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바닥민심 잡기' 착수… 황교안 종로출마 여부에 '촉각'
  •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세균 전 국회의장. ⓒ뉴데일리 DB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세균 전 국회의장. ⓒ뉴데일리 DB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사실상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임 전 실장은 기존 거주지였던 은평구를 떠나 평창동 단독주택에 전세로 입주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임 전 실장이 차기 총선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임 전 실장은 16, 17대 국회에서 서울 성동을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20대 총선에서는 주거지를 은평구로 옮겨 은평을에서 출마하려 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총선 출마 뜻을 밝히며 "당에서 (나의 출마지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험지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험지 출마 뜻 밝혔던 임종석, '젊은 친문' 이미지 승부 볼까

    일각에서는 종로와 함께 서울 동작구와 중구도 임 전 실장이 출마할 수 있는 후보 지역으로 거론하나, 당사자가 출마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종로가 민주당의 총선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임 전 실장은 현 지역구 의원인 정세균 전 의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6세다. 민주당은 현재 청와대 출신 정치신인들에게 가산점을 주면서 '젊은 피 수혈'을 총선 기본전략으로 채택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의원 경력이 있어 가산점 대상은 아니다. 

    임 전 실장의 종로 입성에 대해 정 전 의장은 직접적인 견해 표명을 삼갔다. 이에 양측 간에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이 차기 총선에 출마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의장은 친문계가 아닌 원조 친노계이며, 자신만의 계파도 소규모로 갖췄다.

    정 전 의장 측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역구 문제를 놓고) 임 전 실장 측과 접촉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종로구민의 의견과 당의 의견, 상대편 선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종로 '바닥민심 훑기' 에 올인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묘한 반응도 감지된다. 정 전 의장은 13일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설 보도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종로와 관련된 의미 있는 글을 공유했다. "여기도 텅텅, 저기도 텅텅… 빈 상가 즐비한 종로"라는 제목의 기사로, 무너진 종로상권 현장을 탐방한 내용이다. 

    정 전 의장 특유의 '바닥민심 훑기'는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빅 매치'에서 이긴 비결이었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여의도를 비우고 벌써부터 지역구 스킨십에 올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역대 국회의장은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을 보였다. 

    종로에서 20년째 거주하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에 "정세균은 반상회까지 훑는다. 전직 국회의장이 어버이날 노인행사에서 앞치마 두르고 밥을 나른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야권에선 황교안 출마 권유받고 고심 중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의장의 결정과 함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 등 본선 대진표를 큰 틀에서 검토한 뒤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종로에 출마할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한국당 총선전략을 짜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김세연 원장은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황교안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반면 당 대표가 자기 선거에 묶이면 전체 총선 판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례대표로 출마해 전국 지원유세를 돌며 총선을 지휘하는 것이 당에 유익하다는 반론이다. 

    황 대표는 10일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인데, 지금 결정된 건 전혀 없다”는 원론적 의견만 내놓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