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3년 경력 불구 대한상의→ KTH→ 민주연 승승장구… '친문 실세' 형 입김 작용했나
  • ▲ 2016년 1월 정의당이 운영하는 '정의당TV'에 나와 강연하고 있는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유튜브 영상 캡처
    ▲ 2016년 1월 정의당이 운영하는 '정의당TV'에 나와 강연하고 있는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유튜브 영상 캡처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자신의 동생 일자리를 알선한 의혹으로 자체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권 인사 중에서도 '친문 실세'로 통하는 천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펀드 운영팀장, 2017년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 '더문캠' 총무팀장을 각각 지내며 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도왔다.

    2일 매일경제는 천 행정관이 자신의 동생 천모 씨가 대한상공회의소와 KT 자회사인 KTH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6월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천 행정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인사청탁을 하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 감찰을 무마시킨 의혹에도 오른 인물이다.

    천 행정관의 동생 천모 씨는 지난해 9월 대한상공회의소 경영기획본부 대외협력팀 선임전문위원으로 입사했는데, 당시 대한상의는 별도 공고 없이 천씨를 채용했다. 천씨는 17대 국회 당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실에서 7급 비서로 2년여, 그리고 20대 국회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5급 비서관으로 6개월 정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천씨가 채용된 자리는 국회에서 4급 보좌관으로 수년간 일해야 올 수 있는 자리인데도, 파격적으로 그가  들어온 것은 친문 실세인 형을 통한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천씨는 대한상의 입사 당시 계약기간이 1년이었지만 5개월만 일하고 퇴사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곧바로 KT의 자회사 KTH에 입사했지만, 잇따른 영전에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그곳에서도 약 2개월 일하고 퇴사했다고 한다. 현재는 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근무 중이다.  

    법적 문제 없다는 靑, '제 식구 감싸기' 비판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천 행정관 동생의 취업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청와대의 결론이 난 이후에도 천 선임행정관의 인사청탁 문제는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청와대 내부 관계자는 "공정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천 행정관의 행태가 어긋나는 점이 많아 이 문제를 제기한 복수의 관계자를 불러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조사했지만, 동생의 취업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후에도 의혹이 이어졌고, 천 행정관이 승진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불만이 제기됐다"고 말했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야당은 "천씨의 이례적인 취업·재취업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구중심처의 비리 사실이 또 하나 터져나왔다"며 "이제 수시로 이런 증언들이 밖으로 새나와서 문재인 정부는 안으로부터 곪아 터질 것이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도 연루

    한편 유재수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천 행정관이 유 전 부시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2017년 10월께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금융위원회 고위층 인사에 대해 논의한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천 행정관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경우에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행정관, 그리고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지사 등 이 정권 실세가 줄줄이 엮여 나온다"며 "이것은 수사 상황을 언론과 국민이 직접 들여다보고 감시할 수 있도록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는 초대형 비리 게이트"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