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 MBC 노조, 최승호 사장 경영능력 맹비판
  • ▲ 최승호 MBC 사장. ⓒ이기륭 기자
    ▲ 최승호 MBC 사장. ⓒ이기륭 기자
    최승호(58·사진) MBC 사장이 "자사를 포함한 지상파방송사(이하 지상파)들의 광고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는 과거 정부가 지상파를 인위적으로 약화시키고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상식적 규제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자신이 부임한 이후 MBC가 기록적인 '적자 행진'을 기록한 것은, 내부적인 문제라기보다 지난 정권하에서 각종 지원을 받아 몸집을 키운 종편 탓이 크다는 주장이다.

    "전 정권 때문에 '지상파 추락' '종편 상승'"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파크엠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이사장 김상균) 이사회에 참석한 최 사장은 "저희 경영진이 취임한 지 1년8개월이 지난 지금 MBC 구성원들의 노력이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각종 지표에서 MBC의 신뢰도와 공정성이 올라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최 사장은 "그러나 프로그램 경쟁력 회복이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올해 상반기 지상파 광고매출(MBC를 포함)은 전년 대비 19% 줄어든 반면, 종편 4사의 감소는 1.8%대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최 사장은 "방송시장의 광고가 점점 디지털 쪽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지상파 광고시장은 차별적인 규제까지 받고 있다"며 "지상파 구성원들이 언론자유의 억압에 맞서 파업을 할 때, 종편은 정부가 깔아준 탄탄대로 위에서 몸집을 불려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제작비용의 상승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힌 최 사장은 "향후 모든 부문에서 비용을 줄이는 등 하반기 비상경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호 부임 이후 MBC, 1200억 적자 기록"

    MBC를 포함한 지상파의 적자폭이 늘어난 이유가 중간광고 금지 등 '구시대적 차별규제 때문'이라는 최 사장의 방문진 이사회 발언이 공개되자 MBC노동조합(위원장 허무호·이하 MBC노조)은 26일 '주저앉아 종말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남 탓도 이 정도면 거의 불치병 수준"이라며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임직원이 1700명이나 되는 지상파 MBC의 하루 광고매출액(1억4000만원)이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비슷해졌다"며 "이제는 MBC에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최승호 사장이 어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해 '과거 정부에서 지상파방송을 약화시키고 종편을 지원하려고 비상식적인 규제를 가해 지상파 광고수입이 줄었다'고 말했다는데, 본인이 취임하기 전에는 종편 채널이 없었나? 중간광고 금지가 없었나? 과거 사장들은 그 모든 악조건을 끼고 2016년까지 흑자를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라진 건 당신(최승호)이 사장으로 왔다는 것"이라며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뒤 MBC는 지난해 1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수개월간 업무거부와 파업이 이어졌던 2017년보다 두 배나 많은 액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젯밤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신입사관 구해령)가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광고매출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것은 MBC 조직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증거이자 아무도 안 움직인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최승호 사장이 연임을 포기했다는 말이 회사 안팎에서 들리고 있는데, 갈 때 가더라도 회사의 숨통을 끊어놓고 가지는 마시기를 호소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