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내규 따라 공무원 징계 가능"… 국정원 공문 17일 뒤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
  • ▲ 국가정보원이 일선 정부부처 정보담당관들에게
    ▲ 국가정보원이 일선 정부부처 정보담당관들에게 "국회와 의정자료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료가 유출되면 징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논란이다. ⓒ국정원
    국가정보원이 일선 정부부처 정보담당관들에게 "국회와 의정자료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료가 유출되면 징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었다. 

    정보보안 당부를 넘어 '징계' '감점' 등의 단어를 사용해 사실상 '협박식 공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 국정원이 미리 대비한 것이라는 뒷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보위 관련 담당자는 "이 공문이 한두 달 전부터 준비됐다"고 말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 교체 시기와 맞물려 국정원이 이 공문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국정원 "자료 유출되면 징계, 올해부터 감점 확대" 

    국정원이 일선 부서에 공문을 보낸 시기는 지난 6월16일이다. 본지가 확보한 '의정자료 유통 보안강화 조치 참조 요청' 제목의 이 공문은 대통령비서실·감사원·서울특별시·경기도 등 각 부처 정보통신보안담당관에게 발송됐다. 

    공문에는 "국회 상임위가 구성되면 자료 요청이 많아질 것"이라며 "상용메일 해킹 통한 의정자료 유출 시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근거해 비밀 엄수 의무 위반 징계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인사혁신처 예규 제54호)상 중앙징계위원회 및 보통징계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공무원을 징계할 수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러나 "국정원이 공무원 징계를 건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사실상 공무원들을 과거 군사정부 시절처럼 검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또 공문에서 "상용메일로 국회에 제공한 자료가 해킹·자료유출이 되면 각급 기관을 대상으로 '정보보안 관리실태 평가' 때 올해부터 감점을 확대 반영하겠다"며 "중앙행정기관은 소속·산하기관에 관련 공문을 통보하고 결과를 취합해 6월30일까지 회신하라"고도 했다. 

    정치권 "협박식 공문은 처음 본다" 

    이를 두고 국회 한 관계자는 "보좌진이 업무를 수행할 때 의정자료유통시스템 계정뿐 아니라 상용메일을 통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며 "공문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징계' '감점' 등 내용만 보면 이렇게 과한 공문은 처음 본다"고 황당해 했다. 

    다른 국회 관계자 역시 "과거 북한의 디도스 해킹 사태 등이 불거졌을 때도 정보보안을 당부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공문은 본 적이 없다"며 "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정보보안에 유념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공문 발송 시기, 내용 등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 교체 시기와 맞물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 직전 국정원이 이런 공문을 각 부처에 보낸 것이 '입단속용'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 사실은 국정원이 공문을 보낸 지 17일 뒤인 지난 3일 발표됐다.

    신임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내부 기강 다잡기?

    한 국회 관계자는 "국정원이 새 국정원장 취임, 곧 있을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내부 다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도 "의정자료 외부 유출 방지에 대한 내용은 새로울 게 없지 않으냐"면서 "관련 공문은 갑자기 발송된 것도 아니고 수개월, 한 두어달 전부터 준비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4월 초 '3기 정부 구성'과 관련해 내각 개편작업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공문을 두어달 전부터 준비했다"는 말과 맞닿아 있다. 이후 박 전 의원은 지난 3일 신임 국정원장으로 지명됐다. 

    이와 관련해 다른 정보 관련 담당자는 "그동안 국정원과 관련해 공문 등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10일 본지에 "6월 16일 발송한 공문은 상용메일 해킹을 통한 국가기밀 유출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보안담당자를 대상으로 의정자료유통시스템을 활용한 자료유통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공문은 국가기밀 유출사고 발생시 또는 국회 개원전에 통상적으로 발송하는 것으로 이전 국회 개원시에도 발송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 대비하기 위함 등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