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기습발의→ 10일 국무회의→ 11일 관보… 국회 의결 2/3 찬성 땐, 30일 안에 국민투표
  •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발안 원포인트개헌안 국회발의를 제창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발안 원포인트개헌안 국회발의를 제창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기습발의되면서 논란이 일었던 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직후인 지난 11일, 슬그머니 관보에 개제됐다. '국민발안제'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 후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절차만 남게 됐다.

    여야 국회의원 148명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헌법 제128조 1항을 개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기존 조항은 '헌법 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여기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 인 이상'을 덧붙여 국민이 직접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다. 

    6일 기습발의→ 10일 국무회의→ 11일 관보 게재

    이 개정안은 지난 6일 기습발의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1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11일 관보에 실렸다. 개정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 20명의 서명이 담겼다. 이번 관보 게재는 헌법에 명시된 개정 절차에 따른 것이다. 헌법은 헌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대통령은 20일 이상 공고하도록 했다. 

    이후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헌법은 즉시 개정된다. 개정 절차에 따르면 관보 게재로 헌법 개정안이 공고됐다. 이제 국회 본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만 남은 셈이다. 
  • ▲ 관보에 게재된 헌법개정안.
    ▲ 관보에 게재된 헌법개정안.
    이번 헌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지적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헌법 개정안과 관련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했다.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헌법 개정 국민발안제 도입의 쟁점'에 따르면 "헌법 개정 국민발안제가 다수결로 선출되는 국회나 대통령의 제안에서 소외된 사항을 국민이 스스로 제안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극단적인 대립의 산물이 되거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을 도입하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홍세욱 변호사는 "100만 명이라면 우리나라 유권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숫자인데 나라의 틀인 헌법을 지나치게 소수가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며 "민노총이나 전교조와 같은 다수의 조합원을 보유한 단체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헌법 개정을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노총이나 전교조가 마음 먹으면 헌법 개정 시도"

    이번 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당론으로 헌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 동료의원들도 더이상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자 명단에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통합당 의원이 포함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초 이 개정안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목표로 발의됐다. 개정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통합당의 한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발의 당시에는 27일 본회의에 올리고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말들이 있었다"면서도 "당에서 반대 당론을 정했고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이번 개정안은 폐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본회의를 통과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헌법 개정이라는 중요한 사항을 공론화 과정은 물론 당과 상의도 없이 발의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헌법을 가지고 여당과 야합하는 일부 세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무책임한 야합에 대해 반드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법 개정안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안상수 통합당 의원은 이를 철회했다. 안 의원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개정안이 발의된 후 미래통합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해 저도 당연히 당론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