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타이밍 놓쳤다" 당내 비판… "이해찬이 文에 '조국 사퇴' 건의하라" 압박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대로는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당내 비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는데도 '내로남불'식 대응으로 일관하다 이제는 조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는 '출구전략 타이밍' 마저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장관이 구속되거나 기소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이 가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민주당 당원들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 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며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조 장관 문제로 안팎에서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총선에 왜 영향 없겠나... 하지만 유구무언"

    민주당의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24일 조국 장관 사태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영향이 왜 없겠나. 그렇지만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지역구의 부정적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말이다.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소장파로 꼽히는 금태섭 의원은 통화에서 "조국사태에 대해서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말씀을 많이 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금 의원은 지난 6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학벌·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게 아니고,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며 소신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금 의원은 청문회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항의 문자와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의 불만은 당 지도부의 과도한 '조국 감싸기'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총선 패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첫 압수수색 당시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일가족을 넘어 조 장관 본인을 직접 겨냥한다는 것이 23일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됐다.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장관도 사실상 피의자 신분인 만큼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제는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 조 장관 사퇴를 문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23일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검찰 수사관행상 가장 나쁜 것이 먼지 털기식 수사, 별건 수사"라며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실하게 진실로 밝혀진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 수호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에도 하루 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하는데 (검찰이) 관계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며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며 검찰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제 와서 조국 사퇴? "지금은 답 없어"

    사실상 출구전략이 막혔다는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이 11시간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한 (당 내부에서)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조 장관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제 와서 조 장관이 사퇴할 수 있겠느냐. 지금은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원들의 압박에도 직면했다. 24일 민주당 홈페이지의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조 장관이 난도질당하는 걸 구경만 하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 단식투쟁, 장외투쟁이나 하세요" 등 전날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는데도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비판글이 200여 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3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월16~20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p)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보다 2%p 내린 45.2%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4%p 떨어진 38.1%를 기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4%p 오른 32.5%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