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끼리’ 위선의 거죽이 벗겨졌는데무력도발(武力挑發)이 겁난다고... 전방의 대북 확성기는 뭘 가져다줄까?
  • 李 竹 / 時事論評家

      “백해무익한 범죄행위”라고 규탄·매도한다. 더군다나 너절한 욕설이 함께한 북녘의 협박에 즉각 그 무슨 ‘삐라 금지법’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다.
      북녘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꿈쩍 않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서 “전단 살포 철저 단속…남북합의 계속 준수” 같은 엄포를 외쳐댄다. ‘국민’들은 오히려...

      “김여정과 북의 당국자 여러분은 삐라가 온다고 흥분하기 전에 해야 할 게 있다... 종이때기 몇 장 가지고 체제가 흔들릴 정도면 반성 좀 해야 한다... [북한은] 종이 몇 장 날아오면 내부가 난리가 나는가 보다...”

      이렇듯 점잖게 대응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여느 ‘보수 꼴통’의 주절거림이 아니다. ‘그 당’의 국회의원께서 넌지시 타이르셨다고 한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아무튼 이번 ‘삐라 소동’의 결말은 간단치 않을 모양이다. ‘백도혈통’(百盜血統)의 꿍꿍이가 단지 ‘삐라 단도리’에만 있지 않은 게 확실할뿐더러, ‘촛불정권’의 실세들도 그걸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 핑계거리인 ‘삐라’는 이번에 너무나 큰일들을 저질렀다. 

      우선 표면에 나타난 대로라면, 이 나라에도 핵무기에 맞설 값마저 저렴한 ‘비대칭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했다. 북녘 전역에서 군중집회를 열고 탈북민들과 ‘삐라’ 규탄에 나선 걸로 봐서는 가히 위협적이긴 한가 보다. 

      남녘의 호들갑에서는 ‘촛불정권’의 민낯을 재차 드러냈다고나 할까. 저들이 주장해 온 ‘남북 생명공동체’와 늘 상 맞장구 쳐온 ‘우리민족끼리’의 대상과 실체를 확연하게 일러주었다고나 할까. 

      이에 더하여, 무엇보다도 이번에 ‘삐라’가 이룩한 쾌거는....

      “대남(對南) 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남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하라...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

      2년여에 걸쳐 위장(僞裝)·위선(僞善)·기만(欺瞞)으로 점철되어 온 남북관계를 드디어 정상적으로 복원했다는 점이 아닐까? 
      물론 남녘 ‘촛불정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의 냉철한 시각과 열망 차원에서다. ‘조공(朝貢) 주도 평화’라는 굴종(屈從)의 굴레를 벗어나 정당한 힘에 의한 평화와 ‘자유통일’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4·27 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라는 건 북녘의 실질적인 ‘비핵화’(非核化) 진전과 나아가서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약속이었지 않는가. 이미 그 전제는 유명무실화 되고 있었고, 특히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국가 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총체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 [지난 5월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 결과]

      이렇듯 그 ‘비핵화’(非核化) 공언(公言)이 ‘핵무장 강화’[備核化+秘核化+肥核化+飛核化]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명백한 사실과 스스로 인정은 그 무슨 공동선언이며 합의가 애초부터 사기(詐欺)였다는 점을 증거한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즉, 그 ‘남북 합의’들은 북녘의 핵무장 강화를 보장하고 감싸는 장치가 되어버렸다. 또한 한미동맹의 형해화(形骸化)와 ‘국민의 군대’ 대비태세 무력화(無力化)를 앞당기는 족쇄로만 작용해왔다는 게 ‘불편한 진실’ 아닌가. 그런데...

      아무개 탈북민의 말마따나 “[영화] 기생충의 유명한 대사처럼 김정은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즉 더 음흉한 꿍꿍이가 있겠지만 일단은 ‘삐라’가 남북관계의 본질을 제대로 까발렸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우리민족끼리’라는 허울을 멋지게 벗겨버렸다.
      작은 부분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대북]협력’이라고 쓰고 ‘[대북]퍼주기’라고 읽어온 언어적 불일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 이쯤 되자...

      ‘촛불정권’은 ‘삐라’가 정상으로 복구시킨 남북관계를 다시 되돌려보려고 “남북합의 이행”을 목청이 터져라 계속해서 외쳐대고 있단다. ‘지성(至誠)이면 감북(感北)’일 수도 있다. 이 나라에 사는 ‘인민’(人民)들은 박수치고, 어린 ‘백성’(百姓)들은 고개를 주억거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 나라 ‘국민’(國民)들은 경험에 의해 학습한 ‘비정상의 남북관계’를 결코 다시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끼리’와 ‘생명공동체’를 떠받드는 무리는 아마 이렇게 대들 게 틀림없다.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
      언제 적부터의 상투적인 억지에 일일이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건 무의미하고, 여러 가지로 장황해 질 수 있다. 간단하게 결론만 풀어보자. 
      이 나라,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답할 것이다. 답하면 된다. 늘 그랬듯이 단호하게...

      “그래 한 판 붙자! 우리가 잃을 것은 분단의 멍에이고, 북녘 동포가 자유를 찾으면서 이 땅 ‘만악(萬惡)의 근원’인 ‘백도혈통’(百盜血統)은 대(代)가 끊길 것이다.”

      이번에 ‘삐라’가 참으로 크고 중요한 일을 했다. 이어서 ‘국민의 군대’에게도 힌트를 하나 건넨다. 

      “무력도발(武力挑發) 같은 것에 지레 겁먹어서 그 무슨 ‘군사합의’만 되뇌지 말고, 전방의 대북(對北) 확성기나 다시 틀 준비를 하라. 그리고 언론에 흘려보라. 그러면 필시 며칠 안에 북녘의 상장(上將)쯤 되는 녀석이 판문점으로 허겁지겁 먼저 달려 나올 테니...”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