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안산B성년페스티벌' 초연작, 1월 2~5일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서 공연
  • ▲ 연극 '너.임.마.' 포스터.ⓒ서울문화재단
    ▲ 연극 '너.임.마.' 포스터.ⓒ서울문화재단
    연극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야, 절대 말하지 마'(이하 '너.임.마.')가 2020년 삼일로창고극장의 첫 문을 연다.

    2018년 안산문화재단 'B성년페스티벌'의 기획으로 제작됐던 '너.임.마.'는 더 세밀해진 내용으로 1월 2일부터 5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 지원사업에 선정된 '너.임.마.'는 작가 이양구가 참여하며, 1막과 2막은 각각 송정안·예일 연출이 맡는다.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설화 비틀기 작업을 통해 숨겨진 텍스트와 사건에 접근, 새로운 형식을 도전하고자 만들어졌다. 이번 재연은 초연의 배우 김미로·이빛나리와 함께 경지은·최경철이 합류했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 비밀을 누설한 죄로 처형당한 복두장이의 이야기인 신라 48대 경문왕 설화를 현대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설 학원으로 배경을 옮겨 재구성했다. 설화 속의 임금님은 논술학원 원장으로, 복두장이는 학원 수강생으로 바뀐다. 

    작가는 왕과 복두장이의 역할 사이에 신화 속 가신에 해당하는 '논술선생'을 추가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을 설화 속의 수많은 인물들을 대신하게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문을 뻗어나가게 한 대나무숲은 페이스북의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 숲으로 설정을 바꿔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이양구 작가는 "극 중 청소년들이 자신이 보고 들은 이야기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윗세대가 부정하기 때문"이라며 "자기 부정은 아랫세대의 공론장 형성을 방해하고, 그곳에 제대로 오르지 못한 이야기들은 공동체를 서서히 병들게 만든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발화 하는 것이 처형의 이유가 되는 사회"라고 말했다.

    '너임마'는 똑같은 문제를 두고 1막과 2막에서 2가지 방식으로 서로 다르게 풀어내 어떻게 학생들이 진실을 대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1막의 연출을 맡은 송정안은 극 중 사건의 무마를 위해 뜻을 모으는 학생들의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들은 것'을 부정해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예일 연출은 "2막은 진실을 마주본 후 자신의 공동체를 여전히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와 침묵하는 양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라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대하는 우리 각자의 태도를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