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불만" vs "더 큰 파장 예방 위한 중재"… 시각 엇갈려
  • ▲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박성원 기자
    ▲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박성원 기자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것과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자 같은 당 소속 윤상현 의원이 "당파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해쳤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한국당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인데, 이를 두고 홍준표 전 대표는 "다시 생각해보고, 도와주기 싫으면 자중이라도 하라"고 일침을 놨다.

    홍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당 동료 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국익 운운하며 비난하는 행태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은닉이 국익이라면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는 폭로는 더 큰 국익"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윤 의원을 정조준한 것이다.

    앞서 23일 윤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한미관계를 조심스레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강 의원을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외교관·정치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다.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모두 냉정을 되찾고 말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청와대 거짓말...야당이 야당 역할 한 것"

    그러나 윤 의원의 발언은 한국당의 당론과 전혀 다른 반응이다. 한국당은 23일 국회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열어 청와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 "구걸외교를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운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의 통화는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관심사"라며 "그간 청와대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야당 입장에선 한미 정상 간에 어떤 내용이 오갔고, 한미동맹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려고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또 4월부터 볼턴 방한이 언론 보도됐기에 우리 의원실에서 볼턴 측과 교환한 이메일을 강효상 의원에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거짓말'이란 지난 9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 방한'과 관련된 것이다. 당시 고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방일 후 볼턴 방한을 희망해왔으나, 그 기간엔 우리 민관 훈련이 있어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이메일에 따르면 볼턴 측은 강 의원의 브리핑이 있었던 9일 이전 "이미 그 부분(방한)은 취소됐다"는 내용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그때 훈련이 있어서 볼턴이 오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했다. 뉘앙스는 볼턴이 방한하기로 했는데 우리 정부가 취소시킨 것 같은 뉘앙스였지 않으냐. 그런데 사실관계는 달랐다. 청와대 설명과는 맞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정보를 종합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 측 "더 큰 논란 예방 차원"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한국당 내부에서는 "외교통일위원장인 '외교통' 윤 의원이 자신의 견해는 밝힐 수 있지만 자칫 청와대 프레임에 한국당이 걸려들 수 있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윤 의원은 정부여당 측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던진 셈이다. 그렇다면 윤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을 향해 왜 이런 반응을 내비쳤을까. 

    윤상현의원실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의원께서 정확히 어떤 의중으로 해당 글을 올리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게 우리 당으로서는 악재 아닌가. 논쟁에 휘말리면 좋을 것 없지 않으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재역할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선을 그었다. 더 큰 파장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MB 정부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했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역시 이런 윤 의원 측 주장에 동조했다. 천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외교기밀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나라는 문명국이 될 수 없다"며 "한국당이 강 의원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 반응, "글쎄..."

    한국당 소속 외통위 정진석·원유철 의원 등과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 의장 등은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얘기할 수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내부 총질이다" "친박계로 분류돼 당 중앙에서 멀어진 윤 의원이 한국당에 불만을 토로한 게 아닌가"라는 지적도 보탰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은 유일한 야당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이념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데, 윤 의원이 외통위원장의 중립성 혹은 균형감을 보여주려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소속 정당의 어려움에 짐을 보탠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장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솔직히 윤상현 의원이 어떤 생각에서 그런 발언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공감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김 단장은 "다만 확실한 것은 한국당은 청와대의 정보 은폐와 관련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의 접근을 한 것이다. 이것 역시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