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일본과 정보 공유 어려워"… 靑 "(남북)대화로 한반도에 새 국면" 자평
  •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미국 측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미국 측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를 찾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에게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는 22일 자정 지소미아 종료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정치권 안팎에서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쏟아지는데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가 먼저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청와대에서 있었던 접견 자리에서 "(우리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 관련 이슈에 대해 잘 이해한다"며 "이 사안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에도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에스퍼 장관의 올해 한미 연합공중훈련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북측 반응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에스퍼 압박 노출 우려했나… 靑, 접견 발언 '깜깜이' 공개

    청와대는 당초 접견 모두발언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내용은 접견이 끝난 지 1시간10분 뒤 대변인의 편집을 거친 '사후 브리핑'을 통해서만 전했다. 참석자들의 대화 어조 등 현장 분위기는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말했듯, 문 대통령 앞에서도 노골적으로 지소미아·방위비 압박 발언을 할 것을 우려해 비공개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반도 상황은 매우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하자, 에스퍼 장관은 깊이 공감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지금의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미국 측에서 에스퍼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외에 해리 해리스 주한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담당 차관보 등이 배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경두 국방부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청와대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47억 달러' 방위비 분담금 논의 없어

    이번 접견에서 의제로 예상됐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짧게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된 논의를 에스퍼 장관과 정 실장 간 별도의 면담 과정에서 했는지에 대해선 "그건 모르겠다. 제가 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미군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명목으로 47억 달러를 요구했다. 올해 분담금(약 1조389억원)보다 5배가 많다. 청와대는 이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접견 분위기에 대해 "일단 기본적으로 두 분께서 나눈 구체적 발언에 대해 다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 "(문 대통령이 먼저 지소미아 협력 을 당부했는지) 명확하게 구분해 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자유롭게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野 "중·러 카디즈 침범, 北 SLBM에 안보 불안"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공고히 하고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국행 기내에서 "지소미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언급했고, 밀리 합참의장도 12일 일본에서 아베  총리를 만난 뒤 "우리는 (지소미아가) 종료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지소미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SCM 회의가 끝나고 지소미아 종료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야권에선 문 대통령의 지소미아 종료 강행 의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지소미아 중단 카드를 꺼냈을 때 공교롭게 중국·러시아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북한은 SLBM을 쏴서 우리의 안보가 매우 불안해졌다"며 "우리 정부가 민감한 안보문제인 지소미아 중단보다 경제분야에 대한 다른 대응 카드를 꺼냈어야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21일 또는 22일 개최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론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