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으로 월 2000만원 수입…"정치인 아니다" 광화문 광장 쓰고, 술 광고 모델도
  • ▲ 지난 22일 모친상을 당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지난 22일 모친상을 당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계복귀에 선을 긋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 이사장의 ‘말'처럼 정치에 뜻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실제로 여느 정치인 못지않은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표리부동’의 전형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유 이사장이 ‘실질적’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비(非) 정치인’으로서의 특혜(?)를 누린다는 점이다. 유 이사장이 정치활동에서 아예 손을 떼거나, 정계복귀를 공식화해 비정치인으로서 누리는 혜택을 포기하는 양자택일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 이사장이 ‘비정치인’으로서 받는 혜택은 크게 3가지로 거론된다. 

    1. ‘팟빵’ 등 인터넷 방송으로 한달에 약 2000만원 수익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던 것은 ‘유튜브 수익금’ 문제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비롯해 팟캐스트‧팟빵 등 인터넷 방송 활동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게 불가능하다. 유 이사장은 ‘비정치인’이고 홍 전 대표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유 이사장을 정치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내용의 기준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홍 전 대표와 달리 ‘정계은퇴'를 직접 선언했고,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등 여러 차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중앙선관위는 유 이사장을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자’로 분류하고, 인터넷 방송을 통한 수익 창출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정계 은퇴 선언 뒤 정당과 직접적 인적‧물적 유대관계와 당적‧공직 없이 정치적 의견 표명 활동을 했다고 해서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로써 유 이사장은 인터넷 방송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을 공식적으로 허가 받았다. 유튜브 수익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라이브방송’을 통한 후원금과 구글 광고료다. 알릴레오는 현재까지 전부 녹화방송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자를 통한 수익 창출은 없다. 구글 광고료는 정치인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비 대상이 아니다. 

    다만 유 이사장은 ‘팟빵’ 등 일부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유 이사장 스스로도 지난 3월 5일 “팟빵에 (청취자들이) 후원금을 쏴서 그 수익이 조금 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팟빵 후원금은 받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등 인터넷 방송을 통해 월 약 2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수익금은 노무현재단 운영에 쓰인다. 

    2. 광화문 광장 자유롭게 사용... "유시민 정계복귀" 공개 촉구

    유시민 이사장뿐만 아니라 유 이사장이 이끄는 ‘노무현재단’도 “정치적 목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최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시민문화제’를 위한 광화문광장 사용을 서울시 측으로부터 허가 받았다. 반면 같은 시기,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한 자유한국당의 농성 계획은 불허됐다.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당시 야권에서는 ‘이중잣대’라며 크게 반발했다. 사실상 정치적 단체인 노무현재단의 행사는 허용하고, 한국당의 행사는 불허한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18일 열린 노 전 대통령 10주기 시민문화제에는 유 이사장을 비롯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좌파 논객 방송인 김어준 씨 등이 참석, 정치적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양정철 원장은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3. “정치인 아니니까”... 술 광고 모델 논란도 피해가

    게다가 유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소주 광고 모델’로도 나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유 이사장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보해양조의 신제품 ‘천년애’ 광고 포스터를 찍은 것. 당시 유 이사장은 ‘천년애’ 출시 포스터에 직접 모델로 나섰을 뿐 아니라, 제품 후면의 자필서명도 제공했다. 

    당시 유 이사장의 주류 광고 모델 출연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자 일부 여권에서는 “유 이사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무관하다”며 일축시켰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꼭 포함되는데도... ‘비정치인’?

    하지만 유 이사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정치인’으로 봐야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개인 방송’이라는 명목으로 야권에 비판 잣대를 들이대거나,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 활동이 전부 ‘사실상 정치행위’라는 것이다. 

    여론도 유 이사장을 ‘정치인’으로 보는 분위기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유 이사장이 이름을 올린 것이 그 방증이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후 정계복귀설이 일자 “여론조사 후보에서 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후보군에 유 이사장의 이름을 올렸다. 

    유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반박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유 이사장 스스로 ‘대선 주자 후보군’에 묵인한 셈이다. 대신 유 이사장은 최근 정계복귀에 대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당초 “정치는 절대 안 한다”에서 “제 머리 못 깎는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머리를 깎아달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 이사장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비판이 크게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명분에 숨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국민 중 누가 유 이사장이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겠나. 유 이사장은 차라리 결자해지하고 정계활동을 공식화하는 편이 훗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