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700억 펀드' 케이런과 공동 운영…포스코, 투자금 7배 많은데 결정권은 더 적어
  • ▲ 포스코. ⓒ뉴시스
    ▲ 포스코. ⓒ뉴시스
    한국벤처투자가 수백억원의 ‘특혜성’ 출자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신생 중소 벤처캐피탈(VC) 업체인 ‘케이런벤처스’에 포스코 자회사도 수십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런벤처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가 재직했던 토리게임즈에 수천만원의 자금을 빌려준 회사 임원이 설립한 회사다.

    특히 포스코 측은 케이런벤처스와 700억 규모의 공공기관 펀드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면서 조건인 시드머니(초기자금) 50억원 중 86%에 달하는 43억원을 출자하고도 투자의사 결정권을 적게 갖는가 하면 거액을 투자하면서 업체에 대한 기초적 심사조차 하지 않은 등 ‘비상식적’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본지는 한국벤처투자가 케이런벤처스에 280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고, 당시 출자를 결정한 주형철 대표는 이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영전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단독] 신생 '케이런벤처스'가 어떻게…"비상식적 투자" 280억을 받았나>

    포기투, 700억 펀드에 케이런과 공동 운용사로 참여

    29일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기술투자(이하 포기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산하 연구개발특구재단(이하 특구재단)이 2017년 10월 20일 공고한 ‘제2차 일자리창출투자펀드’에 케이런벤처스와 함께 공동 운용사로 선정됐다.

    이 펀드는 연구개발특구에 소재하는 기술기반 기업에 투자하는 공공펀드로 최소 결성금액은 700억원 규모이다. 특구재단에서 200억원, 한국벤처투자에서 280억원, 특구지역 TP에서 200억원가량을 각각 시드머니 형태로 출자했다. 시드머니(Seed money)는 투자자가 비즈니스의 일부를 매입하는 투자 형태로, 시드펀딩이라고도 한다.

    공고에 따르면 이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케이런벤처스와 포기투는 조합약정총액(펀드 최소 결성금액, 여기선 700억원)의 2%, 또는 투자잔액의 2.5%를 매 분기 말 관리보수(펀드운용에 따른 수수료 개념)로 받는다. 2018년 케이런벤처스·포기투 컨소시엄이 펀드에서 받은 관리보수는 6억 1500만원이다. 펀드 청산할 때 기준수익률(IRR 5%)을 상회했다면 초과이익의 20% 이내의 성과보수도 가져갈 수 있다.
  • ▲ 포스코기술투자. ⓒ포스코기술투자 홈페이지 갈무리
    ▲ 포스코기술투자. ⓒ포스코기술투자 홈페이지 갈무리
    의문이 드는 것은 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왜 굳이 신생 중소 벤처캐피탈(VC)인 케이런벤처스에 거액을 투자했냐는 점이다.

    VC업계는 케이런벤처스가 700억 규모의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포기투와의 컨소시엄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구재단이 자금 조달력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 능력이 뛰어난 대형사와의 협업이 운용사 선정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결국 포기투가 아니었다면 케이런벤처스는 700억 규모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케이런벤처스는 2016년 특구재단의 같은 공고에서 ‘자금조달 능력의 부족’으로 탈락했다. 당시 탈락사유는 “공공기술사업화 관련 경험이 부족하고 신설 LLC로서 펀드결성 금액 확보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이었다.

    VC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선정에서는 투자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금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도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며 “케이런의 경우 대형사와 연합하면서 자금조달 능력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VC업계 “대기업이 중소사와 공동운용 이례적”

    그러나 VC 업계에서는 포기투 같은 대기업(대형사)가 중소 VC사와 손잡고 펀드에 공모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력이나 재정상황이 안정돼 있는 대형사가 중소 VC사와 공동 운용사로 참여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VC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기술투자는 재정이나 인력풀이 풍부한 대형사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신청했어도 가능성이 있었다"며 "굳이 케이런과 공동으로 신청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동 운용에 대해 케이런에서 제안서를 보내고 포스코가 이를 받아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VC업계가 좁다보니 학연이나 지연으로 해서 소모임처럼 모이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케이런 투자역들이 (포스코가 아니라) 삼성 출신이고, 포항이 고향인 것도 아닌 데다, 학교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케이런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포기투 측이 케이런벤처스와 맺은 계약관계는 물론 투자 결정 과정도 석연찮다.

    김종석 의원실이 특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특구재단은 일자리창출투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출자조건으로 조합약정총액의 1% 이상을 시드머니로 운용사 측이 출자할 것을 요구했다. 컨소시엄이 출자한 금액은 총 50억원으로 각각 포기투가 43억원, 케이런벤처스가 7억원이다.
  • ▲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는 지난해 11월 대구 엑스코 211호에서 대경권 기술금융 발전을 위한 '2018 대구경북 기술금융 투자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는 케이런벤처스와 포스코기술투자가 참석했다. ⓒ뉴시스
    ▲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대구연구개발특구본부는 지난해 11월 대구 엑스코 211호에서 대경권 기술금융 발전을 위한 '2018 대구경북 기술금융 투자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는 케이런벤처스와 포스코기술투자가 참석했다. ⓒ뉴시스
    하지만 케이런벤처스와 포기투는 펀드에서 지급받는 관리보수를 동등하게 배분하고 있다.

    관리보수 배분은 일반적으로 운용사 간의 협의로 이뤄지지만 자금조달력에 따라서 비율이 정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관리보수 배분비율은 유동적이지만, 펀드레이징을 누가 많이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시드머니를 많이 낸 포스코기술투자와 케이런벤처스의 배분비율이 동일하다면, 포기투 쪽에서 케이런벤처스 쪽에 특혜를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드머니 7배 투자한 포기투, 투표권 적고 이익금은 반으로 나눠

    투자의사 결정권도 케이런벤처스가 포기투보다 많다. 특구재단 등에 따르면 일자리창출펀드의 ‘(공동)투자/회수 위원회 심의위원’은 케이런벤처스 3명, 포스코기술투자 2명으로 구성됐다. 결국 투자금을 더 많이 넣은 포기투가 케이런벤처스보다 투자의사 결정권은 적고, 이익금은 균등하게 받는 '비상식적' 계약을 한 것이다.

    포기투 측은 “관리보수 배분과 투자의사 결정권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 특구재단에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포기투는 케이런벤처스에 43억원을 투자하면서 심사나 심의 등 기본적 절차도 생략했다. 임원의 추천에 의해 '거액'을 투자했다는 게 포기투 측의 설명이다.

    포기투 측은 케이런벤처스 투자 결정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퇴사한 손모 부사장이 케이런벤처스와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고, 추천을 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해당 펀드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스코가 있는) 대구경북지역 외에 다른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원 추천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