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태극기집회 별도 개최 섭섭"… 당원들 "어떻게 만든 당인데..."당사앞 격렬 항의
  • ▲ 지난해 12월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국회 통과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우리공화당원.ⓒ뉴데일리DB
    ▲ 지난해 12월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국회 통과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우리공화당원.ⓒ뉴데일리DB
    홍문종 공동대표의 당 윤리위원회 피소로 우리공화당내 갈등이 표면화한 후 홍 공동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홍 공동대표는 지난주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전광훈 목사 측과 태극기집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18일 동아일보사 앞에서 홀로 집회를 열었다. 또 전 목사가 대표를 맡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이날 집회에 5분 연사로 초빙됐지만, 연설 전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호하는 모습 등이 연출돼 주최 측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우리공화당의 공식 태극기집회는 부산에서 열렸다. 같은 날 홍 대표는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앞에서 우리공화당 당기를 들고 따로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참석자가 수백 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집회에서는 집회 행렬을 뚫고 차량이 돌진해 당원 9명과 경찰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상황. 

    우리공화당 태극기집회가 분열된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20일 오전 10시, 당 사무처 앞에는 당원 30여 명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리가 어떻게 만든 당인데"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진정하라는 당 지도부 몇몇 인사를 향해서도 "왜 조용히 하라고 하느냐"며 격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공화, 내홍이 위기로 안 비치게 경계중… "신사적 합의 필요" 목소리

    우리공화당 지도부는 태극기집회 분열과 두 공동대표 간 갈등설이 당의 위기로 비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최고위에 홍 대표는 불참했다. 조원진 공동대표 역시 홍 대표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른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조·홍 두 대표 간 갈등과 관련 "신사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최고위원은 "남녀가 결혼했다 뜻이 안 맞아 이혼할 수도 있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혹평을 늘어놓게 마련"이라며 "우리가 화났다고 상대를 향해 삿대질하는 건 경솔하다. 절대로 물리적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조용한 이혼'을 주문했다.

    최고위원회에서는 "우리가 가는 길이 정당하다는 걸 보이는 게 최상책"이라며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현재 청년당원들이 "우리공화당 이름은 제 것" "조원진이 박근혜를 배신했다" 등 발언을 문제 삼아 홍 대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지만, 홍 대표를 밀어내는 모양새는 최대한 삼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원진, 홍문종 향해 "태극기집회 별도 개최 섭섭" "통합 안 하고 우리 갈 길 간다"

    조 대표는 최고위원회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홍 대표에게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를 끝낸 조 대표는 "그 전에는 홍 대표 하는 일에 대해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 태극기집회를 따로 열겠다고 한 건 당내 분열로 비쳐질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다"며 "그 일은 나도 몰랐고 최고위원들도 몰랐다. 이견이 있으면 당 안에서 상의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두 공동대표 간 갈등이 당의 분열로 보이는 모습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조 대표는 그러나 보수통합과 관련해선 단호하게 원칙을 강조하며 정당득표를 노린다는 전략을 감추지 않았다. 

    조 대표는 "(홍 대표가) 한국당이 1차로 새보수당과 통합하고 2차로 우리 당과 통합한다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많은 유권자들이 우파에도 정의당 같은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 비례투표는 우리 당에 던지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홍 대표가 '한국당이 먼저 새보수와 통합하고 그다음엔 우리와 합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홍 대표의 사견으로 치부하며, 통합 없이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이다.

    홍 대표 추천 사무총장 2명 불명예 퇴진… 공동대표 입지 타격

    우리공화당 사무처 직원과 당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 대표와 조 대표 간 갈등은 홍 대표가 공동대표로 선임된 지난해 6월 이후 당 사무처장 인선을 두고 불거졌다. 그 전에 홍 대표 측이 조 대표를 몰아내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었다. 

    우리공화당은 지난해 7월 홍 대표의 추천에 따라 권석창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문제는 권 사무총장이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정당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인지연 우리공화당 대변인에 따르면, 권 사무총장이 선임된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원자격 없음'이라는 통보를 하며 '직권으로 당원권을 정지하겠다'고까지 했다. 권 사무총장은 한 달 만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당내에서는 홍 대표가 과연 권 사무총장이 정당활동을 할 수 없는 무자격자인지 몰랐나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권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오경훈 사무총장 역시 홍 대표가 추천한 인사였는데, 오 사무총장은 당비 1억2000만원을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서울시에 채무이행조로 납부해 당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사유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당원들 "우리가 어떻게 만든 당인데 날로 먹으러 드나"

    우리공화당 당원 30여 명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당 사무처 입구를 지키고 서서 홍 대표를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해 6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 천막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집행 당시 갈비뼈가 4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책임당원 구모(53세·여) 씨는 "이 당이 우리가 어떻게 만든 당인데 날로 먹으려 드나"라며 홍 대표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구씨는 "당을 운영하다 보면 서로 이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홍 대표는 도를 넘었다"며 "홍 대표가 당에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당은 아무런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분열이네 마네 하는 말은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고함치듯 말했다.

    이어 다른 책임당원 서모(60세·여) 씨는 "조원진 사당화라는 비판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서씨는 "우리 당은 조원진 것도 아니고 박근혜 것도 아니다. 조원진 대표가 잘못해도 똑같이 들고일어나는 게 우리 당원들"이라며 "홍문종 대표는 그동안 결별하겠다는 사인을 몇 번이나 냈다고 본다. 알아서 물러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