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놓고 한국 무시… KADIZ 침범할 때마다 항의하면 "훈련일 뿐" 건성건성 답변
  • ▲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공식 트위터에 올린 입장자료. 기기 오작동에 대한 이야기나 유감 표명은 전혀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공식 트위터에 올린 입장자료. 기기 오작동에 대한 이야기나 유감 표명은 전혀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24일 오전 “우리 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공식 견해를 국방부에 전달했다. “통상적인 비행훈련 중 기기 오작동으로 영공을 침범하게 돼 유감이다.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말은 러시아 무관의 ‘개인의견’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25일 국방부 안팎에서는 "진정 글로벌 호구가 된 거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중국 “우린 한국 영공 침범한 적 없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국방부에 보낸 전문에서 “러시아 항공우주군 소속 군용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며 “러시아는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규정된 방침에 따라 한국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과 24일 러시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공군과 중국군 간의 첫 연합 장거리 초계비행훈련은 국제법을 준수했다”며 독도 영공 침범을 부인했다.

    한 러시아 장성은 “러시아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50은 독도에서 25km 떨어진 곳을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오히려 한국 공군 전투기가 비행경로를 가로지르는 등 전문가답지 않은 비행을 해서 우리 군용기의 안전이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 술 더 떴다. 지난 23일 국방부로 초치당한 주한 중국대사관의 두룽이 무관은 “우리는 한국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면서 “KADIZ는 영공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므로 누구든지 비행해 지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선전매체도 이 주장을 따랐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24일 공개한 국방백서를 통해 앞으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 우콴 대좌(대령에 해당)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동해상 초계비행훈련은 양국 간 협의에 따라 이미 계획된 훈련이었다”며 “제3자가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했다.
  • ▲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을 향해
    ▲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을 향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입장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의 뜬금없는 ‘일본 규탄’ 견해 발표

    24일 국방부 안팎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처럼 안하무인 태도를 보인다면 국방부가 일침을 가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1시45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의 항의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내용의 대일본 경고문을 낭독했다.

    최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어제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대해 우리 공군이 대응작전을 수행한 것을 두고,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언급했다”며 “일본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독도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침범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발표문을 낭독한 뒤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군 관계자 “솔직히 말하자면…”

    국방부는 대체 왜 러시아와 중국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걸까? 특히 중국이 자주 KADIZ를 침범함에도 왜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한 군 관계자는 “아무리 불러서 항의해도 같은 말만 반복하며 듣지 않으니 어떻게 해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KADIZ를 침범하면, 그때마다 통상훈련일 뿐이라며 우리 측의 항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초치된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도 예전같이 “통상적인 훈련을 한 것일 뿐 한국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가 새로운 KADIZ를 설정한 뒤 이를 반복적으로 침범하고 있는데 우리가 항의할 때마다 같은 대답만 반복한다”며 “국방부도 그들이 왜 KADIZ를 침범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