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1차 회담 뒤 컴퓨터 보존, 2차 회담까지 보강… 트럼프, 보고 받았지만 대화 고집"
  • ▲ 2016년 3월 핵무기 공장을 찾은 김정은. 구 형태의 물건이 탄두 장착용 핵폭탄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3월 핵무기 공장을 찾은 김정은. 구 형태의 물건이 탄두 장착용 핵폭탄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2월 하노이회담 때까지 6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이하 현지시간)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싱가포르회담 이후 8개월 동안 꾸준히 핵무기를 생산하고 핵 관련 시설을 보강했다는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북한과 대화를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를 공개적으로 폭파하면서 외부 검증을 거부했는데, 상업용 위성사진으로 이 지역을 관찰한 결과 관제실과 핵실험 운영 컴퓨터, 기폭장치 관련 시설 등은 매우 조심스럽게 온전히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또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 때까지 6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만들었다”는 소식통의 주장을 전했다.

    “北, 트럼프에 단계적 비핵화 먹힐 것이라 생각”

    이 소식통은 “북한이 당시 핵무기를 계속 개발 중이라는 증거가 확실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트럼프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깨질 것을 우려해 (김정은을 대하는) 태도를 매우 순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회담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가 실행될 때에 한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협상에서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맞춘 부분적 제재해제라는 단계적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먹힐 것이라고 생각해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계속 보강했고, 그 결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는 아무런 합의 없이 회의장을 나서게 됐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 ▲ 2016년 9월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귀빈석에서 로켓 엔진 시험을 보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9월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귀빈석에서 로켓 엔진 시험을 보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창리 시험장 외에도 복구 가능 핵시설 여럿

    <뉴욕타임스>는 또 최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움직임이 ‘비핵화 개념’에 대한 미국과 북한 간 합의의 모호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싱가포르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이미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과 북한 간 생각 차이를 강조했다.

    싱가포르회담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이미 해체하고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을 믿었지만 실제 시험장 해체작업은 2018년 8월까지만 이행됐고, 이후 하노이에서 두 번째 만날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 운영자 제니 타운 박사는 “최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동향을 보면 시설 해체가 아니라 확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한 뒤 미국의 테러지원국 대상에서 빠진 뒤 다시 복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평행선 뒤편(Beyond Parallel)’ 계획이 지난 8일 공개한 상업용 위성사진만 봐도 북한이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로켓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계속 작업 중인 것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北은 오래 전부터 해오던 게임을 하는 중”

    그러면서 지난 1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의회에 출석해 “북한은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일과 함께 북한이 지난해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 확장공사를 끝냈고, 그 결과 무기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 생산량이 2배에 달하게 됐다는 타운 박사의 분석을 전했다.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지휘본부 등 대형건물 2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등 폐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북한이 언제든 핵시설을 원상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 대해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북한과 모든 대화를 보면 진짜 바뀐 게 없다”며 “그들은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게임을 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부전문가들이 참관하고 검증하는 가운데 비핵화를 하는 게 아니라면 북한당국이 말하는 비핵화는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