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 '윤지오' 집중해부
  • ▲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으로 언론에 소개됐던 배우 윤지오. ⓒTV CHOSUN '탐사보도 세븐' 화면 캡처
    ▲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으로 언론에 소개됐던 배우 윤지오. ⓒTV CHOSUN '탐사보도 세븐' 화면 캡처
    지난 3월 자신을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대중 앞에 나타났다. 여배우 윤지오(32)는 이전까지 인지도가 높지 않은 무명에 가까운 연기자였다. 그런데 고(故) 장자연에게 성상납과 접대 등을 강요한 수십명의 이름이 적힌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주장하면서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윤지오는 각종 방송에 나와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된 사회 권력층의 위협을 피해 10년 간 숨어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순식간에 거대 권력과 홀로 싸워왔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얼마 후 윤지오를 칭송했던 많은 이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윤지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폭로가 그와 가까운 곳에서부터 불거졌다. 윤지오가 사실 장자연 사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고, 장자연과 친하지도 않았으며, 숨어 산 적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급기야 그는 '기부금 사기꾼'으로  고발됐고, 고인을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점점 커지자 윤지오는 지난 4월 원래 살던 캐나다로 돌아갔다.

    후원자 4백여명, 윤지오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영웅에서 한 순간 '거짓 증언자'로 추락한 윤지오.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조력자들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때 그를 열렬하게 지지하며 청와대에 윤지오에 대한 신변보호 청원까지 했던 한 여성은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제작진과의 인터뷰(7월 19일 방송)에서 "윤지오에게 후원자들의 모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했는데, (윤지오로부터) '이 돈은 엄마 치료비와 내 병원 치료비로 쓸 것이다. 내가 미쳤다고 가해자 너희에게 우리 엄마가 어느 병원에 가는지 다 공개해야 하느냐. 정신 좀 차리고 합당한 걸 요구하라'는 막말에 가까운 반박을 들어야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여성은 "자기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고 가해자라고 몰아세우는 윤지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제는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의 신변 보호를 그렇게 요청했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 여성처럼 윤지오의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며 용돈과 분유값까지 아껴가며 후원에 동참했던 400여명은 윤지오의 거짓 행보가 드러나자 집단 소송을 냈다. 윤지오가 후원자들을 속이고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탐사보도 세븐'에 따르면 윤지오는 지난 3월 18일 오후 11시부터 후원금을 받기 시작하다 이튿날 오후 1시께 갑자기 계좌를 닫고 서울시청을 찾아갔다. 이는 1000만원 이상 후원을 받으면 불법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지오를 상담했던 서울시 공무원은 "(윤지오에게) 후원금이 1000만원 이하면 등록할 필요가 없으나 1000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본인의 경호를 위해 돈을 모으는 건 불법이라는 안내도 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윤지오에게 40일간 호텔비로 제공한 926만원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나왔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의원 출신 박민식 변호사는 "아무 잘못이 없는 범죄피해자들의 억울함, 그 눈물을 닦아주라는 것이 이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의 취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기금은 한 푼 한 푼이 정말 소중하고 엄격하게 집행돼야 하는 것"이라며 "얼토당토 않는 그런 윤지오 같은 사람한테 그것도 아주 과도하게 사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윤지오를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담당 검사 "윤지오, 여러 번 진술 번복… 신뢰도 낮아"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윤지오가 참고인 조사를 13차례나 받게 된 이유도 공개됐다. 당시 윤지오를 조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윤지오를 여러 번 불러 조사했던 건 그의 진술이 자주 번복됐고 모순된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지오가 다른 일시와 장소가 섞여 있거나 뭔가를 착각한 내용을 말하는 등 정확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해 여러 번 소환조사했으나 조사 때마다 계속 말이 바뀌어 수사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

    오히려 '술접대 등을 강요받지 않았다'는 그의 진술과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모 씨의 주장이 일부 일치하면서 당초 접대 강요 혐의를 받았던 김씨는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라며 고인의 억울함을 덜어줄 것으로 여겨졌던 그가 사실은 김씨의 무고함을 입증해준 핵심 증인이었던 셈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2009년 3월 15일 윤지오는 1차 참고인 조사에서 "소속사 대표는 저와 자연 언니에게 술을 절대로 따르지 못하게 했고, 춤을 강제로 추도록 한 적은 없으며, 어떤 손님이 저와 같이 부르스를 한 번 추차고 권하자 소속사 대표가 안된다고 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같은 해 3월 18일 진행된 2차 조사에서 윤지오는 "소속사 대표와 손님들이 저와 자연 언니에게 노래와 춤을 추도록 했다"며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윤지오는 당시 술자리에서 장자연의 손목을 잡아당기고 무릎에 앉힌 사람이 신문사 사장인 홍모씨라고 말했다가 나중엔 조모씨라고 주장하고, 장자연을 강제추행한 피의자의 인상착의도 여러 번 다르게 묘사하는 등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 사건으로 인해 지난 10여간 이름과 얼굴을 감추고 살아왔다는 윤지오의 주장도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지오는 2012년 1년간 대학로에서 유명한 연극에 출연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아프리카TV에서 유명 BJ로도 활동했다. 3년 전 캐나다에선 패션모델 활동까지했다.

