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 9일 SNS "수사 조작적 작태, 이승만 시대 맞먹어"… 추미애 장관 행태도 비판
  • ▲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의 권경애 변호사가 9일
    ▲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의 권경애 변호사가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태의 위중한 본질을 덮기 위해 공소장을 비공개했다"라고 지적했다. ⓒ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의 권경애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태의 위중한 본질을 덮기 위해 공소장을 비공개했다"며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라고 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1992년 12월11일 있었던 '초원복집' 내용으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공소장이 사실이라면 1992년 초원복집 사태는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는 것이 권 변호사 주장이다.

    권 변호사는 "(당시) 기관장들이 부산의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김대중 민주당 후보,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관권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며 "(이는)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에 의해 도청돼 폭로됐다"고 운을 뗐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추악한 관권선거"

    권 변호사는 이 비밀회동에 참가한 기관장들이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등이라고 했다. 그는 공안검사 출신의 김기춘 장관이 불법 관권선거를 모의한 중대범죄보다, '도청'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켜 본질을 흐렸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여론을 돌파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김기춘 장관이 보였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정윤회 문건 파동' 사건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이어졌다고 했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보다 '정윤회 문건 유출' 자체를 문제삼았다는 설명이다. "민주와 반민주를 뒤바꾸어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프레임 전환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유물적 작품이었다"고 권 변호사는 말했다.

    이 같은 '전유물적 작품'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목도됐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 등 8개 조직이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방경철청장을 이용해 상대후보를 비리혐의자로 몰아서 잡아 가두려 한 추악한 관권선거 혐의로 13명이 기소됐다"며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 전 행정관 한명이 목숨을 끊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보면 1992년의 초원복집 회동은 발톱의 때도 못된다"며 "감금과 테러가 없다 뿐이지 수사의 조작적 작태는 이승만 시대 정치경찰의 활약에 맞먹는다"고 권 변호사는 일갈했다.

    추미애 장관이 사태의 위중한 본질을 덮기 위해 공소장을 비공개했다는 말도 더했다. 또 "(추 장관이) 공소장 유출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며, 공소장 공개 시기에 대한 공론을 조장한다"고도 했다.

    권 변호사는 이 글 말미에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를 외치던 세력들이 김기춘 공안검사의 파렴치함을 능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화 세력은 독재정권을 꿈꾸고 검찰은 반민주주의자들에 저항하는 듯한, 이 괴랄한 초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할 사람은 입을 꾹 닫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야당이 저 모양이니, 총선이 지나면 다 묻힐 것이라고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총선 지나면 다 묻힐 것이라 기다리는 건가"

    앞서 권 변호사는 지난 7일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서도 추미애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정면 비판했다.

    당시 권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 결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통제했지만, 막아질 일이 아니다"라며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그 분은 가타부타 일언반구가 없다"며 "이 곳은 왕정이거나 입헌군주제 국가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변 소속의 권 변호사는 2019년 7월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 중이다. 앞서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 범시민사회공동대책협의회 법률자문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자들의 공소장을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 1265호) 6조와 11조에 따라 '형사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라는 것이 당시 법무부 설명이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법무부는 5일 다시 설명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공소장 공개는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이다, 또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해명이었다. 

    법무부 연이은 해명에도 논란 여전 

    국민의 알 권리, 국회법 등 상위 규정과의 충돌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추미애 장관은 6일 '공소장 비공개'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의정관) 개소식에서 추 장관은 "미국도 1회 공판기일이 열리면 그때 (공소장을) 공개한다"고 말했었다. 이를 두고서도 '미국 전체에서 공소장 비공개가 원칙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등의 뒷말이 나왔다. 

    그러자 법무부는 7일 또 '기소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와 관련해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갖춘 나라들에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 절차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때에는 기존에 '비공개 근거'로 제시한 법무부 훈령 외 형사소송법 47조 등을 거론하며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은 소송상 서류로서 공판의 공개 전에는 공개하지 못함이 원칙'이라고도 했다. 추 장관이 세 차례나 걸쳐 전한 '공소장 비공개 사유'를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권 변호사의 지적에 앞서 참여연대는 5일 입장문을 통해 추미애 장관의 설명을 '궁색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 없다"며 "기존 관례와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추 장관이 왜 청와대의 선거개입 관련 공소장부터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공소장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3·15 부정선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등의 쓴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