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허술함과 북녘의 능글맞음북녘에서는 물난리마저도 축복이라는데...인도적(引盜賊) 지원은 계속될 테니까
  • 李 竹 / 時事論評家

      먼저 물난리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재민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시는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애도와 함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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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노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부동산 문제 등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

      ‘북악(北岳)산장’의 도승지(都承旨) 이하 5명의 수석(首席)승지들이 사표(辭表)를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 ‘국민’들은 그 생쑈와 막장 드라마의 배경·저의 등등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제 딴에는 ‘나랏일을 고뇌하고 책임지는 멋진 모습’을 널리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값이 계속 오를 ‘아파트’는 그것대로 챙기겠다는 속심이었을 거라는 비웃음이 세간에 가득하단다.

      이런 꼼수를 일컬어 ‘일석이조’(一石二鳥) 또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고 한다. ‘꿩 먹고 알 먹고’도 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말재주가 전해 내려왔다. 그 중에서도 요즘 같은 긴 장마에는 역시 ‘도랑치고 가재 잡고’가 제격 아닐까?
      하지만 왠지 서투르고 어설퍼 보일 뿐이다. 자주 부려본 솜씨는 아닌 것도 같고. 많이 배워야 할 듯싶다. 그리하여...

      매우 약삭빠르면서도 능청맞고, 제법 노련하면서도 숙달된 ‘도랑치고 가재 잡는’ 방법이 대(代)를 이어 전수·실천되고 있다는 ‘지상낙원’(地上樂園)을 잠시 들여다봤다.

      “김정은 동지께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큰물[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 시찰했다...국무위원장이 예비 양곡을 해제해 피해 지역 인민들에게 가구별로 공급해주기 위한 문건을 작성하고, 피해 복구 건설 사업에 필요한 시멘트를 비롯한 공사용 자재 보장 대책을 세워 소요량에 따라 국무위원장 전략 예비분 물자를 해제해 보장할 것을 지시했다...”

      ‘인민’(人民)을 제 몸 같이 사랑하고 보살피시는 수령님의 마음 씀씀이가 흠뻑 묻어난다고? 깊이 꿍쳐 놓았던 ‘예비’ 양곡과 ‘전략 예비분’ 물자까지 해제한다니... 애지중지해 온 ‘돼지저금통’을 털어 내놓겠다는 거다. ‘수령복’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북녘 ‘인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저 짠하다.
      이렇게 물난리에 물길 내듯 ‘백도혈통’(百盜血統)은 ‘도랑’을 쳤단다. 그리고...

      이미 ‘가재’는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아니 꼭 애써서 잡으려고 힘쓸 필요도 없다.

      “정부가 [8월] 6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주재로 제31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1000만달러[약 119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3년간 약 200억원이 들어가는 DMZ(비무장지대) 평화통일문화공간 조성사업 등을 심의, 의결했다... 10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세계식량기구(WFP)를 통해 북한 9도, 60군에서 영·유아와 임산부 등에게 영양 강화식품 9000t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재난·재해 방지를 위한 노동에 참여한 북한 주민에게 옥수수·콩·식용유 3600t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돼지저금통’ 털어낸 만큼, 아니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그보다 훨씬 많이 ‘돼지저금통’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유아와 임산부, 어려운 북한 주민에게 줄 여러 식품의 대금은 원래 북녘 ‘돼지저금통’에서 나와야 되지 않는가. 딱히 “핵미사일 만들 돈은 있으면서...” 유(類)의 고전적인 핏대는 올리지 않더라도, 인민을 다스리려면 당연한 비용이다. 그런 비용을 남녘과 국제사회가 대신 물어주는 격이다. ‘인도적 지원’의 이름으로. 더군다나...

      그 비용만큼 전부가 북녘 ‘인민’들에게 돌아갈까? ‘돼지저금통’을 통과하는 순간 어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탈북민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전례로 미루어 ‘돼지저금통’에 상당 부분은 남을 것이고, 나머지 찔끔만이 허울 좋은 ‘구호’와 함께 인민들에게 전달될 거라고들 한다.