    연극계 인사 "윤지오, 남들보다 더 즐겁게 살아"

    윤지오를 잘 안다는 한 연극계 인사는 "10년 동안 어렵게 살았고 위협을 받고 살았다는 언론 인터뷰를 보고 저뿐만 아니라 윤지오를 아는 지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윤지오는 남들보다 더 즐거운 생활을 했으면 했지, 그런 걸로 고통을 받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자연의 전 남자친구는 "윤지오가 증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저런 애를 본 적도 없고 (장자연에게서) 들어본 적도 없는데, 사람들이 아무런 검증도 없이 왜 믿고 있는지 처음부터 이상했다"며 "나중에 후원금을 받고 책을 내는 걸 보면서, 쟤가 저러려고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자연이의 지인이라면 절대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는 "증인에 대한 검증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너무 다급하게 달려들다 보니까 그런 중요한 과정이 생략됐다"면서 "윤지오는 우리나라 어떤 수퍼스타도 받지 못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거의 영웅이나 의인 취급을 받았는데 그게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 사건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수에 그친 '막장 사기극'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TV CHOSUN '탐사보도 세븐' 화면 캡처
    ▲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TV CHOSUN '탐사보도 세븐' 화면 캡처
    윤지오를 둘러 싼 "페이크뉴스 방송 랭킹"?

    - 희대의 막장극 주인공들인 방송들과 정치인들

    "윤지오? 그게 누구야?"

    사람들이 처음 '윤지오'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었을 때 보였던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씨는 철저히 무명인 연예인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고(故)장자연에 대한 초대형 비밀들을 폭로한다는 예고에 그 여자는 어떤 특급 스타들이나 거물 정치인들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온 언론·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해프닝은 초대형 사기극으로 판명됐다. 아직도 네이버 실제검색순위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윤지오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 보자. 마침 어제 (2018년 7월 19일) 저녁 10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에서는 "누가 윤지오에게 놀아났나"라는 충격적인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것은 한마디로 역사에 남을 '막장극'이었다.

    이런 저질 막장극의 시초는 올해 3월 11일 TBS(교통방송)의 김어준 프로에서 윤지오를 처음 언급하면서부터였다. 여기에 기름을 왕창 부은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브루나이 방문을 하고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인 3월 18일에 행안부장관과 법무부장관에게 세 개 사건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검·경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했다.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이 대통령이 꼭 집어 얘기한 사건들이었고, 그 중 두 개는 정치적 의도가 강한 지시였다. 이후 윤지오는 온갖 매체에 '여왕'처럼 등장했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국회가 (윤 씨의) 방패막이 되겠다"고 선언한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이 민주당 안민석 의원 주도로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이 사기극에 동원된 의원들 명단은 아래와 같다. 안민석·이종걸·이학영·남인순·권미혁·정춘숙 의원(민주당), 추혜선 의원(정의당),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 최경환 의원(평화당. 동명이인인 최경환 전 의원과 혼동하지 마시라) 등이 동참했다. 이 이름들을 꼭 기억하시라.

    그 다음부터는 막장 언론매체들의 차례였다. 일반 신문이나 인터넷 언론 그리고 청부언론, 유사언론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윤지오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윤씨가 출연한 방송사와 횟수를 정리해보자.

