 충청권의 민심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그 후속대책으로 세종시를 행정도시로 하는 내용의 입법에 대해 필자는 연기군·공주시 주민들을 대리해 ‘제2의 행정수도이고 수도 분할이므로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2009년 2월 26일 이명박 정부의 출범 후인데도 “수도이전이나 분할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합헌으로 결정했다(헌재 2007헌바41 결정).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이슈를 접하게 되어 이 칼럼을 쓰게되니 필자의 감회는 남다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필자는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대못박기' 결과로 15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김천혁신도시에서 2018년 4월까지 2년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와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대한 무모함과 무능함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을 낭비시킨 실패의 현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세종시보다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되는 김천혁신도시의 경우에도 기업과 교육, 문화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주말이면 유령도시로 변했고, 주중에는 임직원들의 서울출장도 빈번해 필자를 ‘길거리 이사장, 카톡 이사장’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는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의 예산낭비적 실패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강구한다고 한 적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예산낭비라고 극구 주장하던 그들의 태생적인 이중성과 무책임성의 한 단면이다.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 명분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균형발전이었으나 오히려 수도권 인구가 더욱 증가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서울지역의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다.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부동산가격이 급상승한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의 결과를 두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지방균형발전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여당 측의 행정수도 이전에 따라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하고 행정수도라고 지칭한다고 하여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의 예산낭비적 실패를 해소하는 대책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방문한 미국의 행정수도인 워싱턴 D.C의 경우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 이외에도 조지타운대학, 스미소니안박물관, 링컨센터 등 교육·문화 기반시설이 조성돼 있고, 서울보다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한 일본 동경의 경우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와 행정관청만이 이전하는 우리나라 행정수도 이전의 경우와 유사하다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이전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고 한다. 세계 10위권 국가 중에서 브라질의 1955년 행정수도 이전 이래 행정수도를 이전한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를 승계한다는 문재인 정부는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 실패의 원죄도 승계해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인 데도, 여권 측은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공약을 던졌던 것처럼 오로지 국면전환용이나 차기 대선 포석으로 또 다시 행정수도 이전을 외치고 있다.

    ◇행정수도에 관한 법리

    헌재는 2004년 10월 21일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위헌 결정의 주요 내용은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 헌재 결정에 있어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 의견은 “수도 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정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해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 수도 이전에 관한 입법은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는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 의견은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적 사실에서 관습헌법이라는 당위규범이 인정될 수 없다. 국민투표권의 대상도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전효숙 재판관의 의견은 당시 '헌재의 위헌결정이 위헌. 쿠데타적 결정'이라며 반발하던 현 여당 측 인사들의 논리와 동일하다.

    헌재의 다수의견에서 위헌 결정의 근거가 된 관습헌법이란 기본적 헌법사항이나 헌법 유보사항에 관한 헌법적 선례나 관행을 말한다. 관습헌법의 사례로서 수도 이외에도 대한민국을 국호로 한다거나 한글을 국어로 한다거나 애국가를 국가로 한다는 것이 있고, 헌법규범적 성격으로 ‘헌법과 법률 준수의무, 적법절차의 원리, 과잉금지의 원칙’ 등도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관습헌법은 모든 헌법학 교과서의 앞부분인 헌법의 종류에서 통상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고, 대통령과 국회 등 정치와 행정의 중심적 소재지가 되는 ‘수도’는 국가 정체성과 기본적 구성에 관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헌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관습헌법이나 불문헌법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는 식의 주장은 헌법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세울 수 없는 주장이고,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논리가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식의 입장을 아직도 고수하는 여당 인사 측 주장은 도리어 어이없고 황당하다.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여당 측 인사는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하는 방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행정수도 이전의 제도적 방안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개헌’을, 이낙연 의원은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국민투표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헌법개정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행정수도 이전을 하는 내용의 입법은 여야 합의에 의하더라도 그 자체가 위헌인 것이다.

    김태년 등 여당 측 인사는 헌재의 결정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위헌 결정 당시 재판관들도 모두 바뀌었으므로 여야 합의에 의한 행정수도 이전의 입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에 그 결정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여야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는 사유가 그 입법의 위헌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여당 측 인사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와 코드에 부합한다고 평가되는 6명의 재판관으로 문재인 정부가 헌재를 장악하고 있다는 반증이자 그들이 뽐내는 지지리도 못난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정권에 의해 장악된 헌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함에 있어 다른 유효한 수단들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최종적 수단으로 강구되는 국민의 저항권이 행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완화를 위한 개헌 등 산적한 개헌이슈를 놔두고 행정수도 이전만을 위해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을 하는 방안은 그 절차나 방법에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적 성격을 가질 수 있어 주도하는 여당 측이나 반대하는 야당 측이나 그 투표결과에 대한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가지게 되는 것이어서 그 실현가능성을 가름할 수 없을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와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 후년 대선 승리의 밑바탕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은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헌법적으로 관습헌법이나 불문헌법에 속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개정에 버금가는 절차인 국민투표를 통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만 헌법적 정당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상징인 수도 이전은 외교나 국방·통일 및 국가 안위에 관련된 중요한 국가정책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으므로,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서는 반드시 헌법 제72조에서 정하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수도 이전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주권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예산에서 지출될 것이기에, 정부가 위헌적인 입법을 통해 함부로 지출하는 것은 헌법적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의 납세의무에 따른 권리도 침해한다.

    지난 7월 3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수도를 서울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49%,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좋다 42%로서, 그 이전인 7월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행정수도 이전 찬성이 반대를 압도하는 여론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지역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찬성 42.5%, 반대 45.1%로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의 공약을 내세우는 측이 당연히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야당 측의 서울시장 후보는 당연히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해야 할 것이다. 다만 후년의 대선을 고려하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므로,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세종시 등 지방도시의 기반시설 조성과 과도한 중앙집권적 체제의 완화를 위한 지방분권화도 강조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반도 중심지역인 서울 지역에서 충청 지역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지배를 수용하고 한반도의 남북분단을 영구히 고착화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고려시대 서경 천도, 조선시대 한양 도읍’ 등과 같이 수도의 이전인 천도에 대해 지배세력의 교체이었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이다. 여권 측의 행정수도 이전 시도는 이념적 측면에서 맹목적인 친북적 입장이 드러나고, 역사적 측면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 유발과 못 가진 자들을 선동하는 좌파적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의 대전지역 천도는 미군 철수의 분위기 속에서 안보상 문제로 임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려고 했던 것으로서, 2002년 대선 당시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과 이번 여권 측의 행정수도 이전 시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여권 측의 행정수도 이전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설치 등 검찰개혁과 같이 노무현 대통령이 못 다한 유훈을 실천하려는 것이고, ‘4대강 보 해체, 한명숙 재조사’ 등과 같이 헌재와 대법원에서 좌절 당한 사안에 대해 한풀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문재인 정부 측의 오만한 폭주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부동산 정책 실패의 모면책으로 삼거나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자실을 포함한 숱한 악재에 따른 국정운영 위기의 반전 계기로 삼으려는 문재인 정권의 모략적 시도는 그야말로 더 이상 경험하고 싶지 않은 ‘무능, 무지, 무모, 위선’의 본보기이다.

    내년 서울시장 등 광역시장 보궐선거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도 포함해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지난 총선에서 못다한 종북좌파 폭주정권을 심판하는 절체절명의 계기가 될 것이고, 또한 그 심판의 결과는 후년 대선의 정권교체에 있어 밑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