      “가는 길 어려워도 웃으며 가자!” 또는 “자력갱생(自力更生)!”

      그나마 ‘남녘과 국제사회의 온정[정성]’이 아닌 ‘수령님의 은덕(恩德)’으로... 이래서 ‘인[引 끌어당길]도적(盜賊)’ 지원이라고 한다나, 어쩐다나.

      그렇다. 북녘에서 ‘도랑치는’ 일은 물난리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가재’는 ‘인민’들의 먹거리가 부족해서 잡는 게 아니다.
      특히 ‘큰물[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 시찰’했다고 하니, 앞으로 남녘과 국제사회의 뜨거운 반응을 주목해봐야 할 듯하다. 그러면...

      어디 비단 ‘물난리’ 뿐이겠는가.
      매미 소리가 요란해 지는 걸 보면 가을이 바로 앞이다. 가을걷이가 형편없다고 나팔수들이 연일 짖어댈 테고, 겨울철 땔감이 부족하다는 소식도 전해질 게다.

      물난리와 가뭄과 흉년과 병충해와 돌림병 등등... ‘백도혈통’(百盜血統)에게는 이 모두가 축복이 된다는 게 또다시 입증될 전망이라고.
      이에 더하여 머지않아 남녘의 ‘백성’(百姓)과 ‘인민’들로 하여금 ‘창조적인 방법’으로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둘러볼 수 있게 한다니, ‘돼지저금통’의 수량과 부피가 한껏 늘어날 듯도 하다. 그러나...

      북녘 ‘인민’들이 그 ‘인도적’(引盜賊) 지원의 내막과 사실[史實+事實]을 눈치 채기라도 하면 어찌 되겠는가. ‘백도혈통’(百盜血統)의 입장에서 엄청 불편하질 않겠나. 밤에 자다가도 벌떡 깨어날 만큼 소름 돋는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일전에 대갈빡에 피도 채 덜 마른 아낙이 남녘에다 대고 앙칼지게 짖어댔을 거다. 하여 그 결과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북한을 향해 확성기, 전광판을 사용해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길고 지루한 장마의 와중(渦中)이다. 소용돌이가 만만치 않다고들 입을 모은다.

      “우리는 핵보유국에로 자기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비로소 제국주의 반동들과 적대 세력들이 그 어떤 형태의 고강도 압박과 군사적 위협·공갈에도 끄떡없이 우리 스스로를 믿음직하게 지킬 수 있게 됐다”
      북녘 ‘최고 돈엄(豚嚴)’이 직접 주둥이를 놀렸다. 이어서 태평양 건너에서 연이어 들려오고 있는 머리 끝 쭈뼛하게 만드는 보도들이다. 가짜뉴스라고?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이어가면서 ‘핵탄두 소형화’에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유엔 측 평가가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8월]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은 전문가들도 꾸준히 제기한 사안이지만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국제기구의 공식 보고서에 종전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상황은 갈수록 ‘핵보유국’이 되려는 북한에 유리하게 굴러간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현 미(美) 행정부의 목표는 이제 ‘환상’(fantasy)에 불과하다...”

      이렇듯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이 핵미사일을 손아귀에 움켜쥔 채 느긋하게 ‘도랑치고 가재 잡는’ 동안, 남녘에서는 세찬 빗줄기 속에서 중얼거림이 들렸단다. 벌건 흙탕물이 하염없이 밀려오는 임진강을 배경으로...

      “북측에서 황강댐 방류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군남댐 수량 관리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지금 아쉽게도 안 되고... 과거에 그렇게 하도록 남북이 합의했는데 잘 이행이 안 되는...”

      이 판국에 북녘에다 대고 언제 적 ‘합의’ 타령이나 하면서, ‘인도적’(引盜賊) 지원이나 떠벌린다고 북녘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가 있을까.

      ‘아쉽게도’ 한 번 더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나라가 언제까지 계속될 거냐는 쓴웃음과 한탄, 이어지는 혼잣말들이 저잣거리에 질펀하다고 한다.

      “그만 둘 양반네들이 어디 그네들뿐이겠는가?”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