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올리면 수천 명 몰려가 '댓글'… 새벽 6시까지 밤샘, 중국인 아니라면서‘중국어 댓글’엔 과민반응
  • ▲ '룰루랄라 엠제이'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은 중국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쳐.
    ▲ '룰루랄라 엠제이'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은 중국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쳐.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2일 기자회견장에 차고 나온 ‘박근혜시계’를 두고 'nowpresent이과출신한자모름' '프로수족냉증러_소땡' '옥수수겨털차' 등의 닉네임을 쓰는 복수의 네티즌이 "악플 하나만 내리면 된다"면서 강력하게 '선플 추천'과 '악플 비추'를 요구하는 현장을 본지가 포착해 보도한 것은 지난 3일이었다.

    본지가 포착한 '댓글 여론조작' 현장의 모습은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학생들, 특히 조선족들이 주도적으로 댓글에 참여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어느 조선족의 고백'이 사실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 단서였다. 본지는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들 네티즌의 실제 트위터 닉네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 일부는 자신의 아이디가 드러났음에도 “나는 한국인이니 상관없다"면서 "너희가 짖든 말든”이라며 멈추지 않고 댓글조작을 계속하는 오만한 모습이다. 다른 네티즌들은 "이들이 한국인을 위장한 중국인이라면, 시쳇말로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졸(卒)’로 본다는 뜻"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드러난 트위터 이용자들, 여전히 댓글조작

    '룰루랄라 엠제이'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중국 싫습니다. 시진핑 꺼져. 일본 싫습니다. 아베 꺼져. 됐냐? 조선족무새(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무조건 조선족이라며 비난만 반복하는 사람들)들아? ㅋㅋ 조선족 아님 퉤퉤퉤. 이니(문재인) 있는 대한민국 빼놓고 다 싫어 지금”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 ▲ 룰루랄라 엠제이는 열심히 좌표를 제시하며 팔로워들에게 댓글과 추천수 조작을 요구했다. ⓒ트위터 캡쳐.
    ▲ 룰루랄라 엠제이는 열심히 좌표를 제시하며 팔로워들에게 댓글과 추천수 조작을 요구했다. ⓒ트위터 캡쳐.
    그러자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한글로 적으면 뭐하냐. 중국 공안이 볼 수 있게 중국어로 적어야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룰루랄라 엠제이'는 “내가 한국인이니까. 븅신아 ㅋㅋ”라고 올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용자가 ‘김겨쿨(여론조작의 핵심중국인으로 지목된 인물)’을 비난하는 글을 올지자, 욕설을 하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이 (김겨쿨을 향해) "짱깨 조선족의 X년"이라고 비난하자, 작성자에게 "어디서 욕지거리야. X노무 X끼야"라며 "스팸-악성링크/가학유해-제3자로 신고해달라"고 팔로워들에게 요구한 것이다. 
     
    ‘김겨쿨' 비난하자 돌연 흥분하며 욕설

    ‘룰루랄라 엠제이’는 이후 거의 쉬지 않고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포털 뉴스 좌표를 트위터에 올리고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댓글에는 추천,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에는 비추천을 눌러달라"고 요구했다.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또 다른 아이디 '옥수수 겨털차'는, 본지의 현장 포착 이후 ‘차이나 게이트’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6일부터 약국에서 1인당 마스크 2매씩 판매한다”는 소식과 “일반인들은 천마스크를 써도 문제가 없다”는 정부 주장을 중점적으로 퍼뜨렸다. 이에 반발하는 뉴스 댓글 '비추 요청'도 계속 올렸다. 그는 "문재인과 그에 충성하는 사람을 빼고는 거의 모든 사람을 싫어한다"면서 스스로 '대깨문'으로 포장했다. 

    '이과출신 한자모름'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용자는 ‘차이나 게이트’ 논란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 포털 뉴스 좌표를 올리며 추천·비추천 조작을 활발하게 요청했다. 그는 '여론조작' 현장의 단서가 포착된 지난 3일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트위터 활동을 계속했다.
  • ▲ 룰루랄라 엠제이와 옥수수 겨털차의 좌표가 함께 올라 있다. ⓒ트위터 캡쳐.
    ▲ 룰루랄라 엠제이와 옥수수 겨털차의 좌표가 함께 올라 있다. ⓒ트위터 캡쳐.
    중국어로 시진핑 비판하면 "폭파" 요청

    이들에게는 두어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을 비난하고 증오했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 비난은 기본이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윤석렬 검찰총장, 권영진 대구시장 등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 우한폐렴 치료에 동참한 이국종 전 아주대 의대 교수도 격하게 비난했다.

