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통위 6일 한국당 추천 KBS이사 선임 건 부결… "이사회, 기울어진 운동장… 공정성 무너질 것"
  • ▲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자신의 KBS 이사 선임 건을 부결시킨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변호사는 방통위가 밝힌 부결이유가 방송법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상윤 기자
    ▲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자신의 KBS 이사 선임 건을 부결시킨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변호사는 방통위가 밝힌 부결이유가 방송법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상윤 기자
    "이번 일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이헌(59) 홍익법무법인 변호사를 만났다. 이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6일 자신의 KBS 보궐이사 선임 건을 부결시킨 데에 대해 "방통위가 제시한 부결이유가 방송법에 따른 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적폐로 몰아 '정치보복'을 했던 행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작업을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언론장악 실태를 알리는 마중물로 삼아야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KBS는 국민의 방송이지 정권의 방송이 아니다"면서 "이번 사건은 저에게 언론장악을 막으라는 사명이 부여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천영식 KBS이사의 4·15 총선 출마선언으로 공석이 된 KBS 보궐이사에 야당(자유한국당) 몫으로 추천됐지만, 6일 방통위로부터 이사 후보가 되기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KBS 이사는 11명으로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관례적으로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해왔다. 방통위가 야당 측 추천 인사의 이사 선임 건을 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위는 이 변호사의 선임 건을 부결시키면서 그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으로 있으면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으며,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법무부의 감사로 해임됐던 적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KBS 공영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여야가 추천하도록 한 관례를 무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에서 야당의 추천을 거부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6일 방통위 관계자로부터 저의 KBS 이사 선임의 건이 부결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KBS 이사회는 그동안 여당 추천인사 7명과 야당 추천인사 4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왔다. 이런 관례가 이어진 것은 공영방송인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를 설치하라고 규정한 방송법의 입법취지를 살린 것이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권이 방송을 독점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위해 이런 내용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검찰이 돼서는 안되는 것처럼 방송도 정권의 방송이되면 안되는 것이다. 방송에 정권의 입김이 서리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에서 추천한 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야당의 추천은 방송법이 정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당연히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을 위해 이어져왔던 전통을 무시하고 야당 몫까지도 정권의 취향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부결판단을 내린 사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특조위 활동과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서 해임됐던 건을 문제시 삼았다. 이런 내용들은 방송법이 규정한 이사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방통위 내부에서 '그 사람(이헌 변호사)은 절대 안돼'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세월호 특조위 관련해서는 제가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저는 당시 '진상규명을 해야만 한다'고 했던 사람이다. 특조위 활동과 관련해서 고발도 수차례 당했지만 모두 각하되거나 불입건 처리됐다. 최근 새로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꾸려져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재조사가 이뤄졌지만 저는 고발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지난 6일 경기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제가 KBS 이사에 걸맞지 않은 부적격자'라고 언론시민단체가 시위를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과거 적폐 언론인으로 찍혀 KBS에서 좌천된 분들의 법률 대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언론노조가 저에 대한 반감이 생겼던 것 같다."
  • ▲ 이헌 변호사. ⓒ정상윤 기자
    ▲ 이헌 변호사. ⓒ정상윤 기자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무관하지 않아보이는데.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해임 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적폐기관장'인 이헌 이사장을 사퇴시킬려고 하다가 안되니까 법무부 감사를 했고 결국 해임시킨 것이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성과를 냈다. 외부활동 경력을 활용해 변호사협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고, 공단의 활동을 위한 여러 입법도 이뤄졌다. 후원금도 크게 늘어났다. 배우 김고은씨를 홍보대사로 삼아 사람들이 잘 모르던 공단의 '존재' 자체를 크게 알린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갑자기 적폐기관장으로 지목되면서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

    당시 공단 노조에서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 변호사 일을 주겠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제기했다. 제가 "안된다"고 했더니 노조는 두달 동안 파업을 했고, 여기저기서 사퇴권유가 이어졌다. 이후 법무부 감사가 나왔고 해임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모두 짜여진 듯이 진행됐고, 제 후임으로 이사장 자리에 앉은 사람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었다. 노조의 파업이 '하명(下命)파업'이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야당 추천인사 자리에는 누가 들어가나. 다시 추천받을 가능성은 없나.

    "자유한국당 측에서 다른 사람을 추천하게 될 거 같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방통위에서 계속 부결을 시켜버린다면, 야당이 추천을 하더라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이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결을 시킨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부결된 사람을 다시 추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편향된 성향을 가질 경우, 어떤 일들이 발생할 것으로 보나.

    "야당 추천 이사 4명중 1명은 과거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인물로 사실상 야당측 인사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번에 제가 부결되면서 현재 KBS 이사 10명 중 야당측 인사는 2명인 상태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 이사회가 이런식으로 구성된다면 정권 비호방송, 어용방송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KBS의 <오늘밤 김제동> 등 왜곡방송이나 '땡문뉴스'라고도 불리는 편파보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KBS 보도를 적극 이용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이사로 앉으면 편파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이고, 그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며, 광고수익도 소비자인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이런식으로 운영되서는 안된다."

    ―대응은 준비하고 있나.

    "공단 이사장에서 해임되고 나서 마음을 정리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사법적폐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까지 잡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한변 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국민통합연대' 등의 법률지원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력하게 나마 폭주정권의 심판에 기여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국 사태 이후로는 총선과 관련해서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피해자라서가 아니다. 이제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KBS 이사 부결 건과 관련해서는 관련 기사들이 계속 나가고 있고, 미디어연대에서도 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KBS 공영노조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저에게 언론장악을 막으라는 사명을 부여한거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언론장악을 막는 것이 이번 총선의 쟁점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 ▲ 이헌 변호사. ⓒ정상윤 기자
    ▲ 이헌 변호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