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과 협상학(37) 정상간 탑다운 채널 협상에 대한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 협상에서 신호는 장외 메시지이고 채널은 다양한 소통 수단이다. 신호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일이 생기기전에 반드시 있고, 채널 중 가장 효과적인 채널은 나와 비슷한 동료 또는 책임자간 사적 채널이다. 

    가족과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국가 간 비밀 협상에서도 신호와 채널은 부지불식간에 드러난다. 전세계적으로 큰 감동과 충격을 주기도한 1970년대 미중 간 핑퐁외교에 따른 공식관계 수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 이후 냉전이 극심하던 시절, 미국이 혈맹이었던 대만 대신 현실을 고려해, 중국의 손을 잡기까지는 미 내부에서도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핑퐁 스포츠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만든 후 키신저와 모택동, 주은래간 비밀 회동 이후 닉슨 대통령의 첫 중국방문까지 이어졌다. 국내 보수당의 반발, 대만의 강력한 반대로비, 무엇보다 극복이 어려워 보였던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국가 간 비밀협상 때에도 수면 위의 신호는 있었다. 

    닉슨과 모택동간 상호 칭찬도 그 중 하나였고, 입장이 비슷했던 양국 정상간 비밀채널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오늘날 트럼프와 시진핑간 무역전쟁, 그리고 김정은과의 북핵 협상에 대한 미래예측도 가능하다.

    먼저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는 1970년대 미중의 해빙사례 같은 긍정 신호를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미북 간 비핵협상에서는 단적이긴 해도 대조적인 면을 볼 수 있다. 무역전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오사카에서 G20에 시진핑 총리가 안와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지난 주 김정은의 친서를 포함해 지속적인 상찬을 해주고 있다. 전자는 당분간 해결책이 난망하고 후자는 이미 비밀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두 협상 모두 우리에게는 그 영향이 큰 만큼 어느 때보다 주도면밀한 신호탐지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 미국이 주고 있는 신호 중에 ‘중국 화웨이 제품을 계속 쓴다면 중요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또한 미중 무역전쟁을 넘어 우리나라 안보에까지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를 청와대가 나서서 아니라고 하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신호를 읽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정상간 탑다운 채널 협상에 대한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성상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이미 드러난 수면 위 신호들에 대해 민감히 반응해야 1970년대 대만의 당황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 중국을 경계하는 한편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외교 원칙도 간과해선 안된다. 

    미중 모두 우리에게 바라는 것들도 명확한 만큼 대안 수립 방향도 한정적이다. 지난 주 우리나라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이 관광일정처럼 보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은 70년대 키신저처럼 비밀협상을 위한 이중행보였길 바란다.

    끝으로 미중 수교 이면에 장개석 대만정부가 느꼈을 비애는 우리는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으라는 보장은 없다. 대만정부는 당시 미국 애그뉴 부통령이 수차례 대만을 방문하며 “미국이 배신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는 말, 즉 믿고 싶은 말만 너무 믿었다. 

    그 결과 닉슨 대통령의 모택동 방문 사실도 공표 30분전까지 몰랐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는 신호만 보기보다, 이미 수면위에 올라온 길어질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신호들과 급물살을 탈 수 있는 미북간 직접 핵협상은 우리에게 한 몸과 같은 신호들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대만 못지않은 최악을 상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여야 한다.

    권신일 前 美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