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아동 포르노 손정우, 18개월 만에 석방”… NYT “손정우 인도요청 기각 실망"
  • ▲ 서울고등법원의 미국인도 거부 결정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손정우. '아청법'을 무색하게 하는 판결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고등법원의 미국인도 거부 결정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손정우. '아청법'을 무색하게 하는 판결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 각국에 영·유아 포르노를 유통한 업자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기로 한 한국 법원의 결정에 외신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 외신기자는 한국에서 아동 포르노 유통업자가 받은 형벌이 배고파 계란을 훔친 좀도둑과 같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NYT “한국 법원, 사람들에게 큰 실망 안겨줘”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정문경·이재찬)는 지난 6일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손정우 씨가 미국에 인도되면 아동 성범죄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개탄했다.

    신문은 손씨가 운영했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에서 영·유아 포르노를 다운로드한 미국인들은 징역 5~15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에서도 최근 아동 포르노 관련, 대중의 분노가 커졌으며, 한국 국회에서는 아동 포르노 소지자와 시청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씨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유통 사이트를 운영했음에도 1년6개월 만에 풀려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을 자처했던 로라 비커 BBC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이 계란 훔친 사람에게 징역 18개월을 구형했다”는 국내 기사 링크를 올린 뒤 “한국 검사들은 배고파 계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18개월형을 구형했다”며 “이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같은 형량”이라고 지적했다.

    손정우, 6개월 영아 성폭행 영상도 유통… 징역 18개월 선고받고 군 면제

    손씨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포르노 사이트가 아니다. 대부분 성폭행 영상이다. 아동에게 폭행, 신체훼손, 수간(獸姦, 동물과 성행위)까지 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피해자 대부분이 생후 6개월 된 영아부터 4~5세 유아였다.

    웰컴투비디오의 아동 포르노는 2015년부터 세계적 문제가 됐고, 이후 세계 32개국 수사기관과 첩보기관이 협력해 손씨와 영상 구매자를 찾았다. 

    2018년 3월 웰컴투비디오에는 25만 개 이상의 아동 포르노 영상이 올라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10만 개 이상은 다른 곳에서는 유통되지 않은 영상으로 확인됐다.
  • ▲ 손정우가 33개월 동안 운영했던 영유아 포르노 유통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는 세계 32개 수사기관·첩보기관에 의해 폐쇄된 상태다. ⓒ해당 사이트 경고문 캡쳐.
    ▲ 손정우가 33개월 동안 운영했던 영유아 포르노 유통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는 세계 32개 수사기관·첩보기관에 의해 폐쇄된 상태다. ⓒ해당 사이트 경고문 캡쳐.
    웰컴투비디오는 돈을 주고받으며 아동 포르노 영상을 유통하는 곳이었기에 각종 범죄와 연결됐다. NYT는 “국제공조를 통해 아동 포르노 영상 공급업자들도 검거했는데, 이때 미국·영국·스페인에서 아동 23명을 구출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영아도 있었다. 손씨는 이런 불법 포르노를 33개월 동안 유통해 4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세계 32개국에서 웰컴투비디오를 통해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사람 가운데 ‘헤비 다운로더’ 310명이 검거됐는데, 223명이 한국인이었다. 해외에서 붙잡힌 이용자들은 대부분 징역 10년형 이상을 선고받았다. 반면 한국 이용자들은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처분만 받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18년 5월 서울지방법원이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는 점이다. 이후 검찰의 항소로 다시 재판이 열렸고, 징역 18개월 형이 확정됐다. 손씨는 징역형 덕분에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300원짜리 구운 계란 18개 훔친 사람도 징역 18개월


    BBC 비커 기자가 말한 ‘계란 도둑’은 지난 1일 알려진 이야기다. 지난 3월23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40대 남성이 한 고시원 입구에 놓여 있던 구운 계란 18개를 훔쳐 달아났다. 피해금액은 5400원. 

    이 남성은 우한코로나 때문에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무료 급식소도 문을 열지 않아 열흘 넘게 굶주린 상태였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담당 형사가 사준 짬뽕 한 그릇이 남성에게는 2주 만의 식사였다.

    경찰은 이 남성이 과거에도 절도 전과가 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징역 18개월을 구형했다. 그런데 그의 절도 전과라는 것이 고철이나 구리선 몇 kg, 알루미늄 문짝, 면도기 등을 훔쳤다 붙잡힌 사건이었다. 

    이 남성은 열여섯 살 때 부친과 계모의 가정폭력을 못 견뎌 가출한 뒤 30년 동안 좀도둑으로 감옥을 들락거렸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남성은 게다가 사시와 보행장애를 갖고 있었다. 

    이런 좀도둑과 인권을 무시한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씨가 같은 수준의 범죄자라고 보는 한국 사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외신의 지적이다.

    손씨의 미국 인도를 거부한 판사 가운데 강영수 수석부장판사는 대법관 예비후보 3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과거 음주 뺑소니 사고 용의자의 미국 인도는 허용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영수 판사를 대법관 후보에서 제외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