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하 서울의대 교수 '백남기 사인' 기자회견… 백남기 유가족 "물대포" 주장 뒤집혀
  • ▲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사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경찰의 살수(물대포)가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백씨 사망 원인을 뒤집는 것으로, 백씨의 사망 원인은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뉴시스
    ▲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사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경찰의 살수(물대포)가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백씨 사망 원인을 뒤집는 것으로, 백씨의 사망 원인은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뉴시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경찰의 살수(물대포)가 망인의 사망에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백씨 사망 원인이 물대포 때문이라는 유족의 주장을 뒤집는 것으로, 백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 측 법정대리인단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백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백남기 씨의 두개골 오른쪽 부위에는 적어도 4곳 이상에 서로 연결되지 않은 심한 골절상이 있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망치로 힘껏 내려쳐야 생길 수 있는 백씨 골절상… 물대포로는 힘들어"

    두개골 골절상과 관련 "물대포를 맞거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면서 생긴 것"이라는 백씨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사람이 뒹굴면 대개는 몸의 다른 부위에도 골절이 생기는데, 백씨는 목 아래 부위가 멀쩡했다"고 반박했다. 백씨 유족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백 교수 측은 백씨의 사망원인이 물대포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백 교수의 법정대리인 정진경 변호사는 "(백씨의 골절상은) 가까운 곳에서 외부의 강한 충격으로 수차례 힘껏 내려치거나 차에 치여 수차례 구르는 정도여야 생길 수 있는 정도의 골절상"이라며 "물대포는 맞는 순간 압력이 옆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이런 골절상을 일으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두개골은 뇌를 보호하는 매우 단단한 물질인데, (백씨와 같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골절은 강력한 독립된 외부압력이 4회 이상 망인의 머리에 가해졌음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심각한 골절상은 영상 등에서 확인되는 망인의 쓰러지는 모습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백 교수 측은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법원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국민적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법원의 상식을 믿고 지금까지 적극적 대응을 삼갔으나 이제는 망인을 어떻게 치료했고, 사망 당시 왜 ‘병사’ 의견을 내게 됐는지에 관해 그 이유를 국민 앞에 모두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입증하고자 한다"며 "법원에서도 백선하 교수가 의사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반드시 변론을 재개해 입증의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법원 상식 벗어난 판결, 국민적 궁금증 해소 위해 기자회견"

    백 교수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2016년 9월25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망한 백씨의 주치의다.

    앞서 백 교수는 지난달 21일 법원으로부터 고인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잘못 기재했다는 이유로 45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백 교수는 지난 1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 ▲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있는 고 백남기씨. ⓒ뉴시스
    ▲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있는 고 백남기씨. ⓒ뉴시스
    백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낸 이유와 관련해 정 변호사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백남기 씨의 입원부터 사망까지 10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백씨는) 두개골 골절상 등의 이유로 내원했지만, 그 기간 동안 급성신부전증 등의 여러 가지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백씨의 사망 요인으로 확실한 것은 내원 초기의 대응 부적절과 급성신부전증으로 인한 쇼크사"라고 덧붙였다.

    '백씨의 사망원인이 물대포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2016년 이용식 건국대학교 의대 교수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당시 본지와 인터뷰(2016년 10월13일)에서 "백씨 말고도 물대포 맞은 사람들이 더 있는데, 다들 툭툭 털고 일어났다"며 "물대포 수압으로 뼈가 부서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겨레신문’ ‘오마이TV’ ‘뉴스타파’ 등에서 촬영한 영상들을 토대로 분석 영상을 제시했다. 그는 "백남기 씨는 머리를 숙인 상태에서 측면으로 물대포를 맞았고, 이후 구르다시피 넘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한 상태에서 뒤로 누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와중에 백씨가 다쳤다면 누운 상태에서 바닥에 뒷머리를 부딪혔을 가능성이 있는데, 얼굴 정면으로는 물을 맞은 적이 없다"고 분석했다.

    2016년 당시 이용식 건대 의대 교수 '백씨 사인, 빨간 우의 폭행' 주장

    이어 "얼굴 부위에 난 상처는 곧바로 달려든,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 때문"이라며 "백남기 씨는 괴한(빨간 우의)이 가한 폭행에 의해 얼굴과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말한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은 당시 민노총 산하 조직 간부다. 이 남성은 사건 발생 20여 일 만에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조사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전이었고, 조사 내용도 ‘빨간 우의’ 남성과 백씨 사망의 상관관계가 아닌 빨간 우의 남성의 집시법 위반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후 ‘빨간 우의’ 남성은 "백씨에게 쏟아지는 물대포를 등으로 막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변호사는 ‘빨간 우의’ 남성과 백씨 사망원인 간 상관관계에 대해선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발생한 요인에 대해서는 백선하 교수가 설명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