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이상인 148명 발의, 2/3 찬성 땐 국민투표…'내각제' 기대, 김무성 이혜훈 등 찬성
  •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발안 원포인트개헌안 국회발의를 제창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발안 원포인트개헌안 국회발의를 제창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우한코로나의 확산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 148명이 원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했다. 헌법 개정안을 국민 100만 명 이상 동의로 발의할 수 있게 하는 '국민발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헌법 개헌안이 국민의 시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이에 기자회견도 없이 '기습 발의'되면서 일각에서는 "특정 세력이 개헌을 이용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헌법 제128조 1항을 개헌하기 위해 제출됐다. 발의된 개정안은 기존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에서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나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 인 이상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로 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명 '국민발안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노총·참여연대·대한민국헌정회 등 25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민발안개헌연대'는 일요일인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발안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의원 148명의 참여로 발의됐다"며 "국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광장민주주의를 투표민주주의로 전환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참여연대 속한 '국민발안개헌연대' 기자회견으로 알려져

    현재 국회 전체 재적의원은 295명이다. 이 가운데 과반인 148명이 개정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개헌안에는 더불어민주당 92명과 정의당 의원 전원(6명), 민생당 의원 18명을 비롯해 미래통합당 의원 22명도 참여했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중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김종훈 의원도 함께했다.

    문제는 국민발안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번 개헌안에 일부 의원이 참여한 미래통합당은 개헌 논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헌법 개정안 제출 이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쳐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헌법 개정안 제출 이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쳐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개헌안에 우리 당에서 김무성 의원 등 22명이 동참했는데, 개정안을 보면 유권자 100만 명 이상 참여하면 독자적 개헌안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100만 명은 민노총이나 전교조만 동원 가능하다"며 "(국민발안제가) 어떻게 이용될지 뻔히 예상된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일리가 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통합당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총선이 40여 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의된, 명백히 대의제와 의회정치에 대한 부정"이라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내용이고, 특정한 정치세력에 의해 헌법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법조계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홍세욱 변호사는 "100만이라면 우리나라 유권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데, 나라의 틀인 헌법을 지나치게 소수가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며 "거대양당이 100만 명을 모으는 것은 순식간이며, 헌법 개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 "유권자 1/10도 안 되는 소수가 … 헌법 좌지우지될 것"

    게다가 이번 개헌안이 제출되는 데에는 국민에게 이를 알리는 절차도 없었다. 이번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은 지난 6일 국회 의안과에 접수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이틀 뒤인 8일 '국민개헌연대'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알려졌다.

    개헌에 참여한 의원들은 개헌안을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안에 참가한 A의원은 이 개헌안이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지길 원했다. A의원은 "이번 개헌안이 총선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쳐져 앞으로 논의될 개헌 논의에 물꼬를 틔워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발의했다. 27일 본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개헌안에 참여하지 않은 미래통합당 소속 B의원은 "당내 논의도 없이 개헌안에 찬성하고 이도 모자라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가 정당하지 않은 개헌안이며 꼼수라는 증거"라며 "당내에 내각제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특정 의원과 그를 따르는 세력이 또 범여권과 협잡하려 한다면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내각제를 주장해온 김무성 의원을 겨냥했다.

    본회의 상정→ 의원 2/3 찬성→ 국민투표→ 과반수 개헌 

    개헌안에 참여한 김무성 의원은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역대 대통령마다 절대권력에 취해 있다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며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면서도 "국민개헌발안권은 지금 당장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개헌 논의는 21대 국회에서 국민에 뜻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의 말과는 별개로 이번에 제출된 헌법 개정안은 정부가 20일간 공고한 후 공고일을 기준으로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이 나올 경우 헌법은 개정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통령이 동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추진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이번 헌법 개정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명단이다.

    김삼화 홍일표 유민봉 박명재 김용태 이혜훈 강석호 김성태 김무성 여상규 백승주 이종배 이종구 안상수 장석춘 신용현 정병국 정진석 김학용 정갑윤 이명수 김수민 (미래통합당·22명)

    정운천 (미래한국당·1명)

    윤소하 추혜선 여영국 김종대 심상정 이정미 (정의당·6명)

    윤영일 천정배 박선숙 유성엽 채이배 김광수 최도자 박지원 장정숙 박주현 조배숙 박주선 장병완 김종회 주승용 최경환 황주홍 정동영(민생당·18명)

    김종훈 (민중당·1명)

    강창일 원혜영 이철희 백혜련 송영길 김병관 이원욱 김철민 박경미 김종민 김영주 오영훈 백재현 서영교 김경협 우원식 남인순 위성곤 이개호 김한정 강훈식 기동민 이석현 정성호 김영춘 이종걸 송갑석 제윤경 박범계 박찬대 서삼석 김진표 안민석 민병두 손금주 김부겸 전재수 서형수 심재권 박정 정춘숙 윤일규 이후삼 송옥주 김병욱 김두관 도종환 이학영 김민기 황희 금태섭 김정호 유동수 안호영 노응래 안규백 이상민 김영호 조정식 어기구 전현희 진선미 고영진 이상헌 오제세 유승희 김상희 한정애 박광온 우상호 정재호 신창현 신경민 이훈 권칠승 박홍근 홍익표 이용득 맹성규 권미혁 조승래 윤후덕 신동근 심기준 윤호중 김태년 인재근 임종성 최운열 홍의락 소병훈 (더불어민주당·92명)

    이태규 권은희 (국민의당·2명)

    김경진 이용주 정인화 강길부 김관영 이용호 (무소속·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