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 기소심의위원회 두지 않기로 합의… 대통령이 공수처장-수사 인력 '주물럭'
  • ▲ 지난 16일 오전 국회 본관앞에서 일부 시민들이 공수처 반대 등을 요구하기 위해 농성을 벌였다. ⓒ이종현 기자
    ▲ 지난 16일 오전 국회 본관앞에서 일부 시민들이 공수처 반대 등을 요구하기 위해 농성을 벌였다.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법 관련 수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공수처의 기소권을 견제할 장치로 거론되던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수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실상 공수처장 등 인력 구성원을 임명하는 구조다. 여기에 기소심의위원회마저 두지 않기로 하면서 '공수처의 무소불위 권력'화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여야 '4+1 협의체'는 이날 공수처 법안 관련 수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합의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법안 수정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4+1 협의체'가 '공수처에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4+1 협의체'는 이 같은 합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만들었다.

    공수처 관련 법안으로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이 있다. 지난 4월 법안 발의 당시에도 공수처법에 대해 '무소불위 권력이 될 것' '기소독점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등 법조계 비판이 있었다.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않기로

    기소심의위원회는 공수처의 기소를 견제할 유일한 장치였다. 지난 4월29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에는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관련 내용이 담겼다. 이 안 14조를 보면, 기소심의위원회는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 의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 검사가 공소제기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기소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밖에 없다.

    이번 수정안으로 인해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공수처의 기소권을 견제할 기소심의위원회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그동안 공수처 구조, 수사·기소 대상 등을 두고 여러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4+1 협의체'는 이 같은 문제 대부분에 대해 원안을 유지했다.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변신

    우선 거론되는 문제점은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공수처장후보 2명을 추천한다. 대통령은 그 중 1명을 택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공수처 검사를 대통령과 공수처장 중 누가 임명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대통령에게 공수처 수사인력 임명 권한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균형 문제도 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반면 기소 대상은 판·검사, 경찰 등으로 한정됐다. 이 같은 내용도 '4+1 협의체'에서 합의됐다.

    "간접적 견제장치였는데... 무소불위 권력 의도"

    검찰 출신인 형사전문 강민구 변호사는 "공수처의 기소심의위원회가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위원회가 있다면 간접적으로나마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데, 이마저 두지 않을 경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책마저 전혀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서울 서초동의 A변호사는 "사실 기소심의위원회를 두든, 두지 않든 그 심의위원회는 권고적 효력 밖에 없어서 공수처를 견제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그럼에도 심의위원회조차 두지 않겠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 교수는 "공수처의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며 "(그나마) 기소심의원회를 둔다면 어느 정도의 견제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마저 없애면 무소불위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