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한마디에, 靑 민간단체 겨냥해 '화살'… 자신만만한 北 "핵 개발에 매진" 천명
  •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미국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이라는 총론적 합의를 한 2018년 6·12싱가포르정상회담이 열린 지 2년이 지났다. 12일 현재 남북관계는 때 아닌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라 비핵화 문제는 가려지는 모습이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각론적 합의로 구체화되는 듯했지만 결렬됐다. 이후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방치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11일 김여정의 문제제기 일주일 만에 답변을 내놨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브리핑에서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 처벌 근거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한 6·4합의서, 노태우 정부에서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박정희 정부의 7·4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공동발표에 담긴 전단 살포 중단 합의를 제시했다. 반면 그동안 남북이 합의했던 한반도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6·12미북정상회담 2주년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비핵화오 관련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대북전단 살포'라고 규정하는 북한의 프레임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SC는 이미 올 들어 세 차례 감행된 북한의 도발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때도 별다른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태도를 보였던 셈이다.

    北 리선권 "평화번영 낙관은 악몽 돼… 힘 키울 것"

    북한은 이날 6·12회담 2주년을 맞아 그동안 기대했던 평화 분위기 조성에 성과가 없으니 미국에 맞설 핵무력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리선권 외무상은 담화에서 "두 해 전 한껏 부풀어올랐던 조미(북미) 관계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버렸다"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고, 미국도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협상보다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양측이 당분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인권단체 "표현의 자유 존중 요구해야"

    대북전단 살포 처벌을 놓고 통일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이유로 통신연락선을 차단하자 '대북전단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전면적인 남북관계 단절을 재고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는 것이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6·25 관련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 100만 장을 살포할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미국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풍선을 막을 게 아니라 북한에 표현의 자유 존중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탈북민들은 공격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학계·법조계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행태는 북한에 대한 과도한 굴종과 눈치 보기"라고 질타했다. 자유법치센터는 '통일부 조치가 언론·출판의 자유에 어긋나고 인권도 침해한다'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