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바람잡이 역할 '정개련' 용도폐기… 정개련 "민주당이 마타도어" 강력반발
  • ▲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와 비례연합정당을 꾸리고 4개 정당과 참여 협약을 맺었다. 정치개혁연합과 이를 따르는 정당은 사실상 배제했다. ⓒ박성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와 비례연합정당을 꾸리고 4개 정당과 참여 협약을 맺었다. 정치개혁연합과 이를 따르는 정당은 사실상 배제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친문 그룹이 주도하는 '시민을위하여'와 4개의 군소정당들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했다. 민주당이 진보 원로들로 구성된 정치개혁연합과 함께하는 것과 선을 긋자마자 발빠르게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한 것이다. 민주당이 '조국 수호'를 외치던 친문 플랫폼과 손잡으면서 결국 비례연합정당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18일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와 이에 참여하는 군소정당 4개와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했다. 이로써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정당은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으로 정해졌다. 당명인 더불어시민당은 촛불시민이 주체가 된다는 의미에서 '시민'이란 단어와 '함께한다'는 의미의 '더불어'를 합친 뜻이다. 

    이들은 출범과 함께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 녹색당, 미래당 등에 빠른 참여를 촉구했다. 시민을위하여의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동참이 불분명한 정당이 있다"며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먼저 동참한 정당으로 출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개련 측은 이를 형식적인 '독촉'으로 보고 있다.

    두 달 전 창당, 신생정당 포함 4개 

    시민을위하여는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를 중심으로 구성된 플랫폼 정당이다. 협약한 정당들도 친민주당 성향으로 지난 1월 창당한 정당도 있다. 이들은 사실상 민주당의 외곽세력으로 분류된다. 

    당초 민주당은 비례정당 참여를 고민하던 당시 이를 공론화했던 정개련과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따르면, 정치개혁연합을 주도하는 하승수 집행위원장과 함세웅 신부 등 원로들이 총선 후에도 정당을 해산하지 않고 비례연합정당을 세력화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 "정개련 정치세력화 원해" vs 정개련 "근거 없는 마타도어" 

    정개련 측의 주장은 다르다. 하 집행위원장은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총선 후 해산하고 단 한 사람도 출마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는데 근거 없는 마타도어가 민주당 측에서 나온다"면서도 "선거연합정당이 잘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대의를 위해서는 같이하지 않겠나"라며 비례연합정당 참여에는 문을 열어놨다.
  • ▲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이
    ▲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이 "비례연합정당을 양정철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하 위원장은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양정철 원장이 주도하고, 이근형 당 전략기획위원장이 협상권을 위임받았다고 한다. 정치개혁연합 원로분들이 민주당에 확인했다"며 "녹색당이나 미래당이 시민을위하여보다 정치개혁연합이 플랫폼으로 적합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양 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민주당이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소통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녹색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원외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참여 정당을 선별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과 플랫폼 통합을 위해 노력하라"고 통합된 비례연합정당을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한 녹색당·미래당·민중당 등 정개련과 뜻을 같이하는 세력과는 선을 그었다. 이들 정당의 성향과 총선 후를 고려할 때 선거를 같이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 협약 정당명도 몰라… 민주당, 보도자료에 오기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총선 후 비례정당에서 배출된 비례대표 의원들이 각자의 정당으로 돌아가 활동하며 각자 정당에 맞는 정치를 하면 될 것"이라며 "이런 계획을 가지고 (비례연합정당을) 준비하고 있고, 이런 원칙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비례후보 순번을 양보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이런 류의 후보를 정당 추천만 받아 그대로 선순위로 올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개련과 따르는 당들이 추후 참여하더라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전문가들은 정개련을 이용해 비례정당 창당의 명분을 쌓고 실리를 챙긴 민주당이 향후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명분을 찾다 함세웅·백낙청·함승수 등을 끌어들여 바람을 잡고 명분을 쌓은 뒤 용도폐기한 것"이라며 "속칭 '진보진영의 어른'들로 구성된 정치개혁연합이 향후 사안마다 입김을 넣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사실상 자신들만의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보도자료에 자신들과 함께 협약한 정당들의 이름도 잘못 표기해 눈총을 샀다. 민주당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협약식의 내용을 공개하며 참여 정당명에 가자평화당·가자평화인권당이 참여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문의를 받고 8분 뒤 보도자료를 급히 재배포해 가자환경당과 가자평화인권당으로 이름을 수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순한 오기"라고 해명했다.

    한편 민생당은 18일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바른미래당계인 김정화 공동대표는 "국민을 우습게 알며 당을 불법의 절벽으로 몰고가려는 분들은 그만 결기 있게 민생당에서 나가주길 바란다"며 최고위원회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대안신당계와 민주평화당계는 최고위원회의를 따로 개최하고 비례연합당 참여를 의결했다. 민주당이 이들의 참여를 받아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