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망시 최소 3년~무기징역…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12대 중과실'
  • 지난 3월 25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인 '민식이법'의 시행 이후 운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3월 25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인 '민식이법'의 시행 이후 운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김모(42·남)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의 형평성에 불만을 표했다. 교통사고의 특성상 운전자의 부주의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실수로도 사고가 발생하는데,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다. 그는 "아무리 운전 잘해봤자 애들이 술래잡기라도 하다가 차에 부딪히면 운전자 인생이 끝장나는 거 아니냐"며 "민식이법 가해 운전자도 23km/h로 달리다가 사망사고를 냈는데, 스쿨존에서는 기어가라는 이야기냐"고 말했다. 

    노원구에 사는 워킹맘 배모(38·여)씨 역시 민식이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애들은 부모가 아무리 '뛰지 마라'고 주의를 줘도 그 때뿐이다"며 "이 법은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 처벌 된다는데, 대한민국에서 운전자 과실 0%인 교통사고가 있기는 하느냐"고 물었다.

    지난 3월 25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인 '민식이법'의 시행 이후 운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시 '무기징역'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으로 나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 등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상해·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중 운전자들이 문제로 꼽는 것은 특가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전자는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상해를 입힌다면 500만원~3000만원의 벌금형이나 1~15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운전자들은 보행자(어린이)의 과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사고가 음주 운전과 같은 '고의적 범죄 행위'와 비슷한 형량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2018년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윤창호법'에 의하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찰은 지난 5일 "민식이법 관련 사고는 경찰청에서 직접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히며 운전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모양새지만 운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이 모든 대책이 민식이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찰이 모니터링 하면 법안이 바뀌기라도 한다는 말인가"라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심씨 역시 "차라리 스쿨존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며 "사고가 난 이후에 모니터링만 해서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민식이법, 형평성과 부작용 고려하지 않아"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규정 속도와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 운전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쿨존 규정 통행속도를 준수했는지, 전방을 주시하며 안전 운전했는지 등을 따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규정만 잘 지키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법원 판례를 보면, 차 대 보행자 사고에서 대부분이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밤중에 만취한 보행자가 빨간불일 때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 있다"며 "법원은 피해자가 만취한 점, 늦은 밤이었던 점, 빨간불에 무단횡단 했던 점 등을 모두 감안하고도 운전자에게 40%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12대 중과실에 속하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나면 무조건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통사고 전문가 한문철 변호사는 "민식이법은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며 "운전자가 운전을 잘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해 어린이가 사망했고, 조금의 과실이라도 있으면 징역형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을 면하려면) 스쿨존 진입 시 자동차의 시동을 끄고 차를 뒤에서 밀면서 빠져나가라"면서 "처음부터 스쿨존에 진입 자체를 하지 말고 유턴해서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