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평균 9.3명꼴, 2년째 증가세… 20·30대 '극단적 선택'도 늘어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증가한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조선일보에 제공한 최근 5년간 자살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자는 1만3216명에 달했다.

    1만3658명(2014)→1만3436명(2015)→1만3020명(2016)→1만2426명(2017)으로 매년 줄던 자살자가 다시 790명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남성 자살자의 비율은 72%, 여성은 28%로 집계됐다.

    특히 '경제적 문제'가 원인인 극단적 선택은 201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2016년 3년간 2889명→3089명→3043명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3111명, 2018년 3390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하루평균 9.3명꼴이다.

    최근 들어 20·30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도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권역에서 자살자는 증가세를 보였다.

    "사람중심경제 자화자찬했지만 현실 참담"

    김 의원은 "다른 극단적 선택의 원인들은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유지했는데 '생활고에 따른 부분'만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이 '사람중심경제로 전환했다'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현실은 참담하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경찰청 통계는 사망신고서를 기준으로 한 통계청 자료와 달리 신고된 변사사건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 원인 통계'에서도 극단적 선택에 의한 사망률이 5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평균 자살 사망자가 37.5명인 셈으로, 전년 대비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쳤던 2009년 이후 가장 컸다. 전체 자살률(인구 10만명당 24.7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베르테르 효과'의 영향이라고 설명했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살한 유명인은 김종현·조민기·전미선·설리(최진리) 등이 있다. 하지만 유명인의 자살은 이전 정권에서도 간혹 있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허점… 어려운 이들 못 찾은 정부

    정부는 그동안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이들의 어려움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난 6일 경기도 양주시에서 50대 남성이 여섯 살, 네 살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2일에는 서울 성북구에서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50대 남성 A씨는 사망 전 지인들에게 "미안하다" "애들 엄마 좀 부탁한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70대 노모 가정은 집안에서 "힘들었다. 하늘나라로 간다"고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크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문제는 정부가 빅데이터와 기계적 시스템에만 의존해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는 알아채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들 모녀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에 3년 가까이 거주했는데, 최근 2~3개월간 월세가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네 모녀가 살던 자택 우편함에서는 채무이행통지서·이자지연명세서 등이 발견됐다.

    文 "전태일 열사 뜻은 '함께 잘사는 나라'"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을 통해 "전태일 열사를 생각한다. 평화시장, 열악한 다락방 작업실에서의 노동과 어린 여공들의 배를 채우던 붕어빵을 생각한다"면서 "열사의 뜻은 '함께 잘사는 나라'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우리가 일군 성장의 크기만큼 차별과 격차를 줄이지 못해 아쉽다"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모두가 공정한 사회로 열사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