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영계 "대화 형식 전향적 검토…밥그릇 싸움 할 때 아냐"… 노동계 "경사노위 있는데 왜 만드나"
  • ▲ 정세균(왼쪽) 국무총리와 김명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 정세균(왼쪽) 국무총리와 김명환(오른쪽)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노동계가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별도의 '긴급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 대화 채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동안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사노위' 틀 안에서 이뤄졌다. 경사노위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선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새로운 대화 채널을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미 경사노위라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있는 데 민주노총이 불필요한 대화 채널을 구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21일 경영계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정 총리는 이날 '긴급 노사정 대화 채널'과 관련해 경영계의 협조를 당부하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경영계·노동계 만나 새로운 대화 채널 논의

    긴급 노사정 대화 채널은 경사노위와는 별도의 사회적 대화 채널이다. 우한코로나 위기 극복을 논의하는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주 목적이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의 틀에서 벗어난 채널에서 사회적 대화를 하자며 긴급 노사정 대화 채널의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정리해고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경사노위를 탈퇴한 뒤 불참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주기적으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해 논의가 됐으나 항상 합의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 논의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1월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이 논의됐으나 부결됐다. 이후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안건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총리는 지난 17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정 총리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정부와 경영계는 코로나 사태의 빠른 종식을 위해 대화 형식에는 구애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노동계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별도 채널 설립에 반대한다. 경사노위라는 공식 사회적 대화 채널이 있는데 새로운 대화 채널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같은 입장을 정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별도의 대화 채널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사노위에서 이미 우한코로나 극복을 위한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사노위에서는 현재 우한코로나 사태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호텔, 항공, 건설 업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간담회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초에는 경사노위를 통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노사 협력으로 고용 유지 노력을 다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합의도 발표된 바 있다.

    노동계, 별도 대화 채널 설립은 부정적

    공공서비스노조총연맹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중앙노동위 등 큰 권한이 있는 정부기구에는 참여하면서 유독 사회적 책임을 동반하는 경사노위에만 불참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은 방기하고 그 영향력만을 확대하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의 비판적 시각과 달리, 경영계 등은 민주노총의 별도 대화 채널이 성사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형식에 상관없이 노사정 대화가 시급하다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 내부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것과 다르게 정부와 경영계는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국가적 위기 앞에 밥그릇 싸움을 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