    KBS 5회(그 중 악명높은 '오늘밤 김제동'에 2회, 9시 메인뉴스에 1회 출연 포함), 요즘 들어 정권 홍보방송의 선두자리를 넘보는 JTBC가 3회(손석희 뉴스룸 포함), TBS 2회(물론 김어준 프로그램 포함), CBS 2회(정관용 진행 프로그램 포함), MBC 1회(뉴스데스크), SBS 1회, YTN 1회 였다. 실로 어마어마한 '각광'이었다. 방송 역사상 유명연예인이 아닌 경우에도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 희대의 페이크뉴스 퍼레이드가 진행되던 와중에 윤씨의 증언들이 거의 다 허위임이 밝혀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윤씨는 '아픈 엄마를 만나러' 캐나다로 서둘러 출국했다. 그러나 정작 윤씨의 모친은 한국에 있었고 지금도 있다.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어떤 분은 이 리스트를 '민노총 어용방송 랭킹'이자 '페이크뉴스 방송 랭킹'이라고 명명(命名)했다. 그 분의 작명 센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방송사 이름들도 꼭 기억하시라. 윤지오와 '함께하던'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윤지오란 이름과 '떨어지기 위해' 도망가기 바빴다. 주동자인 안민석 의원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온갖 이해하기 힘든 변명을 주절이 주절이 늘어놓았다.

    윤지오의 소위 '증언'들이 다 허위임이 밝혀졌는데도 윤씨를 치켜세웠던 국회의원이나 언론매체들은 아예 침묵을 지키거나 진정한 사과도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막장극에 대한 징계 같은 조치도 현재까지 전혀 없다. 대통령이 직접 지엄하게 하명(下命)한 사건을 '빛내려던' 주연이 윤지오였기 때문이리라.

    이런 방송매체들의 광란극의 선두에 선 것은 역시 한국방송의 맏형 격인 소위 대표 '공영방송'이라는 KBS였다. 필자는 현 KBS를 세 문장으로 요약한 적이 있다. 1. 정권의 선전선동기구, 2. 김정은 체재의 홍보방송, 민노총의 기간방송. 현재 KBS는 역대 최악의 경영실적을 내고 있다. 가까스로 흑자로 만든 KBS가 민노총 산하 KBS언론노조(2노조)가 장악하자마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천억원이 넘는 초대형 적자로 치닫고 있다. 전부 국민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돈이다. KBS를 전혀 안보는 사람들에게도 강제로 추징하는 수신료 수입이 연 6400억 원인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편향성의 극치를 달리는 KBS뉴스 시청률은 이제 한 자리 수를 넘나드는 처참한 수준(9~10%)으로 폭락했다. 참고로 과거 시청률은 30%대를 찍었었다. 이것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주장하던 '공정방송'이요, '국민의 방송'의 처참한 몰골이다. 양심이 있는 언론 노조원들은 먼저 반성을 해야 하지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KBS는 이미 언론노조에 장악된 기관이다. 더군다나 실제로 KBS를 뒤에서 끌어가는 사람들은 KBS의 '그림자 정부'라 불릴만한 KBS언론노조의 소위 '실세'들이다. 실세 4인방이라 불리는 '김성일, 엄경철, 최선욱, 이도경' 4인 더하기 방송장악의 전위대 역할을 한 인물들 '성재호, 이병도, 이진성(이 사람은 KBS판 숙청위원회인 '진실과미래위원회'란 기구의 무시무시한 '조사위원'을 얼마 전까지 역임했다)' 같은 부류들이 그들이라 한다. 지금이야 그야말로 '좋은 시절', 즉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겠지만, 이들에게 영광스러운 '미래'는 없어 보인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KBS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러한 체제에 야합하는 사람들(대표적으로 아나운서부장을 하고있는 윤인구 아나운서)이 평균 연봉이 1억이 넘는 '꿈의 직장'이자 비효율의 상징이 돼버린 현 KBS의 다수이기에 더더욱 KBS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윤지오 사건은 현재 한국 언론, 특히 방송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특히 '랭킹'에서 영광스러운 1등을 차지한 KBS는 대오각성해야 한다. 또한 페이크 정보들로 국민을 선동하려는 집권세력과 그 2중대들의 추악함을 새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페이크 뉴스를 규제하자고 나서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페이크 뉴스의 원조는 그들이 즐겨 이용했던 '광우병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괴담, 김대업 병풍 사건'이 아니었던가? 또한 윤지오를 의인(義人)이라고 떠받들던 풍경은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었다. 마치 과거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 관련 허위선동으로 결국은 대통령 당선자를 바꿔버린 사기꾼 김대업을 바로 의인이라고 칭송하던 것과 거의 판박이다. 차이는 김대업의 사기는 성공한 것이고 윤지오의 사기는 미수에 다행히 미수에 그친 것이다. 한국인들은 언제쯤 이런 3류 사기 선동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윤지오 해프닝이라는 희대의 막장극이 한국현대사의 추악한 한 장을 마련해 놓았다.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