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개학 연기 검토"→ 교육부 "연기 안 한다"→ 교육청 "취소"… 학부모만 발 동동
  • ▲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데일리DB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개학 연기’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초·중·고교의 개학일이 당장 이번주와 다음주에 몰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깊어지지만, 교육당국은 연기 없이 학교를 정상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대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방침을 발표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미 개학한 초·중·고교는 1312개교 중 132곳(10.1%)이다. 오는 31일까지 개학하는 학교는 500곳이 넘어 이번주에 절반 이상의 서울 초·중·고교가 수업에 들어간다. 초등학교의 경우 90%가 개학한다. 

    현재까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자체적으로 개학을 연기한 학교는 초등학교 7곳, 유치원 2곳이다. 초등학교는 강남구 봉은초·청담초·압구정초, 관악구 남부초, 동작구 문창초·영본초, 용산구 삼광초 등이다. 유치원은 남부초·문창초의 병설유치원이다. 

    우한폐렴 확산을 우려해 개학을 연기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교육당국은 개학 연기를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 연기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약 5000명이 동의했다. 

    당초 개학 연기를 검토하겠다던 교육청은 돌연 방침을 철회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9일 김원찬 부교육감 주재로 우한폐렴 관련 실·국장대책회의를 열고 "개학 연기는 현 상황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서 전체적인 학사일정에 대한 방향제시가 있었고, 실제로 현재 (학교현장에) 확진환자가 없는 점을 고려해 정상운영이라는 (정부) 의견에 대해 우리 교육청도 같은 관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8일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우한폐렴 상황이 위중하다”며 “개학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하루 만에 개학 연기 방침을 철회한 이유는 교육부와 우한폐렴 대책이 달라 교육현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교육청 '개학 연기' 두고 엇박자… 교육현장 혼란 가중

    교육부는 28일 박백범 차관 주재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영상회의를 한 뒤 개학 연기를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현재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학생과 교직원들을 파악해 14일간 자가격리하고 등교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권한대행은 30일 원내정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조 교육감은 부처와 조율도 안 하고 초‧중‧고교 개학 연기와 휴업 검토를 발표했지만,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학교 정상운영을 발표했다”며 “교육청과 정부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데 어느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겠는가”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는데 교육청과 교육부는 서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발표하면서 현장의 혼선을 빚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단체에 소속된 이모 씨는 “내일이면 개학해 딸이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며 “정부나 학교차원에서 개학 연기가 없다면 당분간은 자체적으로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