    이들이 가장 증오한 대상은 국내 언론이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등은 물론 공중파·종편 채널, 통신사, 경제신문까지도 그들에게는 모두 ‘기레기(기자+쓰레기)’로 통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자들은 ‘쓰레기’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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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을 끄는 점은 문재인 정부의 '자주적 정책기조'와 맞지 않게, 해외의 평판과 소식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몇몇 외신이 한국의 정책 등을 칭찬하는 보도를 내놓으면, 이들은 즉각 공유하고 기뻐하며 '선플'을 요청했다. 반면 누군가가 중국어로 시진핑과 공산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그 계정을 폭파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깨문? 중국 우마오당? 조선족중국인? 문제는 ‘조직적 활동’
  • ▲ 하루 만에 댓글 4500여 개가 달린 뉴시스 기사. 정부 세수가 줄어들고 국고가 비어간다는 내용이다. ⓒ카카오 뉴스화면 캡쳐.
    ▲ 하루 만에 댓글 4500여 개가 달린 뉴시스 기사. 정부 세수가 줄어들고 국고가 비어간다는 내용이다. ⓒ카카오 뉴스화면 캡쳐.
    또 다른 특징은 이들이 기사와 댓글 좌표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했다는 점이다. ‘대깨문’ 일부에서 주장하듯, 그들이 '조선족중국인 또는 중국과 무관한 개인들'이었다면 트위터를 사용해 여론조작 대상으로 삼을 기사와 댓글을 공유하고 실제 작업이 이뤄지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누군가가 트윗을 공유하면 즉각 움직인다는 특징을 보였다. 마치 피라미드 조직처럼 일사불란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일부 네티즌은 '옥수수 겨털차'와 '룰루랄라 엠제이'가 '마스크 5부제 판매' 기사에 댓글조작을 요청하는 모습을 정리한 트위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요청을 받고 댓글조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무려 수백 명 단위로 행동했다. 이들이 좌표로 제시한 5일자 기사 일부에는 최소 800개에서 최대 4500개의 댓글이 장마철 폭우 쏟아지듯 퍼부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 하나에 4500개의 댓글 '폭우 쏟아지듯' 붙어

    물론 해당 기사마다 ‘대깨문’과 조선족·중국인을 비난하는 댓글도 수백 개씩 붙었다. ‘차이나 게이트’에 충격받은 일반 네티즌이 단 댓글로 보인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최소 수백 명 단위의 댓글부대가 개별 기사나 댓글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집중포격하는 식으로 댓글을 단다는 점이다. 댓글로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규모를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들이 네이버 댓글작업을 할 때 쓰는 트위터 게시판이 따로 있다. 이들의 활동 방식을 보여주는 트위터 글이 5일 오전 11시 무렵 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여론부대'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6시 넘어서야 잤는데 왜 일어나서는…. 머리 회전도 안 되고…한 문장 쓰는 데 엄청 오래 걸리네. 자러 가야겠다”는 트윗을 띄운 것이다. 

    이 글은 사용자가 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 6시에 잠자리에 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아침 11쯤 자리에서 일어나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적인 직장인이나 학생이라면 보이기 어려운 생활 방식이다. 
  • ▲ 소위 대깨문들이 네이버 뉴스 댓글 좌표를 공유하는 트위터 스레드. ⓒ트위터 캡쳐.
    ▲ 소위 대깨문들이 네이버 뉴스 댓글 좌표를 공유하는 트위터 스레드. ⓒ트위터 캡쳐.
    국민들이 의심하는 합리적 이유

    ‘차이나 게이트’가 거론된 지난 2월 말 이후 많은 사람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 댓글부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를 놓고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는 몇몇 좌파성향 커뮤니티의 주장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선거에 개입하고 여론을 조작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도 유사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펄쩍 뛴 차이나 게이트’ 라는 5일자 칼럼에서 “대만과 캄보디아·뉴질랜드 선거까지 손을 뻗친 중국이 턱 밑의 한국에 대해 손 놓고 있다고 믿기는 참으로 어렵다"면서 "(2019년 등록외국인 기준으로) 국내에 한국말을 아는 중국 동포(조선족)가 34만 명, 중국인이 21만 명이다. 이 중에서 조선족과 유학생 일부가 댓글조직으로 활동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 게이트'와 관련한 본지 보도 이후 다수의 시민이 "중국인 댓글부대의 진실을 밝히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넣었다. "중국의 조직적 여론조작 및 국권침탈 행위를 엄중하게 수사해달라"는 청원에는 6일 현재 2만4098명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여론조작에 가담하고 있는 세력 확실히 적발해 주세요" "친문성향 네티즌들의 전수조사를 청원합니다" 등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청원만 6~8개에 달한다. 각각의 국민청원에는 수백~수천 명씩 동참해 사실규명을 요구했다. 나라의 존망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다. 사법기관이 수사에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