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내려놓겠다는 황대표 이야기, 빈말 아닐 것”… 정치권 일각, 극적 대통합 기대
  • ▲ 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엿새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하는 모습. 황 대표는 새해 첫날
    ▲ 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엿새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하는 모습. 황 대표는 새해 첫날 "통합의 정의, 분열은 불의"라며 '자유민주 세력'의 통합을 재차 강조했다.ⓒ뉴데일리DB
    유승민계 의원 8명이 3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5일 새로운보수당에 전원 합류하기로 하면서 야권 정계개편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또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복귀 선언으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구도는 시계제로 상태다. 

    한국당, 안철수계에 눈독… 새보수당엔 거리 둔 듯

    그런 가운데 그동안 보수 통합의 키맨으로 꼽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보수당이 통합의 아웃사이더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에게 정계 복귀 신호를 보냈다는 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국당이 새보수당보다 안철수 전 대표 측에 더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장진영 비서실장은 “우리 당의 김중로, 김삼화, 김수민 의원을 황교안 대표가 직접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이는 누가 봐도 한국당발 정치공학적 언론플레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안철수계 의원들도 이 보도가 사실인지 아니면 오보인지를 분명히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기정사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황교안 대표는 지난 1일 당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유승민 의원을 ‘유아무개’로 지칭하며 , 유 의원측과의 통합에 연연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황 대표는 ‘유승민 의원측과 통합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합 얘기를 하면 꼭 유아무개를 거명하는데”라며 “제가 생각하는 통합은 큰 통합이다”라고 답했다. 또 황 대표는 “당의 문호는 항상 열려 있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말만 놓고 보자면 황 대표가 지분을 나누는 당대당 통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황 대표는 통합추진위원회를 제안하면서도 “크든 작든 통합은 될 것”이란 말도 했다. 상황에 따라선 ‘작은 통합’, 즉 특정 정파를 배제한 통합을 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새보수당 측 유승민 의원은 3일 탈당선언 기자회견에서 “당장은 창당에 전념하겠다”며 보수 통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역시 이틀 전 황교안 대표가 “대부분의 대화가 완전히 실패한 적은 없었다. 매듭을 짓는 게 쉽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국당은 또 2일 탈당자 재입당을 전면 허용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밝히며, “재입당 전면 허용으로 보수대통합의 첫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란 논평을 냈다. 전희경 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교안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밝힌 보수대통합 여정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새보수당 등 중도보수 정치인을 향해 ‘개인 자격 재입당을 막지 않겠다’는 수준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당이 새보수당과의 통합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임과 동시에 다른 탈당 인사들을 입당시켜 새보수당 측 인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한편 새보수당이 통합 논의 과정에서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시각도 있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자유우파’ ‘모든 자유민주세력’과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유승민 의원은 이른바 3원칙이라며 △탄핵 찬반 불문 △보수가치 재정립 △제3지대 통합 정당 수립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 중 특히 ‘제3지대 통합 정당 수립’은 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하자는 제의로 한국당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몸을 낮춰야 하는 것은 유승민 의원측”이라고 말했다.

    황교안도 군소정당도 몸 달아… 다음주가 분수령이긴 한데

    여의도 정치권의 또 다른 인사는 새보수당과 한국당 간 통합 전망에 대한 질문에, 새보수당 창당이 완료되고 안철수 전 대표가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주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설 전에 통합의 얼개가 나와야 설 민심을 잡을 수 있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통합 화두를 던진 황 대표가 약간이라도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고, 군소정당 역시 그대로는 총선에서 필패라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통합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해 첫날 “통합은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고 선언한 황교안 대표나 범중도보수 정당 모두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 정치권 인사는 이어  “다만 공천을 줘야 하는데 공천을 안 주면 들어가기 힘들다. 공천 보장이 아니라면 경선 기회라도 황 대표가 줘야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황 대표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천까지 고려하면 새보수당과 통합 더 힘들 듯 황교안, 안철수에 통큰 양보?

    문제는 공천까지 고려했을 때 황 대표가 덮어넣고 모두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동구을의 경우에  한국당 인재영입위원인 김규환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공을 들여온 데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도태우 변호사가 ‘유승민 심판’을 외치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은 조전혁 전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조 전 의원은 “‘조전혁-하태경-민주당’ 3자 대결에서도 자신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 서울 서초갑은 현재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정현 의원의 출마가 유력시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철수 전 대표의 한국당 행에 대해서도 “한국당이 안 전 대표에게 공을 들인 건 오래된 얘기”라며 “황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크게 양보할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 이기면 바로 대권 직행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황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빈말이 아닐 것”이라며 “실제 통합추진위가 구성되면 상당 권한을 통추위가 갖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한국당행은 새보수당에겐 치명적 유승민, 안철수 향해 "초심 갖고 있나?"

    만일 안철수 전 대표가 한국당으로 갈 경우, 통합 과정에서 새보수당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급한 건 새보수당이다. 이를 우려한 듯 유승민 의원은 3일 “그분(안철수)이 정치를 다시 하겠다고 했으니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다만 2년 전에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쳐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잘 해보자란 다짐을 했는데 여전히 그 다짐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라고 답했다. 안철수 전 대표 복귀에 대해 서운한 마음과 경계심을 동시에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안철수 전 대표가 새보수당과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부담인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한국당 행은 새보수당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당은 정당투표를 흡수하기 위한 비례 자매정당 창당은 공언했던 대로 서두르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자매정당의 이름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정하고,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합 정당의 당명을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 “나중에 ‘자유한국당’ 당명을 바꾸게 되면 비례정당도 이름을 바꾸면 된다”며 느긋한 자세를 보였다.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주말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보수당은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는다. 우리공화당은 2일 여의도 천막투쟁을 마친다면서 “지는 선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의 ‘미래를 향한 전진4.0’은 경남도와 부산시당 창당을 마쳤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2월 신당 창당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