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진들 "원외위원장이면 몰라도…압박으로 그만두게 할 수 있겠나"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중진 물갈이설'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한 회의에서 중진의원들을 향해 "여기 계신 분들 다 신뢰 못 받는 분들 아닌가"라는 말을 하며 물갈이설에 불을 지피자, 당내에서는 '발언 시기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며 불만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지난 6월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2.4%의 신뢰도를 얻는 데 그친 것을 두고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 못 받는 분들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소를 띠며 농담조로 말했지만, 참석한 '중진' 의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중진 연석회의에서 "다 신뢰 못 받는 분들 아닌가"

    민주당에서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불출마설이 나도는 중진의원들이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8월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당에 봉사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문희상(6선)·원혜영(5선) 의원과, 입각한 박영선(4선)·진영(4선)·김현미(4선)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빌미로 중진의원 물갈이설이 점점 확산하자, 당내에서는 '공천 이야기는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헌·당규상 물갈이는 불가능하다"며 "원외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물갈이가 가능할지 몰라도 국회의원이 압박받아서 그만둘 사람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중진의원도 "총선도 멀었고, 지금 여러가지 산적한 일들이 많은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지역구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압박받아서 국회의원 그만둘 사람 있나"

    또 다른 수도권 출신 민주당 중진의원도 공천 이야기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그는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벌써 그런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말도 안 된다"며 씁쓸해했다. "물갈이나 공천 관련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진의원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9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최종평가방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의원 평가 관련 실무를 맡을 보좌진에게 새로운 평가방식을 설명하는 자리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새로운 내용의 공천 룰을 이미 확정했다. 현역의원 모두를 대상으로 경선을 의무화했고, 의원평가 하위 20%의 감점 비율을 10%에서 20%로 확대적용하는 안이다. 민주당 의원 중 의원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들은 점수가 20% 깎인 상태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

    한편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33.3%의 현역의원을 교체하고 신인들을 수혈한 뒤 원내 제1당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