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20년이면 북한도 행사 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남도발… 우리 혼자 과거에 매몰돼"
  • ▲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열었다. ⓒ박성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열었다. ⓒ박성원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일 대남 강경발언을 내뱉으며 군사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5일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권 인사들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민주당이 있었기에 20년 동안 평화를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신뢰관계는 유효하다" 등 대북 관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을 쏟아냈다. 북한이 사실상 관계 단절 수순에 접어든 상황에서 여권이 '나 홀로 평화 파티'를 벌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北 군사행동 한다는데…민주당 '6·15선언 20주년 기념식'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6·15공동선언 20주년 민주당 기념행사-전쟁을 넘어서 평화로' 기념식을 열었다. 친여 성향 대북전문가들이 주로 초청됐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박병석 국회의장, 김연철 통일부장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6·15남북공동선언20주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한정 의원은 환영사에서 "김대중 민주당, 노무현 민주당, 문재인 민주당이 있었기에 그간 20년 동안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며 "그동안의 평화가 헛되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이 중심이 돼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오늘 한반도 평화통일의 원대한 포부를 다시 세운다"며 "우리는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 남북경제공동체를 완성해서 실질적 통일의 단계에 진입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통일 한반도는 경제·문화·의료·바이오·교육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국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친여 인사들 "김정은과 문재인 서로 신뢰" "대북전단 살포금지법 추진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친여 성향의 북한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군사행동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며 저자세를 보였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만남에서 쌓아온 신뢰가 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김여정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두 정상 간의 신뢰가 남아있기에 우리가 미국과 야당, 국민을 설득하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 강력하게 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하다 북한의 불만이 누적됐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이 나와도 여당이 그걸 감내하고 쭉쭉 밀고 나가야 한다"며 "대북전단을 보내려는 탈북단체에 국민이 평화를 바라는데 전쟁의 갈림길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남북 간의 합의 등을 날릴 거냐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금 보수야당은 항상 트집 잡을 준비를 하고 있고, 시비 걸 생각만 한다"며 "그 사람들 눈치본다고 갈 길 못 가나.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기 전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대해 확실한 메시지를 북쪽에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북한 매체들은 "서릿발 치는 보복행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조만간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대북전문가들 "북한은 도발하는데 민주당만 자축" 일침

    이에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은 가만히 있는데 민주당만 자축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6·15공동선언 20주년이면 북한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대남도발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 남북관계가 잘 돌아갈 때는 6·15 관련 공동행사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화해와 협력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전 전 원장은 이어 "완전히 근본적으로 변화한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관계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그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만 너무 과거에 매몰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6·15 기념행사는) 국민의 정서를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김여정이 남북관계를 완전 대적관계로 가자고 하면, 민주당은 6·15 기념 행사를 연기하든가 단출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 "6·15선언은 북한에 굴종되기 시작한 날"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조아리고 들어가서 그때부터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했고, 굴종의 역사가 시작됐다.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이라면 저렇게까지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